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재벌 총수들이 향후 재판에서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6일 박 전 대통령의 혐의 18개 중 16개를 유죄로 판단하며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부터 마이크를 전달받고 있다. /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부터 마이크를 전달받고 있다. / 뉴시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공모해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강요하고, 정부 비판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인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지시했다고 봤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삼성·롯데 총수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판결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받았다고 인정된 뇌물액은 총 72억9427만원이다. 재판부는 삼성이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코어스포츠에 보낸 용역대금 36억3484만원과 함께 말 3마리의 소유권도 최씨에게 있었다고 판단해 말값 36억5943만원도 뇌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 측에 말 소유권을 최씨에게 넘기겠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봤다. 2015년 11월 최씨가 "이 부회장이 VIP 만났을 때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냐"며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독일로 들어오라고 화를 낸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최씨가 말 소유권이 대내적으로는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인식했는데, 이와 달리 삼성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말의 실질적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확신하기 위해 화를 냈다는 설명이다.

이후 박 전 사장 등이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다, 결정하시는 대로 지원해드리겠다"고 대응한 점을 토대로 재판부는 삼성과 최씨 사이에 "말 소유를 최씨로 한다"는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추가로 구입한 비타나와 라우싱의 말 여권에 삼성이 기재돼있지 않고, 삼성 내부기안문에 소유주 기재가 삭제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최씨가 비타나와 라우싱을 다른 말로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삼성이 소유자로서 해야 할 항의를 하지 않은 점도 주목했다.

그렇지만 이 부회장 재판부는 말 소유권이 삼성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오히려 딸 정유라씨가 삼성에서 말 지원받는 것으로 여론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삼성 명의로 등록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화를 냈다고 풀이했다.

박 전 사장의 대응 역시 "최씨가 요구하면 모두 들어줄 수 있다"는 취지일 뿐, 소유권 이전을 승낙한 거라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정씨가 이 부회장 재판에서 "어머니(최씨)에게 '내 것처럼 타면 된다, 굳이 돈 주고 살 필요 없다'고 들었다"고 한 증언도 "내 것이 아니지만, 돈 주고 사지 않아도 내 것처럼 타면 된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다고 엄격하게 판단했다.

아울러 정씨가 삼성과 용역 계약을 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들며, 승마지원 경위나 사정을 잘 모르고 한 추측에 불과하다며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말 소유권을 둘러싸고 '뇌물 수수자'인 박 전 대통령 1심 판단과 '공여자'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단이 엇갈리는 만큼, 향후 이 부회장의 상고심에서 특검과 삼성 측은 이점을 놓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 사건은 현재 대법원 3부에서 심리를 시작한 상태다.

신 회장은 본인과 박 전 대통령 1심 사건에서 모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된 만큼,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는 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1심 사건을 함께 맡은 형사합의22부는 이들 사이에 부정한 청탁과 그에 따른 뇌물이 오갔다고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서 롯데 면세점 재취득 관련 보고를 여러 차례 받았고, 롯데가 자신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인 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롯데 측에 K스포츠 재단 추가 지원을 요구했고, 신 회장 역시 대통령의 영향력이 롯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고려해 지원을 결정했다고 해석했다.

재판부가 이를 토대로 뇌물죄를 인정한 만큼, 신 회장 측은 항소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현안 해결 관련 청탁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