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112조원 규모의 주식 배당 오류 사태를 일으킨 지 일주일이 지났으나,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삼성증권에 대한 제대로 된 리포트를 사실상 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어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주식배당 사고 발생 후 일주일여가 지난 이날 현재까지 삼성증권에 대한 리포트를 발행한 증권사는 케이프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2곳뿐이다.

배당 전산사고로 일명 '유령주식 사태'를 일으킨 삼성증권에 대한 금융감독원 현장조사가 시작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삼성증권 여의도 지점에 사과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배당 전산사고로 일명 '유령주식 사태'를 일으킨 삼성증권에 대한 금융감독원 현장조사가 시작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삼성증권 여의도 지점에 사과문이 붙어있다. / 뉴시스

이들 증권사 두 곳은 사고 발생 사흘 후인 9일 삼성증권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으나 한 보고서는 사태를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다른 보고서는 사태 현황과 당국의 조치 가능성을 간략히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에 일각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증권사들이 동종 업계라는 것을 의식하고 사태가 하루 빨리 안정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의 상황이 점입가경임에도 애널리스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삼성증권 사태에 입을 다물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 나온 중단 사업만 보더라도 삼성증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면서도 "공식 및 실명으로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전무후무한 사고이다 보니 사고 영향을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침묵의 이유로 들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직 삼성증권 사태로 인한 전체 피해 보상 규모가 결정되지 않았고 데이터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삼성증권 사태의 전체 피해 규모를 계량화하기 힘들다"며 "계량화된 근거를 가지고 분석하는 집단임에 따라 수치를 내놓지 못한다면 보고서 발표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일 삼성증권은 전산 실수로 우리사주 283만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배당, 존재하지 않는 주식 28억3000만주를 입고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 일부가 잘못 배당된 주식 501만주를 매도해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및 주식거래 시스템의 부실이 드러났다.

이번 사태는 단순 전산 사고에 그치지 않고 삼성증권 영업에 전방위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가는 일주일간 10% 이상 떨어졌으며 일반 투자자들은 앞으로 삼성증권과 거래와 상담을 믿고 할 수 있겠느냐며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법인영업, 투자은행(IB), 채권, 외환 등의 사업도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이에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지난 9일 삼성증권과의 직접 운용 거래를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 등도 일제히 동참했다.

법인영업뿐만 아니라 삼성증권이 지난해부터 역점을 두고 있는 IB 사업에도 타격을 미쳤다. 삼성증권은 지난 12일 삼성스팩2호 공모주 청약계획을 취소하는 내용의 철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스팩은 다른 회사와의 합병을 목적으로 상장하는 특수목적회사다. 기관과 개인들로부터 자금 모집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8년 만에 야심 차게 준비해온 스팩 상장을 잠정 보류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도 사태가 발생하자 삼성증권과의 외화채권 매매를 잠정 중단했다. 기획재정부도 삼성증권의 국고채 전문딜러(PD) 자격을 취소할지 검토하고 있다. PD는 국고채 입찰에 독점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이러는 사이 삼성증권의 올해 순이익 추정치가 오히려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증권의 올해 순이익 평균치는 지난 13일 3422억원(전년동기비 26.2%↑) 으로 사태가 발생하지 직전일인 5일의 3340억원에 비해 2.5% 늘었다.

향후 삼성증권이 입게 될 피해 규모와 실적 향배는 금융당국이 삼성증권에 어떤 제재를 내릴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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