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항공 ‘일감 몰아주기’ 혐의 조사
한진 계열사 '트리온' 내세워 통행세 걷어

관세청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향해 칼날을 겨눴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파문’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로 한진그룹은 사면초가에 몰리는 모양새다.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대한항공 기내면세품 판매 과정에서 통행세를 받는 등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통행세는 유통 과정에서 중간 업체를 끼워 넣어 마진을 챙기는 것을 말한다.

민중당 서울시당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진그룹 앞에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폭력행위 의혹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마치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민중당 서울시당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진그룹 앞에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폭력행위 의혹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마치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 20일부터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기업집단국 조사관 30여명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이외에도 한진그룹 다수 계열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트리온’이라는 기내 면세점 납품업체를 내세워 통행세를 가져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리온은 기내 면세점에 납품하는 브랜드의 상당 부분을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원종승 대표이사가 대표로 있는 회사로, 조현아·원태·현민 남매도 공동 대표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석기업은 서울시 중구의 한진빌딩 본관 등 부동산을 관리하는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로 사실상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공정위는 트리온과 같이 한진 총수 일가가 면세품 수입사 에이전시 설립을 통해 통행세를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업계는 총수 일가가 관련 회사를 중간에 납품업체를 내세워 통행세를 걷는 행태가 특수한 경우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간에 에어전시를 통해 거래를 하지만 총수일가와 관련 있는 회사를 내세워 거래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며 "브랜드 단위로 에이전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 업체에 몰아주는 것은 수수료를 직접 챙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가 실제 제재로 이어질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11월에도 한진 총수일가가 일감 몰아주기로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며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했다.

당시 공정위는 계열회사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14억3000만원을 부과하는 한편 대한항공과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을 검찰 고발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부당이익을 봤다는 증거가 없다"라는 이유로 한진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관련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이외에도 다수의 계열사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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