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심사담합 의혹 등 분쟁조정 제기
업계"계룡건설에 수주 내줘 자존심 상한 듯"

한국은행 통합별관 신축사업이 설계-시공사를 선정하고도 계약이 4개월 넘게 늦춰지면서 2020년 6월 완공 목표가 차질을 빚고 있다. 수주전에서 탈락한 삼성물산이 발주자인 한국은행을 내세워 조달청의 입찰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통합별관 설계 조감도./사진=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제공
서울 중구 한국은행 통합별관 설계 조감도./사진=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제공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획재정부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조정위)는 한은 통합별관 신축공사의 계약분쟁의 요건을 심사, 이달 중순 첫 소위원회를 열고 조달청의 낙찰자 결정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는지 등을 본격 심사하게 된다.   

이 사업은 조달청이 지난해 7월 실시설계 기술제안 방식으로 발주, 11월 계룡건설산업과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3개사가 설계심의를 통과하는 데 이어 12월 계룡건설산업이 낙찰예정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탈락사 중 삼성물산만이 조달청 입찰과정에 심사과정의 로비의혹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발주자인 한국은행도 삼성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고 조달청에 이의를 제기, 계약이 늦춰졌다. 

한국은행과 삼성물산이 제기하고 있는 낙찰예정사 선정의 의혹은 ▲기술심사과정에서의 입찰담합 ▲입찰참가제한 적용 여부 ▲예정가격 초과 논란 등 세 가지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먼저 이번 입찰에서 조달청의 기술심사가 48개 항목 중 45개 부문에서 서로 다른 심사위원들의 환산점수가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일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물산은 이를 두고 심사위원간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담합의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또 삼성물산은 입찰 예정가격인 2829억원보다 580억원 낮은 2242억원을 제시하는 등 가격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설계심사에서 밀린 것은 심사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계룡건설은 당시 2831억원을 제시했다. 예가초과는 국가계약법령 위반이라는 게 탈락자인 삼성물산과 발주자인 한국은행의 입장이다. 

특히 삼성물산측은 계룡건설의 입찰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계룡건설은 지난 2010년 부산대병원 공사 심의 과정에서 조달청 심사위원에게 부정당업자 제재(입찰참가제한)를 받은 까닭에 입찰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한은 통합별관 재건축 입찰을 둘러싼 삼성의 강한 이의 제기에 업계는 의외라는 평가와 함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달청은 삼성물산이 한국은행을 내세워 계약에 문제를 삼았을 때 계약법령 상 문제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한국은행에 밝혔다"면서 "한국은행이 이를 묵살하고 국가계약분쟁조정위에 조정을 의뢰한 것은 조달청의 낙찰예정자 선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물산의 이의 제기는 공공부문 일감난에 직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면서도 "턴키와 대안 등 대형사업 입찰에 소수 업체만이 참여, 독과점하는 현실을 잘아는 삼성물산이 심사과정의 투명성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성이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에 가장 큰 피해는 한국은행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 입주한 상태로 월 임대료만 1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입찰 결과 후 올초부터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논란이 커지면서 오는 2020년 입주가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다. 

조정위가 삼성물산의 분쟁 조정을 기각할 경우 원 입찰자인 계룡건설과 계약은 문제가 없지만 법적 강제성은 없는 만큼 삼성물산이 이에 불복해 소송에 들어갈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업체간 갈등은 물론 기재부와 조달청 등과도 얽혀 있는 만큼 문제 해결이 속도가 날지 모르겠다"며 착잡한 심경을 내비췄다. 

한편 한국은행 통합별관 신축공사는 1964년 건립된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 본과과 제1별관, 제2별관을 수선·증축하는 프로젝트로 국가보안시설(설계도면 3급비밀)에 해당돼 1개 건설사만 단독으로 입찰 가능하다. 공사비는 약 3600억원 규모로 공공 건축공사로는 대어급인데다 중앙은행의 본사라는 상징성 때문에 대형건설사들이 자존심 건 한판 승부가 입찰 전부터 치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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