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취소 논의 앞두고 자진 철회
신생아 사망 책임 묻기 어려울 듯

신생아 사망사건이 발생한 이대목동병원이 지난 23일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보건당국의 지정 취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이대목동병원이 스스로 지위를 내려놓으면서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상급종합병원 '지정 취소' 결정을 위한 상급종합병원평가협의회도 열리지 않게 되면서 보건당국이 이대목동병원에 대해 사실상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3명 구속 규탄 집회를 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3명 구속 규탄 집회를 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23일 이대목동병원에 따르면 내부 논의를 거쳐 지난해 냈던 제3기 상급종합병원 신청을 철회하기로 했다.

병원측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5일 통보한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및 의료법 위반 사항 등을 포함한 현지 행정조사 결과에 대해 마감기한인 지난 18일까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제3기(2018~2020) 상급종합병원' 지정 여부를 심사하면서 "중환자실 일시 폐쇄 등으로 지정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며 '지정 보류'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1월 진행된 행정조사 결과 이대목동병원은 '신생아 중환자실(NICU) 전담전문의사 24시간 배치기준'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고 여기에 신생아 중환자실 전면 폐쇄 등 상급종합병원 평가항목 중 2개 항목을 충족하지 못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 관련 고난도 의료행위를 하는 종합병원이다. 지정 시 전문성을 인정받아 입원료, 진찰료 등 건강보험 수가 지급할 때 종합병원(25%), 병원(20%), 의원(15%)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산율(30%)을 적용받아 의료서비스 비용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의 지정 신청 철회로 국내 '제3기(2018~2020) 상급종합병원'은 전기 43개에서 42개로 줄어들게 됐다.

일부에선 이같은 결정에 신생아 사망사건에 책임을 지고 유족 아픔에 공감하기 위한 후속 조치라는 입장도 있지만, 보건당국이 이대목동병원에 대해 사실상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병원측이 복지부에 지정 신청 철회 공문을 보내면 이대목동병원 관련 상급종합병원 지정 절차는 자동으로 종료된다. 지정을 신청하지 않는 셈인 탓에 '지정 취소' 결정을 위한 상급종합병원평가협의회도 열리지 않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측으로부터 아직 지정 신청 철회 공문은 받지 못한 상태"라면서 "신청 자체가 철회되면 협의회도 개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관련해 이대목동병원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렇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제3기 지정에 신청하지 않은 이대목동병원은 향후 이번에 지적 사항을 최소 1년 이상 갖추면 제4기 (2021~2023년) 지정땐 얼마든지 신청이 가능하다. 당장 3년간 건강보험 수가 등에서 손해를 보지만 3년 후면 충족여부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지위를 되찾을 수 있다.

게다가 유·무죄 판단과 상관없이 별도 행정처분은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해 12월16일 신생아 중환자실 신생아 4명이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 도중 오후 9시32분께부터 10시53분께 사이 연달아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그러나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더라도 의사면허는 그대로 유지된다. 현행법상 면허취소는 자격정지 기간 의료행위, 사무장병원 등 의료관계법령 위반 때만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해 제3기 지정 여부를 발표하면서 상급종합병원 평가항목·배점 기준을 재설계해 진료 기능뿐 아니라 ▲사회적 책무와 윤리 ▲진료권역의 타당성 ▲기관간 진료역량 변별력 등을 반영하는 방안을 연구하기로 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