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제재완화 원만하게 풀려야 가능

세 번째 정상회담을 추진하기까지 11년이 걸렸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에서 '정상회담 정례화'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대북제재 완화'도 함께 논의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문제는 남북 간 교감이 있으나, 합의되어있지는 않다"며 "(정례화를) 중요 의제로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지난 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지난 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남북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청와대 안팎으로 정례화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것은 정전 상태라는 남북의 특수성 속에서 관계가 뒷걸음질 치는 상황을 막고, 나아가 한반도 번영에 효율성을 꾀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는 2000년 첫 번째 정상회담에서 맺어진 6·15남북공동선언을 통해 이뤄지는듯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 방북 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이번 평양 방문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남북 간에 계속적이고 상시적인 대화의 길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두 정상은 6·15선언 마지막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명기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성사되지 않았다.

2007년 10·4남북정상선언도 마찬가지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위원장은 "남과 북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하였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가 설치되고 여기에 정상회담 정례화까지 합의한다면 금상첨화다. 남북 현안에 대해 시간 단축은 물론 상대적으로 이행력이 커진다"며 "이렇게 되면 남북 정상이 사안의 경중에 따라 직접 만나는 것부터 특사를 보내는 것까지 실용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정례화'에 미온적이었다. 시기에 얽매인다는 이유였고, 이는 정례화될 경우 주도권을 잡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측면도 있었다"며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 남북정상회담 정례화를 낙관하긴 이르다. 무엇보다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 두 정상이 서로의 '의지'를 신뢰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 결과까지 담보할 수 있어야 다른 의제도 논의가 가능한 상황이다. 비핵화 의제가 원만하게 풀리지 않으면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개선 문제에 대한 합의도 장담할 수 없다.

고위급회담 등을 통해 현재까지 논의된 회담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 ▲획기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인 평화정착 ▲남북 관계의 새롭고 담대한 진전 등이다. 이 가운데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은 대북제재가 반드시 따라붙어야 하는 의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거론되는 보상 중 핵심은 제재 완화다. 남북관계 진전 의제에서 논의할 수 있는 경제교류도 제재 완화가 선행돼야 실제 이행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북제재가 이번 정상회담의 명시적 의제가 아니더라도 어떤 형식으로든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전제 조건으로 '한국과 미국의 선의(善意)'와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언급한 데에 이번 회담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3월25일∼28일 방중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에게 자신들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한 뒤 악수 하는 모습을 보도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3월25일∼28일 방중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에게 자신들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한 뒤 악수 하는 모습을 보도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북한에 가해지는 국제사회 제재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독자 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등 세 가지다.

우리나라는 2010년 대북 투자·지원 사업 금지를 골자로 한 5·24 조치와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및 2016년 개성공단 전면 폐쇄 등을 통해 북한과의 모든 경제교류를 중단시킨 상태다.

미국은 북한의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 봉쇄,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북한 선박 운항 금지, 북한 인터넷 온라인 상품 거래 차단 등의 전방위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 및 개인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 미국 내 자산을 동결시키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시켰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모두 10차례의 대북제재를 결의했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철광석과 석탄, 수산물, 섬유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고, 주요 외화획득 창구인 북한 노동자 고용과 대북 합작투자도 막았다. 북한에 대한 연간 원유 공급 상한선도 400만 배럴(약 50만t)로 동결했으며 정유는 연간 50만 배럴(약 6만여t) 이상이 유입될 수 없도록 했다.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고강도 대북제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며 '미국 본토 타격'까지 언급했던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게 하는 동력이 됐다.

물론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요구가 있다고 해도 전격적인 대북제재 완화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까지 가야 논의가 가능하다. 우리 정부 차원의 독자제재라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되거나 충돌할 수 있어서 함부로 풀 수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남북 간의 합의만으로는 남북 관계를 풀 수 없고 북미 간 비핵화 합의가 이행돼야 남북 관계를 풀 수 있게 됐다"고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전반적인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포괄적 로드맵 정도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상회담 정례화와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남북 간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여러 사안을 다양한 형태로 논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까지 이어지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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