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불확실성에 물가 상승률도 낮아…하반기에 인상 점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에 금리인상의 칼을 빼들지 못한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현재의 연 1.50%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6년여만의 인상 후 5개월째 금리는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같은날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9bp(1bp=0.01%p) 내린 연 2.156%로 장을 마쳤다. 1년물은 0.6bp 내린 연 1.863%, 5년물은 1.2bp 내린 연 2.378%로 마감했다. 중·장기물은 하락 폭이 더 컸다. 10년물은 연 2.577%로 1.6bp 내렸고,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2.6bp, 1.7bp 하락 마감했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금리를 6년5개월 만에 올려 통화긴축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도 추가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에는 몇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3%대 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국내 경제 회복세는 견고한 편이다. 하지만 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자칫 삐끗하면 우리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위협 요인이 곳곳에 산재해있는 탓이다. 바깥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커지고 있고, 안으로는 기업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 우려 등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실업자 수는 125만7000명으로 2000년 이후 3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물가 오름세 둔화에 대한 고민도 높아지게 됐다. 소비자물가는 1월 1.0%, 2월1.4%, 3월 1.3%씩 상승하며 1분기 내내 1%대 초반 수준에 그쳤다. 소비자물가에서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도 지난달 1.3%에 머물러 6개월째 1.5%에 못 미쳤다.

한은은 저조한 물가 오름세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6%로 낮춰 잡았다.

원화 강세에 대한 걱정도 있다. 수출 기업에 악재가 될 수 있고, 수입물가 하락으로 물가 상승세를 더욱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계빚 증가세를 억제해야 하지만, 성급한 금리인상으로 민간 심리 개선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도 크다.

가장 큰 관심은 한은이 금리를 언제 올리냐는 것이다. 이번 금리동결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들의 만장일치 결정이었던 만큼 상반기 금리인상 전망은 아예 사그라든 모습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물가 상승률은 1%대 후반대로 회복될 것이라는 한은의 진단으로 하반기 금리인상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은은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2.9%,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7%로 전망했다. 하반기 중에서는 첫 금통위가 열리는 7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G2 무역분쟁 이슈가 커진데다 물가도 오르지 않고 있고, 원화 강세까지 더해져 한은이 당장 금리인상에 손댈 여지는 없다"며 "금리인상 기조는 여전히 유효한 만큼 7월 금리인상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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