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구속…의료계 "개인에게만 책임 돌려"
의사회 "기형적 의료 시스템 방치한 정부도 책임"

의료계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태에 대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정부와 경영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3명 구속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8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3명 구속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신생아 사망 사고의 원인을 의료진 개인의 과실이 아닌 불합리한 의료환경과 시스템으로 보고 경찰 수사를 '마녀사냥'으로 비유하며 강력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구속을 "대한민국 의료 서비스의 행태를 송두리째 바꿀 위험하고 악의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마치 살인자라도 되는 것처럼 (의료진을) 죄인 취급하고 무죄추정 원칙도 무시한 채 구속했다"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100일 동안 수사해 더 이상 수사할 것이 없다. 그런데도 증거인멸의 우려를 이야기하며 구속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나쁜 결과만 갖고 의사를 살인자 취급하면 우리 의사들은 중환자 치료 현장에서 떠날 수 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 목숨과 의학적 양심을 걸고 치료해도 살인자 취급을 당한다면 현장을 떠나겠다"며 "의사가 중환자실에서 떠나면 환자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의료 수가는 중환자실을 운영하면 할수록 병원이 적자를 보게 돼 있어 병원 입장에서 충분한 인력과 장비를 투자하기 쉽지 않다"며 "이번에 벌어진 불행한 사건도 결국 부족한 투자가 빚은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간호사연대는 같은날 성명서를 내고 "거대한 시스템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은 채 개인에게만 이 사건의 모든 잘못을 묻고 끝내려는 것을 반대한다"며 "현재 병원장 등 경영진의 책임소재는 증발했고 허술하게 관리한 보건복지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도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에 책임이 있다"며 "성과로 보여주기 쉬운 장비와 병상 수 확장에만 편중하고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 확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장비 노후화로 인해 의료진의 건강과 안전을 포기하지 않으면 운영이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앞서 4일 주치의 조수진(45)교수와 박모 교수 및 수간호사 A씨 등 의료진 3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주사제 나눠 쓰기를 포함한 잘못된 관행을 묵인하고 관리·감독에 소홀한 혐의로 조 교수 등 의료진 7명을 오는 10일 서울남부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키로 했다. 간호사 B씨 등 4명은 불구속 상태로 송치될 예정이다.

경찰은 의사 구속 등 사법처리가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물리적인 증거만 증거가 아니고 진술도 다 포함돼있다"며 "조 교수 등은 '모른다' '다른 사람이 했다' 등으로 말을 계속 번복하고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한 사람이 없었다. 압수수색하고 객관적 수사로 인한 증거를 들이대야 자기 범죄를 (마지못해)인정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