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범 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홍성범 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로 주식시장이 일시적이나마 혼란에 빠지면서 증권거래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번 배당 착오는 담당직원의 단순한 실수에 머물지 않고 관련법 위반은 물론, 내부통제 과정과 경고를 발동시키는 전산시스템 등의 심각한 오류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 사주 조합원들에게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배당, 28억 3천주 가량을 잘못 입고했다. 이른바 팻 핑거 사태다. 

100주를 가진 조합원에게는 10만원이 아닌 10만주가, 1000주를 가졌으면 100만원이 아닌 100만주가 배당됐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렇게 배당받은 조합원 2200여명 중 16명은 주식 501만주를 팔아 1인당 평균 100억원을 손에 쥐었다고 한다. 

사고 후 정상화에 앞장서야 할 직원들이 사고를 이용하여 거액을 챙긴 탐욕과 몰염치, 부도덕에 말문이 막힌다. 신뢰를 생명으로 여기는 금융사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이들의 부도덕한 행위로 주가는 순식간에 11% 이상 급락했고 영문을 모르는 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다. 삼성증권 내부 통제 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다.

실수를 넘어 범법 의혹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공매도 중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증권금융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신용으로 차입하거나 한국예탁결제원과 같은 중개기관을 통해 차입해야만 거래를 할 수 있다. 삼성증권 주식을 판 직원이 차입을 하지 않았다면 불법거래다. 

게다가 오류로 자신의 계좌에 입력된 주식을 회사에 보고조차 하지 않고 서둘러 내다 판 것은 범죄행위다. 잘못 입금된 계좌의 돈을 인출하여 사용하면 죄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의혹은 또 있다.

회사정관상 삼성증권이 발행할 수 있는 총 주식 수는 1억2000만주다. 1주당 1000원을 배당해야 할 것을 보유 1주당 1000주씩 잘못 입고했으니 우리사주 조합에 총 28억주 가량이 들어갔다. 이는 총주식발행수 상한을 정하지 않은 내부 시스템의 미비나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를 통해 직원들의 저열한 윤리의식, 내부 통제 시스템의 미비, 유령 주식의 활보 등 그동안 투자자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글로벌 기업을 자처하는 삼성과 안전성은 최고라고 자부해왔던 한국 자본시장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였다는 사실에 참담할 뿐이다. 

이번 사태는 해당직원에게 책임을 묻고 피해자 보상만으로 마무리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감독당국은 철저한 조사와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 출발은 첫째, 삼성증권이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어떻게 우리사주 개인 계좌로 배당 처리할 수 있었는지, 일부 물량이 어떻게 장내에서 매매 체결까지 이뤄질 수 있었는지 집중 점검해야 한다. 

둘째, 삼성증권 직원의 대량매도 계좌를 대상으로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 거래 소지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증권사는 투자가들이 믿고 돈을 맡길 수 있어야 존재 이유가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유령주식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기회에 불투명하거나 잘못된 거래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여 다시는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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