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하자 몸이 돌아왔다. 한동안 남의 몸뚱이를 끌고 다니며 억지로 일을 시키는 듯싶었는데, 이제 온전히 내 몸을 부리는 것 같다.
사월 들어 어제까지, 비 오는 날 빼고 십육 일 일했다. 주로 철근을 엮거나 농로를 포장하는 일이다. 한계를 무시하고 밀어붙였더니 짧은 시간에 노가다형 육체가 만들어졌다. 어깨와 등 근육이 팽팽해졌고 배는 쏙 들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여기저기 욱신거리고 밤이면 곤히 잔다. 그동안 주댕이로 먹고산 값을 치르는구나 생각하면 몸에서 흘러내리는 육수가 차라리 개운하다.
오늘은 해가 비쳤지만 친구의 결혼잔치가 있어서 하루 빠졌다. 쉬는 날이자 노는 날이다.
아침 여덟시 반에 관광버스 한 대가 하객들을 가득 싣고, 전주에 있는 예식장으로 출발했는데 집에 돌아온 것은 저녁 여섯시.
한 시간 거리를 에둘러 오느라 몇 시간이나 걸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럴 때 놀지 못하는 것은 인생의 낭비다.
열혈 할매 댄서들이 관광버스 기사에게 떡과 음료수를 수시로 건네며 아저씨 천천히 가요, 주문하는 까닭은 오로지 놀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그저 축의금 내고 눈도장이나 찍으면 아니 감만 못하지 아니한가.
어차피 쉬어가는 김에 최대한 열렬히 놀아야 한다. 막노동과 막춤, 그러나 이곳이 인생의 막장은 아니다. 사기 치지 않아도 생계가 유지된다는 것은 삶을 존경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십 년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고 백 년 후를 도모하는 사람이 있다. 난 하루하루 살아간다. 탁월한 기획력으로 멀리 내다보는 이와 견주어 모자라다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나의 하루는 금쪽같아서 먼 훗날의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 내게는 지금의 하루가 천 년이다. 맑은 정신으로 순간순간을 음미하며 살아갈 날이 얼마나 되겠나.
몸, 썩기 전에 아낌없이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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