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안보보좌관, 리비아식 또 거론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원해
"북상황 달라 리비아식 아닐것" 분석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비핵화'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력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속도를 맞춰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앞당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3~4주 내에 성사될 수 있다고 언급해 사실상 5월 김정은과 만남에 방점을 찍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성공적 평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당장이라도 통일이 될 것만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비핵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구체적 방식과 일정에서 북미 사이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 고조를 높였다. 초강경 매파의 안보수장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CBS 인터뷰를 통해 북핵 해법으로 '리비아' 방식을 재차 확인했다. 

리비아에 적용됐던 방식은 '선(先) 핵폐기 후(後)보상'. 어떠한 보상이나 보장도 없이 일거에 핵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일괄 타결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는 2003년 말 핵포기를 선언했고 2년 만에 관련시설 장비를 미국에 완전 이전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과 미국의 확인절차가 완료됐다. 2005년 리비아와 미국의 국교가 수교되고 리비아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완화했다. 하지만 중동 일대에 불어 닥친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으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반군에 의해 처형됐다. 

물론 핵포기와 카다피 죽음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선 핵폐기 후 보상'으로 대변되는 '리비아식'을 택하면 김정은이 카다피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리비아의 초기 핵 협상은 리비아 무장 해제를 위한 (미국 등 서방 세계의)침략 전술"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달 중국과 정상회담에서 재차 확인된 북한의 해법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다.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하고 있는 단계적, 동시적 이행방안은 대략 3단계로 나누어 1단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동결, 2단계 핵시설의 불능화, 3단계 핵폐기로 진행하고 미국은 단계별로 체제안전 보장과 협상착수, 제재완화, 평화협정과 국교정상화 등의 상응조치를 취한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원하는 비핵화 방식은 극과 극처럼 보인다. 결국 협상이 결렬되고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이 모두 과거와는 다르며 통 큰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식을 재차 확인했지만, 북한 상황은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리비아와 똑같을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실체가 있고 구체적인 것(something concrete and tangible)이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다소간의 생각이 있고 우리는 그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15년 전 리비아가 처한 상황과 북한의 상황은 다르다며 무조건적인 리비아식 해법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부시 해정부 시절 볼턴 밑에서 일했던 보좌관을 인용, 리비아식에서 얻었던 교훈을 북한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와 경제제재, 외교와 무력 위협을 포함해 이용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정치적 과업으로 선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점도 북한과 담판 가능성을 높인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재선이라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 북한과 타협점을 찾기 위해 일종의 양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리비아 방식에서도 단계적 조치 이행 중간에 미국은 외교관계 복원과 경제제재 해제 등의 보상을 줬다. 따라서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도 일종의 보상인 '단계적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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