“수확물이 2배 늘어난 데다 판로도 보장, 귀농한 보람이 있습니다.”

기후 빅데이터를 활용, 생산작물을 결정하고 일손 부족을 드론으로 해결, ‘스마트 팜’을 운영하는 일본의 한 농부의 얘기다. 우리나라처럼 배추밭을 뒤집거나 블루베리 재배를 일시에 접는 사례가 크게 줄어든 일본의 4차 산업 접목 농가의 모습니다.

한국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겸한 4차 산업 활용의 혁신농업 육성책을 잇따라 제시하는 가운데 일본의 최첨단 농업정책의 벤치마킹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30년간 농업인구의 60%가 감소하는 등 국내와 마찬가지로 종사 인구의 고령화와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로 인식돼 농업이 외면 받아왔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4차산업 시대에는 농업 분야가 미래를 열어갈 핵심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日, 정부차원의 스마트 농업 주목    

2015년 일본 정부는 규제 철폐를 통해 기업의 농업 분야 진출 장벽을 낮췄고 이에 따라 일본 굴지의 대기업들이 농업에 뛰어들며 농업 현장에 다양한 IT기술을 도입했다.

이미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높은 생산 기술을 가진 숙련된 농가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노하우를 시스템화하고 있다. 그 결과 농업의 효율성 및 생산성 증가로 이어졌고 농사를 짓겠다는 젊은 사람들도 크게 증가해 농업 인재육성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일본의 농업 지원 시스템은 ▲생산관리 ▲생산 기록 ▲환경 모니터링 ▲복합 환경제어 ▲농기계 연계 등이 대표적이며 농업 생산 규모와 용도에 따라 이들을 취사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농업 데이터 사양의 공통화를 위한 대책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5월 일본 내각부는 IT벤더와 농기계 제조업체간의 데이터 연계를 목적으로 한 '농업 데이터 연계 기반(데이터 플랫폼)'을 창설했다. 

이를 기반으로 '농업 데이터 연계 기반 협의회(WAGRI)'가 발족, 올해 2월 기준  NTT, NEC, 후지츠 등의 IT 업체, 게이오 대학, 농기계 제조업체 등 총 124개 단체가 참가했다.   

◆ 농업 빅데이터 활용 시대 본격 도래      

WAGRI는 공공연구기관 등이 기상조건에 따라 축적한 ▲성장 예측 모델 ▲병해충 발생 예측모델 ▲토양 데이터베이스 등을 오픈 데이터 형태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퍼블릭 클라우드에 구축한 데이터 플랫폼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는데 지도, 기상상황, 토양, 성장 예측 등 민간 서비스와 행정 기관의 오픈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 3월 WAGRI 주체로 열린 '농업 데이터 연계 기반 포럼'에서는 그간의 성과가 공개됐으며 4월부터 데이터 플랫폼 운용을 개시한 기업에 각종 농업 데이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1년 후인 내년 4월 상용화할 계획이다. 

참여업체 가운데 하나인 비전테크의 오카다 슈헤이 소장은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벼 재배 시스템의 예측 정확도를 개선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오카다 소장은 "기후 온난화 등으로 정확한 발달 단계의 정보가 요구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일본 글로벌 IT기업인 NEC솔루션이노베이터(NEC Solution Innovators) 시마즈 히데오 집행임원은 농기계 제조업체 3개사와 IT업체 2개사가 협력해 트랙터의 작업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실증실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농업 생산자들이 동의하면 서로 작업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목소리만으로 작업을 기록할 수 있도록 인식률을 높인 음성인식기술과 필기인식 기술도 등장했다. 농업 생산자 입장에서 등단한 WAGRI 보급전략 담당 디렉터인 스에사와 카츠히코씨는 "음성인식은 농사일을 하면서 기록하고 의사를 결정하는데 필수적인 차세대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업 생산자가 성장 예측을 바탕으로 출하계획에서 역산해 파종 및 작업 관리까지 간단하게 일련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효율적으로 경영을 지원할 수 있는 간단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WAGRI 노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향후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벤처기업이 농업 관련 앱을 개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소개한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해 농사에 활용할 수 있는 음성인식 앱을 개발하거나 참여 기업이 자사 서비스에 데이터를 통합하는 방식의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이 등장할 수 있다. 

일본은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IT 업체, 농기계 제조업체, 벤처 농업 생산자들이 중심이 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농업 생태계가 형성돼 제4차 산업 시대에 일본 농업이 다른 제조업 이상의 저력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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