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용에 대한 두려움과 오해
통일, 분단비용을 더한 통일편익으로 계산해야
세금과 기금에 더해 국제금융기관 투자유치도 가능

"산림 협력 분야는 북쪽이 가장 필요로 하고, 우리로서도 경험이 많이 쌓인 분야라 우선 활동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의 발표다. ‘판문점 선언 이행 추진위원회’는 남북정상회담 직후 개최한 회의에서 남북 간 첫 교류사업으로 산림 분야 협력을 선정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산림녹화사업의 경험을 여름철 홍수 피해로 몸살을 앓아온 북한에 이전하겠다는 의도다. 인도주의 차원의 협력사업이라, 유엔의 대북 제재와 관계없이 추진할 수 있다.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산림녹화사업(자료:국가기록원)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산림녹화사업(자료:국가기록원)

벌거숭이 산을 녹색 숲으로 대전환시킨 조림사업은 남한이 일가견이 있다.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이다.”(FAO, 1982), “한국의 조림사업은 세계적인 자랑거리이다.”(UNEP 사무총장, 2008) 등 세계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보수층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대북 퍼주기’와 같은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남북교류사업이 활성화될수록 세금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통일비용’이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한반도 평화 무드에 ‘비용’이라는 경제적 장애가 돌출되고 있다. 통일은 대박일까, 쪽박일까?

통일비용에 대한 두려움과 오해

국회예산정책처는 ‘남북 교류 협력 수준에 따른 통일비용과 시사점 보고서(2015)’에서 남북한이 2026년 통일할 경우 2060년까지 2,316조 원의 통일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2016)’에서는, 국민 3명 중 1명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50.8%는 “통일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답했고, 아예 “통일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도 32.8%에 달했다.

2,316조 원의 통일비용과 통일에 대한 국민 의식의 배경에 두려움과 오해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2009년 베를린 장벽 철거 20주년을 앞두고 실시된 어느 조사에서, 설문에 참여한 독일인 중 15%는 “통일된 독일보다 분단 시절이 더 행복했다”고 답했다. 동독인들은 서독에 비해 열악한 생활수준에 의한 상대적 박탈감을, 서독인들은 통일로 인한 과도한 비용과 세금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 마주선 동독과 서독(1989.11.)(자료:dailymail)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 마주선 동독과 서독(1989.11.)(자료:dailymail)

독일의 통일비용 지출액이 과도했던 것은 사실이다. 점진적 통일이 아닌 서독 주도의 흡수통일로 미처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서독은 9,800억 유로(약 1,270조 원)를 지출했다. 이 금액은 당시 독일 총생산량의 절반 수준이었다. 더욱이 대부분 세금과 기금 위주로 충당돼 국민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두려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통일에 대한 오해 역시 두려움을 부추기는 데 한 몫 한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달 25일 EBS의 한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통일비용은 북한 경제가 붕괴하면서 흡수통일론이 부각된 이후부터 나오기 시작한 개념”이라며 “일본이 남북한의 통일비용을 계산하면서, 현재 한국의 재력으로는 1년 예산을 북쪽으로 퍼부어야 하는데 감당할 수 없다. 통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했다”고 밝혔다.

흡수 통일된 독일의 사례를 근거로 일본이 산출한 통일비용이 통일 부정론의 출발이었다는 설명이다.

통일비용보다 통일편익

통일비용은 일정 기간 동안 통일에 수반되는 경제적, 경제외적 비용의 총합을 말한다. 통일비용에는 정치, 행정제도, 금융, 화폐 통합비용 등 ‘제도통합비용’, 치안, 인도적 차원의 긴급구호, 실업 등 ‘사회문제 처리비용’, 산업 인프라, 생산시설 구축 등 ‘경제적 투자비용’이 포함된다.

통일을 비용의 측면으로만 바라보면 부정적인 결론만 확대될 뿐이다. 통일편익, 즉 통일로 인해 얻게 되는 경제적, 경제외적 보상과 혜택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다.

통일편익은 통일비용과 분단비용의 비교에서 예측할 수 있다. 분단비용이란, 분단 상태가 지속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경제외적 비용의 총합을 의미한다. 국방비 지출, 외교비용, 소극적인 외국인투자, 이념 교육비용 등 ‘경제적 비용’, 이념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국토 불균형 발전, 이산가족의 고통, 전쟁공포 등 ‘경제외적 비용’이 포함된다.

통일편익의 몇 가지 사례를 통일로 인해 발생하는 적극적 이득과 분단비용 절약 관점에서 살펴보자.

최대 10조 달러의 부존자원

먼저, 적극적 이득 중 가장 큰 것은 북한의 지하자원이다. 2008년 기준, 통계청은 북한 지하자원의 잠재가치를 7,000조 원으로 추정했다. 광물자원 관련 업계는 최소 3,200조 원, 최대 1경1,700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는 금속광 260개소, 비금속광 227개소, 석탄광 241개소 등 728개소의 광산이 운영되고 있다. 매장되어 있는 300여 종의 광물자원 중 140여 종은 효율적인 투자만 이뤄진다면 단기간 내 상업화가 가능하다. 마그네사이트와 철광석, 금의 매장량은 세계 최대이고, 텅스텐, 티타늄 등도 높은 부존량을 자랑한다.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반드시 필요한 희토류 역시 다량 존재한다.

이에 대해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통일한국, 북한 리스크에 대한 재평가 보고서(2009)’에서,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이 북한의 지하자원 및 노동력과 결합할 경우 통일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30~40년 이내에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경제지 쿼츠(Quartz)가 북한 광물자원의 가치를 최대 10조 달러로 진단하기도 했다.

황해도 북쪽 지역에 위치한 광산(자료:NAUTILUS)
황해도 북쪽 지역에 위치한 광산(자료:NAUTILUS)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처럼 막대한 가치를 지닌 자원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 재정과 인프라, 산업수요 등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고 해외투자도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우물에 불과한 하베스트 유전을 4조 5,000억 원의 국민 세금으로 매입하는 등 이명박 정부 당시 포스코, 석유공사 등을 앞세워 추진했던 자원외교를 떠올리면, 북한의 광물자원이 가진 통일편익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분단비용 절약 관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매우 큰 통일편익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국제사회가 한국경제를 저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주요 요인은 남북의 대치 상황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tandard & Poor's), 무디스(Moody's), 피치(Fitch)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은 한국경제의 신용등급을 매길 때 남북의 대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적이 없다. 경제적으로 폐쇄된 국가가 아닌 이상, 국가와 기업은 각종 자금을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차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타국에 비해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하게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현장(자료:foxnews)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현장(자료:foxnews)

통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한 추가 이자비용이라는 분단비용은 고스란히 통일편익에 포함된다.

이에 대해 글로벌 투자은행 중 하나인 JP모건은 ‘정상회담에 따른 한국 증시의 잠재적 결과와 함의’ 보고서에서 “북한 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의 주식시장을 저평가 받게 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온 만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주식시장의 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당장 남는 편익, 군비 감축과 또 다른 기회비용의 창출

분단비용 절약 관점에서, 군비 감축 역시 중요하다. 현재 남북이 가동 중인 정규군은 각 60만 명, 130만 명이고, 연간 투입되는 군비는 각 40조 원, 10조 원가량이다. 총 190만 명의 정규군과 50조 원의 군비를 줄이면 어느 정도의 편익이 발생할까?

유명 인문학 강사 최진기는 지난 1일 MBC에 출연해 독일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통일이 되고 독일이 군사비를 합쳐서 22.5% 줄였다. 우리도 그렇게 줄이면 39조 원의 국방비가 남는다”며 “100만 명이 감축되고 그들이 1년에 2천만 원씩 소득을 올리면 20조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했다.

군비 감축뿐 아니라, 또 다른 기회비용까지 통일편익에 포함시킨 것이다. 매년 59조 원, 10년이면 590조 원이다. 이 편익을 경제발전이나 복지 등 다른 부문으로 돌린다면 엄청난 기회가 생겨날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60년경 북한 개발에 다른 남한 지역의 생산유발효과는 3,650조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683조 원, 취업유발효과는 2,953만여 명으로 추산됐다.

통일준비위원회도 2050년 통일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3,808 달러에 이르러 주요 20개국(G20) 중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수한 노동력 확보 및 시장의 확장

우수한 노동력 확보 및 시장 확장은 통일편익 중 적극적 이득이다. 통일은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8,000만 명이라는 내수시장을 가져온다.

북한의 노동력은 중국이나 베트남 노동자들에 비해 성실하고 동일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우수하다. 그 우수성은 이미 개성공단에서 입증된 바 있다. 우리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처음 입주했던 지난 2005년, 남북교역액은 10억 달러였지만, 폐쇄 직전이던 2015년의 남북교역액은 27억 1,400만 달러였으며, 해마다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내수시장 확장은 경제적 내성에 유리하다. 미국과 일본이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는 저력은 각 3억3,000만 명, 1억3,000만 명에 이르는 내수시장으로부터 나온다. 8,000만 명의 내수시장을 가질 통일한국의 힘은 시장의 확장뿐 아니라, 수출 주력이던 남한의 경제 체질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위력적이다. 덩달아 인구 감소와 노령화 문제도 해결의 전기를 맞을 수 있다.

통일한국은 세계적인 비즈니스의 장

이 외에도 선박으로 들여오고 있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들여오거나 유라시아 철도 이용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강화 등 수많은 통일편익이 가능할 전망이다. 특기할 것은, 6・25 한국전쟁 이후 끊임없는 소모적 논쟁과 국론분열을 불러일으키며 거대한 사회적 비용을 집어삼켰던 이념대결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계산 상 현재 우리 국민 국내총생산(GDP)의 6~6.9%를 투자하는 동시에 분단비용에 투자하는 4~4.4%를 아낄 수 있다. 따라서 순수한 통일비용은 2~2.6%가 든다.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을 1조5,000억 달러로 치면, 300~390억 달러로 북한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이 정도 투자로도 북한은 연간 11.25%의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했다.

그마저도 전액 우리 국민의 세금이나 기금을 투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금융기법을 동원해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관의 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외투자를 활성화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진리췬(金立群) 총재(자료:Reuter)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진리췬(金立群) 총재(자료:Reuter)

실제로 우리 정부는 이들의 북한 투자를 유도하고, 별도의 신탁기금(Trust Fund)을 만들어 북한 개발을 주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와 관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진리췬(金立群) 총재는 최근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송영길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북한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비회원국이지만, 이사회 승인을 거쳐서 금융 지원이 가능하다. 비핵화가 진전될 경우 지원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향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통일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통일비용이 통일 이후 일정 기간 동안만 투입되는 비용인 반면, 분단비용은 분단이 지속되는 한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비용이다.

통일에 대한 두려움과 오해는 분단비용에 대한 고려 없이 통일비용만 산출한 데 기인한다. 통일비용에서 분단비용을 제하고, 거기에 통일편익까지 더한다면, 그리고 통일비용 전액을 우리 세금이나 기금에서 지출하는 대신 일정 부분 국제금융기관과 해외투자자 유치로 채운다면, 전쟁이 종식되는 통일한국은 세계적인 비즈니스의 장으로 기능할 것이다.

'칼을 쳐서 쟁기로 만드는' 세기의 대역사는 우리 세대가 해내야 하는 사명이다. 평화를 염원하는 인류의 성원이다. 두려움을 가질 이유, 전혀 없다.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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