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주도…삼성 개혁 드라이브
삼성증권·바이오로직스·생명 등 제재 수위 관심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를 주도했던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취임식을 갖고 정식 업무에 돌입했다. 재벌 개혁에 대해 평소 강경한 기조를 보여 온 윤 원장은 우선 삼성그룹 계열사 관련 사태 처리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에선 윤 원장이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착오 사태 등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거센 압박과 고강도 제재를 점치는 전망이 늘고 있다.  

[사진1]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13대 금감원장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사진1]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13대 금감원장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윤 원장은 각종 금융계 현안에 개혁적인 목소리를 낸 대표적 진보 성향 경제학자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서 금융위원회가 난색을 보였던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를 주도한 바 있다. 

당초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차명계좌'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현행법상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어렵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하지만 혁신위는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최종 혁신안을 발표했다. 윤 원장은 당시 "물론 입법 정비가 먼저지만 정부의 잘못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만큼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금융위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금융위는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했으며 이건희 차명계좌가 과징금 원천징수 대상이라는 결과를 근거로 지난달 약 3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재 삼성그룹은 다양한 금융현안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유령주식 배당 사고로 논란을 일으켰던 삼성증권의 경우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어떤 형태로든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 참여인원은 일찌감치 20만명을 돌파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으며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된 소액주주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검찰도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한 상태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지켜본 뒤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어서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검찰 수사의 강도와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가할 수 있는 기관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 ▲영업정지 ▲등록취소 등 5단계가 있다. 이번 유령주식 배당 사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어서 제재 수위를 쉽사리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오면 삼성증권의 자체적 징계 수준도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서는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며 제재 방침을 통보한 상태다. 고의적 분식회계가 인정되면 과징금 추징 등과 함께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검토, 대표이사 해임권고 및 검찰 고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과 관련, 입법 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선제적 대응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사실상 삼성생명의 계열사 지분 매각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계열사 지원의 대표 사례로 삼성을 꼽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윤 원장은 "정부가 그간 자본시장을 육성하려 여러 노력을 했지만 잘 안 되는 이유는 재벌과 관련이 있다"며 "굵직한 금융회사들은 다 재벌이 갖고 있는데 재벌은 먼저 나서진 않고 문제가 생긴 뒤 필요하면 도와준다. 그래서 그 시장이 발전을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원장에 대해 "재벌과 관료들, 김기식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날 것이라는 제 생각이 맞았다"며 "그 호랑이가 바로 윤석헌 교수였기 때문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금융혁신 재벌개혁의 속도를 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는 평을 내렸다. 

그는 "윤석헌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 위원장으로 역할을 맡아 특유의 온화함과 뚝심 있는 리더십으로 매우 강도 높고 알찬 혁신안을 만들어냈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관료들의 저항이 무엇인지도 알고, 혁신의 방향을 직접 만든 사람인만큼 이 시대 금융개혁의 최적임자라고 생각된다. 많은 기대를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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