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넘어야 할 산 많다"...실사 늦어질 듯

GM 측의 핵심자료 제출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GM과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언급해 목표했던 4월 말 실사 마무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일고 있다.

이 회장은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율이 낮아지는 것을 우려해 우리는 차등감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GM 측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은은 소수 주주인데다 노사 임단협마저 난항을 겪고 있어 고민이 큰 상황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뉴시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뉴시스

그간 이 회장은 한국GM과 관련해 금호타이어, STX조선 등은 산은이 1대 주주였지만 한국GM은 17% 지분만을 가진 소수 주주라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 회장은 노사 임단협이 지연되는 데 대해 "내가 노조를 만날 자격은 없다"며 "우리가 노조에 뭔가를 요구할 수도 없고, 1차적 책임은 85% 지분을 가진 GM 본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제일 핵심적인 것이 이전 가격인데, 그건 그 사람들의 글로벌 전략이나 세금과 연결될 수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만큼 내놓기가 힘들 수밖에 없고 그래서 계속 실랑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부도 데드라인'으로 언급한 20일에 대해서는 "나도 큰 그림 안에서 경기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내가 섣불리 얘기할 건 아니고 지켜보겠다.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GM의 상황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만 하기엔 그리 녹록하지 않다. 12일로 예정됐던 노사 임단협 8차 본교섭은 교섭 장소와 CCTV 설치 문제로 연기됐고 댄 암만 GM 총괄사장은 "20일이 구조조정 합의 데드라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GM노사는 16일 가까스로 임단협 교섭을 재개한다.

앞서 배리 엥글 GM 해외영업부문 사장 역시 20일 내로 노사가 비용절감에 대한 합의를 내놓지 않으면 부도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GM이 법정관리를 사실상 확정짓고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호타이어'와 'STX조선해양'이라는 산을 넘은 산업은행이 이제 '한국GM'이라는 대형 과제를 눈앞에 두고 사태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해외 매각을 둘러싸고 오랜 기간 노사 갈등을 보였지만 채권단 자율협약 중단 예정일이었던 지난달 30일 극적 합의에 성공했다. 김동연 부총리, 청와대의 지원 사격을 받은 이 회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광주에 내려가 직접 노조와 담판을 지었다.

STX조선도 우여곡절 끝에 노사 합의로 회생의 길을 걷게 됐다. 정부와 채권단이 제시한 데드라인을 하루 넘겨 자구안을 제시했고 인력 감축 대신 무급휴직과 기본급 삭감 등을 통해 고정비를 감축하겠다고 했다. 산은과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위기가 있었지만 잘 협의됐다"며 "노사 합의안이 원래 요구했던 자구안과 달랐지만 기존 인력감축 중심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원칙은 훼손하지 않고 동일한 효과라면 노사 자발적 합의에 의한 새로운 방법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 잡셰어링 방안을 만들어온 데 대해 노조에 고맙게 생각한다"며 "특히 구조조정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기획재정부 쪽에서도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적극 지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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