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9억 넘는 아파트 특별공급 모두 없애
다자녀-노부모 부양세대도 대상 제외 날벼락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

'금수저 청약’의 논란을 촉발시킨 초고가 분양아파트의 특별공급에 메스가 가한 주택정책에 딱 맞는 속담이다. 국토부는 향후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분양주택에 대해서는 아무도 특별공급을 받을 수 없게 했다. 소득이 낮은 기관추천과 신혼부부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받으려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여론에 따른 결정이다. 청와대 청원에 국토교통부는 빠르고 민감하게 조치했다.

문제는 다자녀, 노부모 부양 등 정책적으로 살려나가야 할 특별공급 대상자들이 유탄을 맞은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실수요자의 청약 당첨 기회를 확대하고, 공정한 청약 제도 운영을 위해 주택청약 특별공급 및 전매제한 제도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에 소재한 분양 가격 9억원 초과 분양주택은 주택 청약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남영우 나사렛대 교수는 “고가주택에 특별공급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비판이 있었지만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지 않았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따라 오히려 부자들이 강남아파트를 독식하게 되는 문제가 금수저 논란을 낳게 됐다”며 “제도 정비가 시급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결정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금수저 논란'에 따라 국토부는 지난 10일 9억원 초과 분양주택에 대한 특별공급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금수저 논란에서 비켜서 있던 노부모부양, 다자녀 특별공급 대상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금수저 논란'에 따라 국토부는 지난 10일 9억원 초과 분양주택에 대한 특별공급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금수저 논란에서 비켜서 있던 노부모부양, 다자녀 특별공급 대상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9억원 이상 금수저 특별공급에 불법 상속과 증여의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국토부의 설명에 이의를 다는 전문가는 없다. 그러나 분양시장에 편법과 불법 상속이 비단 9억원 이상 특별공급에 국한된 상황일까? 특별공급을 일반 공급으로 대체한다고 해서 불법 상속이 근절되는 것일까?  '엎치나 되치나'나 매 한가지다.  '핀셋' 규제의 함정은 또 있다.

특별공급 폐지로 인해 얻는 편익보다 사회적인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의 이번 조치로 특별공급 대상인 다자녀와 노부모 부양자들이 불법 상속 혐의의 신혼부부와 함께 폐지 대상이 됐다.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철거민 등 주로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한 기관추천, 혼인기간 7년 이내로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20% 기준을 만족해야 하는 신혼부부 들이 9억원을 넘는 주택에 청약하고, 분양대금을 납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9억원 초과 주택을 경쟁없이 특별히 줘야할 이유는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자녀, 노부모부양 특별공급 대상자까지 제외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해 보인다. 이들은 특별공급 혜택이 사회적 배려 대상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 기여분에 대한 보상차원이 크다. 출산장려 정책과 고령화사회 진입에 따라 특별공급이라는 혜택이 제공된 것이다.

특히 이번 제도 개선은 최악의 저출산으로 인구절벽이 코앞인 대한민국의 현실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개악일 수 있다.

분양 시장은 장을 담은 독이 다양하듯 저가에서 초고가까지 즐비하다. 초고가 분양 시장에 불법 상속의 구더기를 걷어내려는 정부의 판단은 옳으나 이들 구더기가 무서워 다자녀 등을 특별공급에서 제외한 것은 장독을 깨는 일로 비춰질 소지가 크다. 장독에 생기는 구더기는 햇빛을 비추면 나오고 이 때 걷어내면 된다. 특별공급에 불법 자금추적과 탈세분 추징은 그 걷어내는 후속작업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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