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갈래 바람 '416 그날'  

해마다 사월이면 그날이 온다.
잊지 못할,
잊어서는 안 될,
내 삶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
살아 오면서 품었던 모든 희망을 지워 버린,
정녕 쓰라린, 
누구도 그날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날.

기이하고도 특별한 일이었다.
긴 단식과 악의적 폭식,
악어의 눈물과 교황의 기도가
한 공간에 동시에 출현한 것은,
말 못할 일곱 시간도 있었다.

누구에게는 끝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시작이었을
두고두고 미안한,
어른으로 산 수십 년이 못내 부끄러운,
미성년으로 멈출 아이들의 시침과 분침을
가슴에 간직하마 다짐하다가도
어느새 헤픈 욕망의 하루하루,
통속의 나날.

사월이 되면 어김없이 그 날이 온다.
개나리꽃처럼 그날이 핀다.

천갈래 바람 '416 그날'    ㅡ 현재욱
세월호 참사를 기리며 쓴 현재욱의 시 '416 그날'    @스트레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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