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회담, 비핵화-항구 평화-관계 개선이 핵심의제
문대통령, 남북→북미→남북미 ‘평화협정 로드맵’ 이끈다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북의 비핵화를 향한 진전된 첫 걸음을 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회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에 의한 민족사적 사변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 3대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관계 개선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는 가장 핵심 의제로 꼽힌다.

청와대가 지난 25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새단장 한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을 장식한 미술품을 공개 했다. 사진은 김중만 작 '천년의 동행-그 시작'/ 뉴시스
청와대가 지난 25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새단장 한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을 장식한 미술품을 공개 했다. 사진은 김중만 작 '천년의 동행-그 시작'/ 뉴시스

한반도 평화의 최대 위협요소인 핵무기 제거가 전제돼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의미하는 '항구적 평화정착'과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다른 의제에서도 진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진정한 비핵화 합의는 5월 말이나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이 풀어야 하지만, 선행되는 남북 정상회담이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에서 비핵화를 위한 첫 단계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북미→남북미 정상회담 순으로 대화를 밟아나갈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전제 위에서 그리는 평화협정 로드맵의 일환이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얼마나 구체적이고 강도 높게 끌어내느냐가 중요한 상황이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이전보다 진전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비핵화 대화 국면을 조성한 것은 타결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정서를 채택했다. 기존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건설 총력 노선으로 전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일각에선 북한의 이러한 선제적 핵동결 조치 뒤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지명자 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방북 때 상응하는 보상책에 대한 일종의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1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폼페이오 방북 과정에서 북한이 이런 행동을 하면 북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 큰 것을 약속해 준다고 하는 소위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을 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결정서에서 직접 '비핵화'를 언급하지는 않은 만큼 사실상 '핵 보유국' 선언과 다름 없다는 경계론도 있지만, 핵 유예와 동결 그리고 불능화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은 비핵화로 가는 첫 발을 뗀 것이란 긍정적 평가에 힘이 실린다.

문 대통령도 지난 2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로 높이 평가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의 입구를 핵 '동결'로, 출구를 핵 '폐기'로 보고 있다. 북한의 이번 조치를 핵동결로 정의내린 것은 현 상황을 완전한 비핵화의 길에 진입했다고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선제적 조치로 형성된 우호적 여건을 바탕으로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3단계 평화협정 로드맵' 실현의 첫 단계로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평화협정 로드맵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정치적 의미의 종전을 선언하고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 내며 남북미 3국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육성을 통해 재확인될 비핵화 의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정상 선언문에 담아내는 동시에 비핵화 방법론을 구체화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관건은 비핵화의 개념과 방식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인식차를 얼마나 좁히느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궁극적으로 북미 간 합의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가 중간에서 북미간 생각의 간극을 좁혀가고 양쪽이 다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고수하고 있으며 '선(先)비핵화, 후(後) 보상' 방식이 아니면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한·미의 '동시적·단계적 조치'를 주장하고 있어 비핵화 단계별 보상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시선은 이미 '포스트 남북 정상회담'에 닿아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남북뿐만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까지 순항할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한 협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런 점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을 방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청와대에 따르면 양측은 남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관련 공조방안에 대한 의견 조율을 마쳤으며 북미 정상회담 전 한미 정상회담 개최 방안도 협의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빨리 공유함으로써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간극을 좁히는데 역할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문 대통령이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에 보여줄 남북 정상회담 결과물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 남북 간 비핵화 의제와 관련한 조율이 상당 부분 진척돼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개최를 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한미 간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해 나가야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상호간 이해 높이는 과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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