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 저장성)=신화/뉴시스】9일(현지시각)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저장대학교에서 인공지능과 카메라를 탑재해 탁구공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경기를 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 공개한 가운데 로봇이 탁구를 치고 있다.
【항저우(중국 저장성)=신화/뉴시스】9일(현지시각)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저장대학교에서 인공지능과 카메라를 탑재해 탁구공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경기를 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 공개한 가운데 로봇이 탁구를 치고 있다.

 

# 상하이에 본사를 둔 이투(Yitu Technology)는 지난해 미국에서 얼굴인식기술로 인공지능(AI) 관련 대회 2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원래 이투의 얼굴인식기술은 중국 정부가 모은 정보를 사용하는 법집행 관련 시스템에 사용된다. 이투는 15억명 넘는 인물사진을 포함하는 '세계 최대의 초상화 시스템(portrait system)'에 기반한 기술로 미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투의 실리콘밸리 리서치를 이끄는 위쉬앙은 "우리 얼굴인식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부문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 선전에 위치한 마롱(Malong Technologies)은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을 막대한 중국 데이터에 적용했다. 패션쇼 사진 수 십 만장을 분석해 의류산업의 기업고객을 위한 트렌드를 알려주는 식이다. 현재 이 기업은 미국에서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들과 협업해 이러한 기술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맷 스캇 마롱 공동창업자는 "중국에는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데이터, 더 많은 비즈니스가 있다"며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출신인 스캇은 "중국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가지고 전 세계에 기술을 수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러한 알고리즘 기업들이 이른바 '빅데이터' 시대의 경제적 리더십을 잡을 전쟁터에서 선봉에 섰다. 미국이 이 전쟁을 현재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을 바싹 좇아가는 형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심층분석 기사를 싣는 빅리드(Big Read)란에서 "중국과 미국이 빅데이터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며 "AI 군비 경쟁이 치열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2030년 AI 시장의 리더가 될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경쟁은 누가 데이터를 더  능숙하게 다루고 조종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FT는 전망했다. 

◇ "AI 리더가 10년 후 군사 최강국될 수도"

으레 AI 혁명이라고 하면 로봇이나 드론(무인비행기)이 인간을 대신해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하지만 AI는 예상보다 덜 가시적으로 발전하며 데이터를 가장 잘 조작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특히 머신러닝(기계학습) 시스템은 거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찾으며 오늘날 AI의 최선봉에 서있다. 글로벌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일부 기업들은 머신러닝 중에서도 딥러닝(depp learning)을 통해 매출의 최대 9%를 창출할 수 있다. 이 처럼 경제적 가치만 수 조 달러에 달하는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이 분명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마이클 추이 맥캔지 파트너는 "글로벌하게 본다면 우승후보가 미국과 중국 둘 뿐인 게임"이라고 비유했다. 

특히 중국의 AI 열풍은 국가주도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섭다.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은 2025년까지 제조업 강국대열에 들겠다며 AI를 중요한 핵심산업으로 만들고 2030년이면 AI를 주도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의 맹추격에 트럼프 행정부는 바싹 긴장하며 수성전략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위협이라는 이유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통신장비로 중국산을 퇴출시키는 행정명령을 수일 내로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로펌 폴헤스팅스의 로버트 실버스 파트너는 "미국 정부가 중국 정부와 기술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 국가안보부에서 사이버정책 보좌관을 지낸 실버스는 "미국은 AI 관련 기술에 대해 국가의 경제적 혹은 기술적 우위 뿐 아니라 국가안보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사이 AI 경쟁이 심한 이유는 AI가 새로운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는 데에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AI기술은 수 십대의 드론부대를 거느리고 스파이드론이 찍은 사진을 분석하고 무인수상정을 통제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실리콘밸리 소재 AI 스타트업 프라이머의 숀 굴리 창업자는 AI 지배력이 전쟁에서 큰 변화를 불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머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벤처캐피털 사업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굴리 프라이머 창업자는 "글로벌 파워의 순서가 바뀔 수 있다"며 "AI 부문에서 최고가 앞으로 10년 동안 강력한 위치에 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 中, 막대한 데이터 선점…민간과 콜라보 활발

전문가들에 따르면 AI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려면 △고도화한 알고리즘 △특화한 컴퓨팅 하드웨어 △머신러닝시스템이 의존하는 막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아직 미국이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알고리즘 부문에서 중국이 코딩 혹은 엔지니어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미국은 AI의 심장을 다스리는 기초학문 연구와 수학에 매진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미국과의 알고리즘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 최근 중국 알리바바의 AI부문은 올해 읽기 능력시험에서 MS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또, 전 세계 인공지능 경연의 장인 '이미지넷 이미지인식 대회(이미지넷)'에서 다수의 중국 연구자들이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갑자기 트럼프의 보호주의에 막힌 감이 있지만, 오히려 자생력을 더욱 키우는 동력이 되고 있다. 데이터라는 면에서는 중국이 미국보다 우위를 점한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사실상 주민을 통제하고 있어 주민 정보를 독점하며 이를 이용하는 데에 거의 제한이 없다. 안면인식 기술로 무단횡단을 단속하기도 한다. 제임스 마니카 맥킨지 파트너는 "데이터가 풍성한 곳에서 특화한 AI 프로그램은 더욱 완벽해진다"고 말했다. 

중국의 막대한 데이터는 이를 활용할 경제적 기회 역시 풍부하다는 의미다. 중국 기업들은 AI 기술로 교통신호를 조정해 앰뷸런스 도착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스마트시티 건설을 계획한다. 중국에서는 정부와 민간 기업이 막대한 규모로 일종의 콜라보레이션(공동작업)을 벌인다는 점에서 미국과 다르다고 FT는 지적했다. 중국 AI기업 이투의 위 리서치 소장은 "전반적으로 중국의 기술현장은 더 역동적"이라며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품을 적용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AI는 경제적 모멘텀과 더불어 국가적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FT는 강조했다. 자본과 산업정책이 융합된 정부 주도형 전략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중국의 거대한 민간기업들과 함께 진행된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국가적 수준에서 아젠다는 없다. 한 실리콘밸리 투자자는 "미국에서 AI와 로봇과 관련한 국가적 방향은 없다"며 "완전히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4차산업혁명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