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르포-군산 GM현장②] GM본사와 수상한 돈거래 1조 5,000억 원
[ST 르포-군산 GM현장②] GM본사와 수상한 돈거래 1조 5,000억 원
  • 김태현 선임기자
  • 승인 2018.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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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조선소 폐쇄에 이어 한국GM 군산공장 사태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군산, 스트레이트뉴스는 GM 군산공장과 지역경제의 현주소, 그리고 GM사태의 향후 방향성을 가늠해 보는 르포르타주를 기획했다. 이번 르포르타주는 5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주>

[목차]
① 위건 부두와 군산 부두
② 한국GM의 더티 플레이
③ 한국GM의 가려진 민낯
④ 더러운 책략의 제물, 군산공장
⑤ 변화의 길목에 남겨진 시민들

조업이 중단된 한국GM 군산공장의 정문 ⓒ스트레이트뉴스
조업이 중단된 한국GM 군산공장의 정문 ⓒ스트레이트뉴스

GM이 들어서자 저놈이 죽어가기 시작했다니까!

군산국가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한국GM 군산공장으로 향하는 길, 산업단지 특유의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환경에 좋을 리 없는 냄새지만, 어쩐지 산단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느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GM 군산공장은 그렇지 않았다. 매캐하고 번잡한 외항로를 달리다 우회전해 자유로로 접어드는 순간, 휑뎅그렁한 정문이 보였다. 올해 초만 해도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나들었던 정문이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정문 근처에 나붙었던 플래카드조차 보이지 않았다.

“임원들이나 간부들만 조금씩 다니고 있어요. 시설을 지켜야 하니까 남아 있긴 하지만, 공장 폐쇄되면 우리도 뭐... 저기 봐요, 주차장에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잖아.”

정문에서 근무 중인 경비직원 박영수(가명, 56)씨의 말이다. 차량 수백 대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 주차된 차량은 고작 다섯 대, 두어 달 사이에 아스팔트를 비집고 올라온 잡풀들 뒤로 직원용 세차장과 자전거 수십 대가 방치되어 있었다.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는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주차장 ⓒ스트레이트뉴스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는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주차장 ⓒ스트레이트뉴스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지금까지 경비직원으로 근무했다는 그는 대뜸 한숨을 내쉬더니, 정문 옆 은행나무를 가리키며 분통을 쏟아냈다.

“GM이 들어설 때부터 저놈이 죽어가기 시작했다니까!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우자동차를 완전 똥값에 팔아치운 거 아니냐고. 그때 팔지 않고 어떻게든 살렸으면 지금 군산은 군산시 대신 대우시가 되어 있을 거잖아!”

GM사태를 바라보는 박영수씨의 눈은 2018년이 아니라, 대우자동차가 GM에 인수되던 2002년으로 가 있었다.

2002년 당시, GM의 대우자동차 인수를 두고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GM이 67%, 산업은행이 28%의 지분을 투자했는데, 인수 총액이 고작 5,000억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 “땅만 팔아도 그보다는 더 나온다”는 뒷말이 무성했으며, 자금을 장기 저리로 대출해 준 것은 물론, 향후 7년 동안 법인세와 소득세까지 면제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GM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향토기업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재 한국GM이 보이는 행태는 향토기업과는 거리가 멀다. 박영수씨는 애꿎은 은행나무를 이번 사태의 징조로 투영하고 있었다.

▲밑동이 썩어가는 정문 은행나무 ⓒ스트레이트뉴스
밑동이 썩어가는 정문 은행나무 ⓒ스트레이트뉴스

한국GM의 경과와 실태

GM과 한국의 인연은 4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7년 설립된 자동차 정비업체 신진공업사를 새나라 자동차가 인수했는데, GM이 다시 그 회사를 인수해 GM Korea를 설립했다. 그게 1972년 일이다.

이후 GM Korea는 새한자동차를 거쳐 1983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대우자동차(주)가 출범하면서 한국시장에서 물러났다가 IMF 외환위기 이후인 2002년에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GM DAEWOO를 설립, 지금의 한국GM(주)에 이르렀다. 한국GM이 국내에서 가동 중인 공장은 부평, 창원, 군산, 이렇게 세 곳이다.

2011년까지만 해도 군산공장은 가동률 100%를 자랑했다. 생산대수는 268,000여 대, 생산총액은 5조5,000억 원을 넘어섰다. 당시 군산공장의 수출액은 전라북도 전체의 30%를 상회하는 39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주력 수출 차종이던 쉐보레의 유럽 판매가 중단되면서 생산대수는 8만여 대(‘14년), 4만여 대(’15년), 3만여 대(‘16년), 2만3천여 대(’17년)로 차츰 줄어들었다.

▲한국GM의 판매량 추이(자료:한국GM)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한국GM의 판매량 추이(자료:한국GM)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생산대수가 줄어듦에 따라 근로자 수도 3,600여 명에서 1,500여 명으로 줄었고, 풀가동되던 생산라인 역시 주간 1교대에서 월 10일 이하 조업으로, 다시 월 5회 조업으로 격감했다.

거기에 군산공장 생산 차종인 크루즈(소형세단), 올란도(미니밴)의 판매량마저 급감하자, GM은 자구노력 없이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발표했고,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후 2월 8일에는 자동차 생산라인 가동이 전면 중단되었다.

▲한국GM의 당기순이익/차입금 추이(자료:한국GM)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한국GM의 당기순이익/차입금 추이(자료:한국GM)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현재 한국GM의 경영 현주소를 보면, 군산공장 폐쇄 방침이 나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프에서 보듯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차입금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군산공장뿐 아니라, 부평공장마저 2017년 판매량 감소(전년 대비 12.2%)에 따른 생산량 축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도 폐쇄 방침의 원인 중 하나이다.

군산공장 폐쇄 결정의 직접적인 배경은 경영난이다. 한국GM은 카허 카젬 사장으로 교체되기 전, 즉 제임스 김 사장 재임기간이던 2014~2016년 회기에 이미 누적적자 2조 원을 기록했으며, 2017년 1분기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기숙사도 원룸촌도 다 빠지고 없어요

자유로를 따라 자유무역지역 방향으로 가다 보면 정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한국GM 군산기술교육원GUNSAN TEC이 보인다. 교육원 내에는 직원 기숙사가 위치해 있다.

한국GM 군산기술교육원 겸 간부 기숙사 입구 ⓒ스트레이트뉴스
한국GM 군산기술교육원 겸 간부 기숙사 입구 ⓒ스트레이트뉴스

외부차량을 통제하는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배치되어 있지만, 오가는 차량이 전혀 없어 을씨년스럽기는 정문과 매한가지였다.

“여기는 간부 기숙사와 일반 근로자 기숙사가 따로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백 명이 북적였는데, 지금은 안 그렇습니다. 간부 기숙사에는 아직도 30~40명쯤 남아 있고요, 아무래도 정리할 게 남아서겠죠. 일반 근로자 기숙사는 많이 떠나서 조용합니다.”

경비직원 서원구(가명, 37)씨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기숙사를 드나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GM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확인할 만한 곳이 어디냐는 물음에, 그는 약 1km가량 떨어진 분멀동 원룸촌을 꼽았다.

“오식도동 식당가 쪽은 벌써 언론에 많이 나왔습니다. 서너 집 건너 한 집만 장사하고,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지고, 뭐 그러면서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원룸촌이 더 심각한 것 같아요. 거긴 사람 씨가 말랐거든요.”

60여 채의 원룸촌 건물이 위치한 오식도동 분멀길 거리는 누군가가 버리고 간 쓰레기와 정돈되지 않은 잡풀만 무성할 뿐, 행인을 만나기조차 어려웠다.

버리고 간 쓰레기가 나뒹구는 분멀길 원룸촌 풍경 ⓒ스트레이트뉴스
버리고 간 쓰레기가 나뒹구는 분멀길 원룸촌 풍경 ⓒ스트레이트뉴스

약 300여 채의 원룸촌 건물이 밀집해 있는 대로 건너편 요죽길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바둑판처럼 정리된 거리 전체에 인적이 끊겨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어쩌다 마주치는 주민들은 마치 산골마을 어른들처럼 한동안 기자를 쳐다보곤 했다.

인적이 사라진 요죽길 원룸촌 풍경 ⓒ스트레이트뉴스
인적이 사라진 요죽길 원룸촌 풍경 ⓒ스트레이트뉴스

분멀1길 사거리에서 4년째 편의점을 운영해 온 이정애(42)씨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나마 지역 주민들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매출이 지난해 대비 50%가량 줄었다”고 했다. 그가 말한 지역 주민이란 대부분 원룸 건물주들이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 그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문제를 지적했다.

“가끔 기자들이 와서 GM 때문에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묻는데요, 여기 원룸촌이 이렇게 텅텅 비게 된 건 조선소 탓이 더 커요. 조선소 문 닫을 때 거의 2/3쯤 빠져나갔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남은 1/3까지 다 빠져나갔고요.”

대부분의 원룸 건물에 부착되어 있는 임대 안내문 ⓒ스트레이트뉴스
대부분의 원룸 건물에 부착되어 있는 임대 안내문 ⓒ스트레이트뉴스

편의점 밖 의자에 앉아 텅 빈 거리를 바라보던 그가 물어왔다.

“군산공장은 어떻게 된대요? 노조 때문에 망했다는 소리도 있고, 차가 안 팔려서 그렇단 얘기도 있고, 또 누구는 먹튀라 그러고,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양보할 건 양보하고, 서로 좀 잘해서 조금씩이라도 만들면 좋을 텐데...”

한국GM을 경영난에 빠뜨린 주범은 누구일까? 귀족 강성 노조일까, 판매 부진일까, 아니면 경영진일까?

고금리로 본사서 돈 빌려 경영악화 부채질

기업이 경영난에 봉착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세계교역구조가 ‘관세와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거쳐 ‘자유무역협정FTA’에까지 이른 지금, 경영난의 원인은 대체로 두 가지로 수렴할 수 있다.

하나는 경영 실패와 관련된 원인이고, 또 하나는 임금, 복지 등 노동조합과 관련된 원인이다. 두 가지 모두 반드시 고비용 구조로 연결되므로, 만일 어떤 기업이 경영난에 봉착했다면, 고비용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책임의 주체를 가려낼 수 있다.

다수의 국내 언론들은 한국GM이 경영난에 빠진 원인으로 귀족(강성)노조와 법인세를 지목한다. 과연 그럴까? 한국GM을 경영난으로 몰아간 진짜 이유, 즉 고비용 구조를 노동조합 측면과 경영 실패 측면으로 구분해 판단해 보자.

한국GM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간 누적적자는 1조9,787억 원이다. 법인세야 경영 실적이 높으면 많이 내고 낮으면 덜 내는 세금이니, 노동조합과 관련된 임금 및 파업 변동부터 살펴보자.

한국GM이 누적적자 1조9,787억 원을 기록하는 동안, 성과급은 900만 원부터 1,100만 원까지 완만한 상향 곡선을 그렸지만, 기본급 인상률은 5.4%에서 2.7%로 오히려 하향곡선을 그렸다. 파업일수 역시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으며, 2014년과 2015년에는 아예 파업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이는 노동조합이 적자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그 강도가 크지 않음을 의미한다.

한국GM의 임금변동/파업 추이(자료:한국GM)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한국GM의 임금변동/파업 추이(자료:한국GM)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그러나 경영 실패 측면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총 누적적자 1조9,787억 원 중 한국GM이 GM본사에 지불한 비용은 무려 1조4,647억 원이다. 이를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면, 쉐보레의 유럽 및 러시아 시장 철수 비용이 4,660억여 원, 이자 비용이 4,950억여 원, 지적재산권 비용이 5,000억여 원이다.

유럽시장 철수 비용은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니 그렇다 쳐도, 이자 비용과 지적재산권 비용은 매우 이상한 내부거래다.

먼저 이자 비용에서, 한국GM은 2011년 이후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지 않고, 대신 본사로부터 3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차입했다. 그런데 금리가 문제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지상욱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차입금 이자율은 기아자동차가 0.19~2%대, 현대자동차가 1.49~2.26%, 쌍용자동차가 0.3~3.51%인데, GM의 차입금 이자율은 4.8~5.3%로 현저히 높다.

그마저도 대부분의 차입 자금을 경영상의 이유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는 데 사용했다. 2013년부터 산업은행에 지급될 7%의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비용이 약 1조5,000억 원이다. 연평균 이자만 1,300억 원가량이 쓰였다.

만약 한국GM이 산업은행 지분을 매입하지 않았거나 차입금 이자율이 여타 완성차 업체와 비슷했더라면, 1조5,000억 원을 차입할 이유도, 6,500억 원이라는 이자 비용을 지출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GM본사 전경(자료:GM) ⓒ스트레이트뉴스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GM본사 전경(자료:GM) ⓒ스트레이트뉴스

지적재산권 비용은 더 황당하다. 한국GM이 본사의 프로그램에 접속할 때마다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영권이 분리되어 있다 해도, 엄연히 동일한 회사인데 지적재산권 비용으로 무려 5,000억여 원이나 지불했다는 것은 지적재산권을 핑계로 한국GM이 낸 수익을 GM본사로 이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한국GM이 이런 방식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2배 이상 연구개발한(?) 덕분에 GM본사는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렇게 GM본사로 빠져나간 비용이 총 1조4,647억여 원이다. 그리고 총 누적적자에서 GM본사로 빠져나간 비용을 뺀 나머지는 5,140억여 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귀족이건 강성이건 불문하고, 노동조합에 투입된 비용, 또는 한국GM의 실제 누적적자는 5,140억여 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며, 이 정도 금액이라면 결코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아니다.

이런 사실은 한국GM의 내부 경영 정보 및 산업은행과의 협약, GM본사와의 협약 등을 살펴보면 더욱 확실해 질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에서도 내용 공개를 요구했지만, GM 측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듯, 한국GM이 경영난에 처한 이유는 노동조합보다는 저조한 판매량과 수출 부진, 그리고 본사와의 이상한 거래 등에 의한 것이 더 커 보인다. 경영 실패가 직접적인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특히 군산에서 생산해 수출하던 크루즈를 멕시코와 호주에서 현지 생산하면서 군산공장의 위기는 가중되었다. 이는 경영진의 판단으로 인해 군산공장 폐쇄가 결정되었다는 반증 중 하나이다.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스에 위치한 GM조립공장(자료:GM) ⓒ스트레이트뉴스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스에 위치한 GM조립공장(자료:GM) ⓒ스트레이트뉴스

군산공장을 폐쇄로 몰아가면서 지역경제를 수렁에 빠뜨린 배경에, 한국GM의 더티 플레이가 가장 큰 비중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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