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에 맞서 티타늄-우라늄 수출중단 경고
미 항공산업-원자력 발전 차질 우려

미국 정부가 시리아 정권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러시아에 추가 경제 제재를 발표한 가운데, 이에 맞서 러시아도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대한 보복조치로 경제 제재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주 의회에서 미국 기업들이 러시아 항공우주·원자력 산업계와 협력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 경우 보잉사나 제너럴일렉트릭(GE)사와 같은 미국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이 시리아를 공습한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 속보를 보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이 시리아를 공습한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 속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 주 제재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우리는 상황에 따라, 상대방이 어떤 조치를 들고 나오냐에 따라 여러 방안들 중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에 근접한 산업 분야가 거의 없어 보복 제재 방안이 제한적이지만, 러시아산 대미 수출품 중에 티타늄과 우라늄, 로켓 엔진 등 미국의 항공과 우주, 핵 발전 분야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 핵심적인 품목들이 포함돼 있다. 만일 러시아의 대미 제재로 이들 품목들의 대미 수출이 끊길 경우 이 분야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CNN방송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대규모의 러시아 의회 의원들이 “미국의 비우호적인 행동”에 대한 맞대응으로 항공과 우주, 핵 분야 등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제한하는 대미 제재안 초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또 “러시아는 미국의 20대 교역국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러시아 정부의 대미 제재안이 실제로 이행될 경우 여전히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러시아의 대미 제재안은 오는 5월 15일 러시아 의회에서 토의될 예정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의회에서 마련한 대미 제재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대책도 러시아의 이익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은 이를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라고 말했다.

미국 컨설팅기업인 유라시아그룹의 제이슨 부시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의회가 대미 제재 법안을 통과시킬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 보잉 "티타늄 35% 수입해 쓰는데..."

러시아 최대 티타늄 생산업체인 VSMPO-아비스마는 미국 보잉사에 대량의 티타늄을 공급한다. 보잉은 2022년까지 안정적인 티타늄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보잉과 VSMPO-아비사마는 ‘우랄 보잉 매뉴맥처링’이라는 티타늄 생산 합작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제재 법안에는 우라늄과 티타늄 수출 제한 조치와 함께 러시아제 RD-180 로켓 엔진 공급을 중단하는 방안, 미국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지 않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보잉 등 티타늄을 사용하는 미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씨티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보잉은 티타늄의 약 3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업계를 압박하는 또 다른 정치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보잉은 그 명성과 글로벌 공급망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이 드라마 한 가운데 얽히게 돼 있다"라고 전망했다.

◇ 위성 로켓 핵심엔진이 러시아산

미국이 위성을 우주궤도를 쏘아 올릴 때 사용하는 주력 로켓은 ‘아틀라스V 로켓’이다. ‘아틀라스V 로켓’은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공동 창업한 유나이티드런치얼라이언스(ULA)에서 생산한다. 미 우주항공국(NASA)과 공군, 국방부 등이 군사·첩보·우주탐사 관련 위성을 쏘아올릴 때 모두 ‘아틀라스V 로켓’을 사용한다. 상업용 위성 역시 아틀라스V 로켓을 이용해 우주 궤도로 올린다.

‘아틀라스V 로켓’의 핵심인 RD-180 엔진은 러시아산이다. 러시아 ‘NPO 에네르고마슈’의 제품인 것이다. 만일 러시아가 RD-180 엔진의 공급을 중단한다면 미국 항공우주 산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 미 우라늄 수입의 14% 의존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은 원자력 발전용 우라늄 대부분을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로사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는 캐나다, 카자흐스탄, 호주에 이어 4위 공급국이다. 미 우라늄 수입의 14% 가량이 러시아로부터 수입된다.

미 전력생산의 20% 정도가 원자력 발전을 통해 생산된다. 러시아가 대미 우라늄 수출을 중단하면 미 전기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 7명과 이들이 소유한 12개 기업, 정부 관료 17명, 러시아 국영 무기거래 기업과 은행 각 1개 등 총 38개를 대상으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과 기관들은 미국의 사법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자산이 전면 동결되고 미국인들과의 거래 행위도 금지된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재벌과 정부 엘리트들은 러시아 정부 운영에서 편파적 이익을 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크림반도 정복과 동부 우크라이나 무력투쟁 조장,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의 무기 지원,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악의적 개입 활동 등을 벌여왔다”며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15일 CBS방송에 출연해 "아사드 정권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하는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며 "신규제재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16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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