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메타팩트] '외유' 전수조사 무엇이 두려운가
[김작가의 메타팩트] '외유' 전수조사 무엇이 두려운가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8.0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유한국당의 국회사찰 주장은 선거용 레토릭
여야 외유 관행 사실상 '적폐'로 고해성사해야
시민단체도 정보공개 나서 전수조사 불가피해
위법 의원 사법처리· 환수조치에 새 기준 마련을

여야가 피감기관이 지원한 국회의원의 외유 전수조사를 두고 이전투구로 치닫고 있다. 김기식 금감원장이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건이 불거지면서부터다.

18일, jtbc 뉴스룸은 우원식, 김성태, 김동철, 노회찬 등 국회 4당 원내대표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이 사안에 대해 긴급토론을 진행했다.

jtbc뉴스룸 긴급토론회(자료:jtbc)
jtbc뉴스룸 긴급토론회(자료:jtbc)

전수조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앵커의 질문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만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의 의견은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청와대가 헌법기관인 국회 입법부를 사찰하는 전수조사는 분명히 국회 헌정유린입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청와대의 잘못된 국회 헌정유린에는 정치적 음모가 담겨 있다”며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했다. 또한 민주당이 청와대의 헌정유린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고백하라고도 했다.

이 사안은 소위 ‘드루킹’의 매크로 댓글조작 사건에 가려져 있고,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불문하고 화젯거리로 삼기를 기피하는 통에, 찻잔 속의 태풍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하지만 굳이 다루는 이유는 이 사안이 자유한국당의 여러 헛발질 가운데 하나이며, 향후 김기식 전 금감원장 사건의 전개 방향에 따라 정국에 회오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전수조사의 팩트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 나가도 한참 많이 나갔다. 선거철이 오기는 온 모양이다. 김 원내대표의 아집 같은 주장은 두 가지 면에서 시쳇말로 ‘오지게’ 틀렸다.

jtbc뉴스룸에 출연 중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자료:jtbc 화면 캡처)
jtbc뉴스룸에 출연 중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자료:jtbc 화면 캡처)

그는 청와대가 국회를 사찰했으니 국회 헌정유린이라는 주장을 폈지만, 사실 청와대는 국회나 국회의원을 사찰한 것이 아니라 피감기관을 조사했고, 그것도 400개소가 넘는 국회 피감기관 중 고작 16개소에 한해서였을 뿐이다.

또 한 가지, ‘정치적 음모가 담겨 있다’는 그의 막말성 단정은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거용 레토릭에 불과하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선관위의 위법사항 내용에 따른 국회의원 전원 위법사실 여부 전수조사’에 대한 청원 글이 18일 정오 기준 추천 수 20만을 넘어섰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국회의원 사찰’이란, 국회의원의 사생활을 포함, 일거수일투족을 수집・관리하는 행위이며, 그 과정에 공권력이 동원되기도 하는 불법적 작태를 말한다. 이런 정의는 대법원 판례에도 이미 나와 있다. 김 원내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예를 들어, 김 원내대표가 강도로 오인된 상황을 가정해 보자. 무고를 주장하는 그를 위해 누군가가 비슷한 위기에 처했던 다른 국회의원들의 상황을 수집했다면, 그는 그 행위를 두고 사찰이라는 말을 ‘겁도 없이’ 쓸 수 있을까?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한 것을 두고 사찰이라고 우기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우격다짐식 구태 선거 전략일 뿐이며, 따라서 대통령이 사과할 것은 없다. 더욱이 “민주당이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고백하라”는 그의 요구는 선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아무 증거도 없이 내뱉은 ‘좌충우돌’식 무고, 또는 핀트가 어긋난 선거 전략에 기인해 내지른 ‘아니면말고’식 헛다리에 다름 아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김 원내대표의 주장에 덮어놓고 동조할 콘크리트 지지층은 채 20%도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의 ‘좌충우돌’식 무고는 평균 30%가량으로 추정되는 무당층만 점점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그래서 헛다리다.

김 원내대표는 여론을 무시한 채 선거 전략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전수조사 여론을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으로 인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팩트 이전에 존재한 메타팩트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금융개혁이 절실한 시점에 청와대가 선택한 인물이다. 다소 과격하고 거침이 없었던 그의 과거 의원 시절 활동을 보면 그가 선택된 배경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외유 문제가 불거졌고, 그럼에도 청와대는 물론 전・현직 국회의원 대부분이 피감기관의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것이 오랜 관행임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이처럼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는 해외출장을 대부분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함께 다녀왔기 때문이다.

2013년 외유를 떠났던 예결특위 소속 의원 명단(자료:SBS 화면 캡처)
2013년 외유를 떠났던 예결특위 소속 의원 명단(자료:SBS 화면 캡처)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밀실 쪽지 예산’을 주고받은 뒤 예산안이 처리되자마자 당시 예결특위 소속 의원 9명이 해외여행을 떠났던 일이다. 장윤석, 김재경, 권성동, 안규백, 민홍철 의원은 10박11일 일정으로 미국, 코스타리카, 멕시코 등을 돌아봤고, 김학용, 최재경, 김성태, 홍영표 의원은 케냐,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돌아봤다. 그들이 외유를 떠난 목적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의 예산심사제도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물론 소요 경비 1억5,000만 원은 그들의 돈이 아니었다.

그동안 이런 어처구니없는 외유는 비일비재했지만, 국회의원 중에 이 일을 끝까지 문제 삼는 의원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결국 구태의 관행 뒤에는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들의 ‘물귀신 작전’이 있었던 것이다.

사정이 그랬다면,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외유 적폐’를 한꺼번에 세상에 내보일 생각이 아니었다면, 한국당으로서는 ‘김기식’이라는 또 다른 관행에 아예 눈을 감아버리든지, 아니면 그 밖의 다른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그렇게 하지 않고, 훌륭하게도, 또 너무도 태만하게도 정공법을 택했다.

자유한국당, 특히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당 의원들만 관행에서 비켜서 있는 것처럼 고고한 척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기식 사태가 구속 등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과거 국회의 현황에 대한 나쁜 정서와 그에 이은 전수조사 여론이 비등해 질 것이라는 점을 계산에 넣지 못했더란 말인가? 선거가 주는 압박이, 자신의 눈에 걸린 대들보는 생각도 못한 채 남 눈에 끼인 티끌만 노려볼 정도로, 그렇게 심했던가?

호랑이 등에 얹힌 전수조사

국민의 눈높이에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사퇴는 당연하다. 문제는 그의 사퇴가 불러올 연쇄작용이다. 문제가 부상하지 않았으면 모르되, 이미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이상 호랑이가 멈추기 전까지는 내릴 수도 없다.

정치권은 이 사안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빠른 시일 내에 여야 교섭단체 협의를 거쳐서 전수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고,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의원과 피감기관이 지도 관계에 있다면 지원 출장이 청탁금지법에 위배됨을 분명히 했다.

이 대열에 시민단체도 가세했다. 1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보도자료를 내고 “피감기관 지원을 통한 국회의원 출장 현황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살펴보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 우리 사회가 투명한 사회로 나가도록 한다”는 취지로 2017년 국정감사 피감기관 407개소에 19, 20대 국회의원 해외 출장 지원 및 해외 동반프로그램 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경실련이 청구한 정보에는 △기관이 출장 지원한 국회의원의 이름, △방문국 및 목적, △프로그램명 및 세부 일정, △회계처리, 영수증 등 예・결산 내역 △지원 근거, △의원의 자부담 내역, △사후보고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정보공개를 청구한 이상, 피감기관들은 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 300명을 태운 호랑이가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막 출발하려 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스트레이트뉴스
국회 본회의장 ⓒ스트레이트뉴스

김기식 전 금감원장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사퇴만으로 종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유는 김 전 원장이 19대 국회 임기 말에 쓰고 남은 후원금 5,000만 원을 ‘더좋은미래’에 기부한 행위와 피감기관 세 곳의 지원으로 다녀온 해외출장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각각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 있음’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외면하든 말든, 이제 피감기관 407개소에 대한 전수조사는 피해갈 수 없는 현안이 되어버렸다.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물줄기의 오염된 지류가 한국당의 정의로운 지적에 따라 ‘생각보다 빨리’ 부상했을 뿐이다. 가뜩이나 국회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상황, 국민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뭉기적거릴 시간이 없다. 쓸데없는 정쟁으로 시간만 허비하다 시민단체의 폭로와 맞닥뜨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경실련의 정보공개 청구를 두고 ‘사찰’이라며 우길 작정이 아니라면, 김성태 원내대표는 ‘사찰’ 따위 어깃장이나 놓을 때가 아님을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제1야당답게 당 차원의 전수조사단을 꾸려야 한다.

아울러 국회는 전수조사의 주체임을 자각하고 이 사안의 실체가 타의에 의해 까발려지기 전에 스스로 나서서 자신의 수족 전원을 조사해야 한다. 그래서 위법이 드러나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전원 사법처리하고 전액 환수 조치함으로써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 설령 이 사안으로 인해 국회가 아예 해산될 지경에 이른다 해도 말이다.

김태현bizlink@hanmail.net


주목도가 높은 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