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4·16은 피할 수 없는 질문
아이들은 묻습니다.
"우리는 왜 죽었나요?"
이백오십 명의 아이들이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열아홉 살의 봄을 보지 못하나요?"
대한민국은 대답해야 합니다.
그만 잊자고요?
아이들이 다시 묻습니다.
"왜요? 우리가 죽은 이유를 알면 안 되나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꼭 대답해야 합니다.
이 문제를 풀기 전에는 우리는 다음 문제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경제가 급하다? 돈이 많이 든다?
다 먹고사는 문제잖아요.
생때같은 아이들을 죽여놓고, 잘 먹고 잘 입으면 뭐 합니까?
그렇게라도 잘살고 싶은가요?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꿈꾸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더는 먹고사는 방법을 공부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몰라도 된다, 그리 말할 수 있겠습니까?
산 사람은 차 범퍼가 조금만 긁혀도 일일이 따져 물으면서
손가락에 물집만 생겨도 원인을 찾아 약을 바르면서
자식 잃은 사람들에겐 몰라도 된다.
이 나라가 사람 사는 곳이라면
우리 아이들이 죽은 이유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실은 우리 모두 답을 알고 있습니다.
미안해서, 부끄러워서, 짐짓 외면했을 뿐이죠.
그러나 이제 대답해야 합니다.
4.16은 비켜 갈 수 없는 질문이니까요.
둘. 봄에 다시 태어난 아이
빨간 딸기를 얹은
새하얀 생크림 케이크에
긴 초 하나,
짧은 초 아홉 개를 꽂습니다
박수는 안 치고
마음속으로 노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딸, 생일 축하합니다
딸 대신 아빠가
촛불을 훅 불어 끄고 소원을 빕니다
진실이 거짓을 이기는 세상이 되기를
사진 속에서 활짝 웃는 딸과 약속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딸
엄마 아빠 생각하며 슬퍼하지 말기
하늘에서 행복하기
잊지 말기
아프지 말고 힘내
관련기사
- [현재욱의 馬耳童風] 천갈래 바람 '4·16그날'
- 세월호 사진전 '소리 없는 밤, 짙은 어둠으로 남았다'
- "안전불감증, 청산해야 할 대표적 적폐" 文, 고강도 대책 촉구
- 기억되지 않는 참사, 다른 비극을 불러온다
- 우병우 "압수수색 말라"…세월호 수사검사 폭로
- [페미렌즈]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 [데스크 칼럼] 숱한 의혹과 그날의 악몽들, 몬스터가 응답할까
- [페미렌즈] 난 이제 누구일까?
- "日 책임 있다" 호사카 유지가 본 위안부 문제
- [현재욱 馬耳童風] 꼬꼬댁 일대기
- [현재욱 馬耳童風] 풋내기 너른 농사
- [현재욱 馬耳童風] 할머니 누님과 동네 아들
- [현재욱의 馬耳童風] 비오는 날의 두견새
- [힐링PLUS] 새싹과 도란도란
- [현재욱의 馬耳童風] 낙과(落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