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투자쇼크 이어 수출 18개월 만에 줄어
자동차-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 장기 부진

생산·투자 부진에 이어 지난달 수출이 18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지난달 전산업생산이 2개월 연속 감소하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생산과 투자 지표가 일제히 떨어진 가운데, 주력 품목이었던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의 수출 부진이 길어지면서 업계 전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영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4월 수출 500.6억달러(전년동기대비 △1.5%), 수입 434.5억달러(+14.5%), 무역수지 66.1억달러 흑자 기록(75개월 연속 흑자)과 관련하여, 「2018년 4월 수출입 동향」을 출입기자단에게 브리핑을 하였다./ 뉴시스
김영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4월 수출입 동향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은 500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 11월 이후 18개월 만에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이를 놓고 정부는 지난해 4월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출 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인한 일시적인 하락세라고 강조했다. 김영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54억5000만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수출과 5월 장기연휴 대비 조기통관 영향으로 지난해 4월 수출이 역대 4위 실적을 기록했다"며 "그에 따른 기저효과로 지난달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선박을 제외한 수출은 482억8000만 달러로 10.4% 증가하며 전반적인 수출 증가세는 이어가고 있다. 수출이 두 달 연속 500억 달러를 넘어선 것도 사상 최초다.

문제는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의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는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 정체와 국내 완성차 업체 생산량 조정 등으로 작년 보다 8.6%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은 올해 2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수출 부진은 광공업 생산 부진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전산업생산을 보면 자동차 수출 회복이 지연되면서 완성차와 관련 부품 생산이 감소해 자동차 생산은 전월 대비 3.7%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조선 등 전방수요산업이 부진하면서 기계장비 생산도 4.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자동차 생산은 내수와 수출이 반반 정도다. 그런데 내수 성장률은 차이가 거의 없어, 수출에 따라 자동차 산업이 좋거나 나쁜 모습을 보이는데 최근에는 수출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출하는 지역이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이다. 최근 미국 수출이 그리 만만치가 않다"며 "완성차 수출이 잘 안 되니 완성차 생산이 안 되고, 그러다보니 부품도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도 중국의 LCD 생산 확대에 따른 큰 폭의 단가 하락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에 있다. 무선통신기기도 신형 스마트폰 출시 동력 약화와 베트남·중국 등 해외 현지생산 및 부품 현지조달 확대로 7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를 지속 중이다.

반도체에 의존하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2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 실적도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환율 하락 등 대외적 요건도 녹록치 않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는 68.8%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국과 미국은 한국 교역 1, 2위 국가로 수출의 36.7%, 수입의 31.1%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9%였다. 통상압박으로 중국 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어든다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역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0.9% 감소하면 우리나라의 수출도 0.0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 하락으로 우리 기업의 수익과 직결되는 원화표시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감소했다.

김영삼 실장은 "정부는 환율 1050원대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그 이하에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긴급대책을 수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향후 경기에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이 상존한다고 보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에 따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세계경제 개선세 지속, 투자심리 회복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은 위험 요인이다.

이 밖에도 한국GM 등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의 여파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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