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 부산대 교수 연구팀 ‘사이언스’지 논문 게재
"지하 암반에 고압의 유체 주입으로 발생 했을수도"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계기지진 관측 사상 최대 피해를 입힌 경북 포항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 주입에 따른 ‘유발지진(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한 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학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27일 부산대에 따르면 자연과학대학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 연구팀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流體) 주입과 포항지진 간의 관계를 입증한 논문 '2017년 규모 5.4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일 가능성 평가'(Assessing whether the 2017 MW 5.4 Pohang earthquake in South Korea was an induced event)가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Science)'지에 게재됐다.

부산대 자연과학대학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 연구팀/ 뉴시스
부산대 자연과학대학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 연구팀 / 뉴시스

김광희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1월15일 포항지진(규모 5.4)이 지열발전소의 유체 주입으로 인해 발생한 유발지진이 거의 확실하다는 내용으로 지진학·지질학·지구물리학 증거를 종합해 입증한 논문을 발표했다.

김광희 부산대 교수가 제1저자 및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 논문은 고려대 이진한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서울대 김영희 교수, 고려대 김성실 박사, 부산대 강수영 연구원과 부산대 서우석 대학원생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포항지역에서 관측된 지진자료를 분석,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유체 주입 간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제시했고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인쇄에 앞서 중요 논문을 미리 온라인으로 게재하는 '우선 출간'(First Release)으로 27일자 사이언스지에 소개됐다.

일반적으로 셰일가스(모래와 진흙 등이 단단하게 굳어진 퇴적암 지층인 셰일층에 매장돼 있는 천연가스) 생산성과 지열발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하 암반에 고압의 유체를 주입해 인공적으로 틈새를 만드는 수리자극(수압 파쇄)을 실시하는데, 이때 높아진 수압으로 인해 유발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심부 지열발전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압의 수리자극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규모 3.5 이상의 유발지진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논리였다.

또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이론·경험식에 의하면 포항지진과 같은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려면 포항에 주입된 유체 양의 약 800배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김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수리자극법에 의해서도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동안 학계에서 통용된 지진규모와 유체 주입량 관계식 모델이 틀릴 수 있음을 입증해 국제적인 충격으로 다가왔다.

연구팀은 지열발전소의 유체 주입과 포항지진 간의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다음 네 가지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부산대 자연과학대학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 연구팀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流體) 주입과 포항지진 간의 관계를 입증한 '2017년 규모 5.4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일 가능성 평가' 논문과 관련, 지열발전소 유체 주입과 지진발생 시간적 상관관계를 나타낸 표/ 뉴시스
부산대 자연과학대학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 연구팀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流體) 주입과 포항지진 간의 관계를 입증한 '2017년 규모 5.4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일 가능성 평가' 논문과 관련, 지열발전소 유체 주입과 지진발생 시간적 상관관계를 나타낸 표/ 뉴시스

우선 우리나라 계기지진 목록과 2012년 이후 포항에서 관측한 지진파형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지열발전을 위한 수리자극 이전에는 포항지진 진원 부근에서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2016년 지열발전을 위한 수리자극과 함께 다수의 미소지진과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또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에 수행된 수리자극을 위한 유체 주입 이력과 같은 기간 동안 발생한 미소지진 간에 명확한 시간적 상관관계를 제시했다. 부산대에서 설치·운영한 임시 지진관측망 자료를 이용해 밝힌 전진(前震)과 본진(本震)의 발생 위치와 지열발전을 위해 건설한 생산정과 주입정의 위치와 깊이가 거의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포항지진의 여진 분포로부터 포항지진 시 재활된 지하단층의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했고, 지하 단층의 모습과 지열발전을 위해 건설된 생산정과 주입정의 위치를 비교해 보면 단층대에 직접 유체가 주입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사이언스지는 이번 호에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의 위머 교수팀이 원거리 지진자료와 인공위성 레이더 원격탐사 자료를 이용해 역시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제시한 논문을 함께 실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이라는 사실을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과학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서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돼 왔던 '유체 주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은 어느 정도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새로운 틀을 제안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유발지진 뿐만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을 이해하는데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시사점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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