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북화해 무드 속 처리 난감
'표현의 자유'에 강제 중단 어려워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로 군사분계선(MDL) 일대 대북 확성기가 지난 1일 철거된 가운데, 정부가 대북 전단살포 문제를 두고 민간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어 이 문제를 어떻게 협의해 나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남북 정상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쟁 위험의 실질적 해소를 위한 이행 조치로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한다'고 합의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해 6월22일 새벽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문수산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 전단에는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를 잔인하게 고문 살해한 김정은 정권의 반인륜적 야만행위를 규탄하는 내용 30만장과 1달러 지폐 2000장이 들어있다"고 전했다./ 뉴시스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해 6월22일 새벽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문수산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 전단에는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를 잔인하게 고문 살해한 김정은 정권의 반인륜적 야만행위를 규탄하는 내용 30만장과 1달러 지폐 2000장이 들어있다"고 전했다./ 뉴시스

이에 통일부는 MDL 일대에서 전단 살포를 중지하기로 한 남북 합의의 취지를 살펴 "민간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중단에 적극 협력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일부 민간단체들이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 신체와 생명에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을 경우 국가기관이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표현의 자유 보장을 전제로 깔고 있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4년 10월에는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수십여발 발사해 이 중 1발이 남측에 떨어지며 긴장이 고조됐다. 또한 북한은 전단 살포 행위가 민간의 영역이라는 점을 인정하려 하지 않으며 남북 간 회담 등이 있을 때마다 '비방중상 중지'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해왔다.

이에 정부는 민간단체에 대북전단 활동 자제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민간단체는 국가의 대북전단 살포 방해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법원이 대북전단 살포 행위로 인근 지역 주민의 안전에 위협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국가가 이 활동을 제지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이 활동이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점도 언급함으로써 이후에도 관련 단체의 활동은 이어져왔다.

전단 살포 중지는 MDL 인근 긴장 완화 및 상황 관리 차원에서 남측에게도 득이 되는 것은 맞지만 정부는 어느 수준까지 통제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민간의 영역인 만큼 대북전단 활동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관련 단체의 협조를 최대한 구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일 "관련 단체들과 만나 남측 주민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우려가 없지 않은 만큼 전단살포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전반적인 남북관계 상황 (개선) 측면에서 전단 살포를 자제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데, 어쨌든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현재로써는 자제 요청 작업에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지난달 23일 0시를 기점으로 군사분계선 일대 대북 확성기를 중단했다. 북한도 현재 군사분계선상에 있는 대남 확성기를 모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확성기는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재설치된 후 약 8년 만에 철거됐다.

이와 함께 대북 FM 라디오 방송인 '자유의 소리'도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의 소리는 국방부가 대북 심리전 수단으로 제작해 송출하는 대북 선전방송이다. 자유의 소리는 지난 2004년 6월15일 0시를 기해 남북간 합의에 따라 대북확성기 방송과 함께 중단됐으나,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2010년 5월부터 다시 방송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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