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대북보상 中공감대···미국 의식한듯
22일 한미 정상회담서 트럼프 설득이 관건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3단계 평화협정 로드맵'을 본격 가동했다.

남·북·미 3국 중심의 대화 국면에 중국이 가세하면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절충점을 찾기 위해 막판 조율에 힘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일본 도쿄 임페리얼 호텔에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일본 도쿄 임페리얼 호텔에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보상방식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는 미국을 의식해 중국과 보조를 맞춘 것으로, 중국의 도움 없이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일본 도쿄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할 경우 체제 보장과 경제 개발 지원 등 밝은 미래를 보장해 주는 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3단계 평화협정 로드맵'의 실현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중국을 간과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 선언을 이루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합의하며 이를 발판으로 정전협정 체결 주체인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평화협정 로드맵이다.

특히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같은 한·중 간 형성한 공감대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시키는 것이 '북미 비핵화 담판'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북한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과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문 대통령의 외교력이 절실해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까지 비핵화 대상에 넣어 영구적 폐기(PVID)를 요구하는 등 '비핵화 허들'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에 상응하는 대북 보상책을 쉽사리 수용할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란 핵협정까지 파기하면서까지 대북 압박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영구적인 핵폐기가 선행되지 않으면 보상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7일 전용기를 타고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방문,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다롄 회담'을 갖고 행동 대 행동으로 비핵화와 상응하는 보상이 '동시적·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아직도 북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방문을 보도했다. 사진은 김(왼쪽) 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방문을 보도했다. 사진은 김(왼쪽) 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중국 CCTV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주석에게 "조(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유관 각국이 단계별로 동시적으로 책임 있게 조처를 하며 조선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추진해 최종적으로 조선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말은 '비핵화가 이뤄진다면'이라는 전제가 있고, 거기에 따라서 국제사회도 북한의 경제개발 지원 등에 대해서 같이 동참하고, 북한이 체제 보장 문제 등에서도 안심할 수 있도록 해줘야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전격적인 방중으로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지 40여일 만에 다롄에서 재차 시 주석을 만난 것은 긴밀한 협력의 모양새를 취해 북중 우호협력 관계를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영향력을 과시함으로써 향후 북한 비핵화 국면에서 한·미와 함께 핵심 당사국으로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발신했다는 평가다.

이에 미국 측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귀국하자마자 시 주석과 통화를 하며 북중 정상 간 2차 회동 결과를 들었다.

미중 정상은 통화에서도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안보에 대한 우려도 일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에 책임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도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에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때까지 대북제재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행 조치가 수반되지 않은 초기 단계의 비핵화 합의 선언만으로는 대북제재를 해제할 생각이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미국 독자제재의 영향권에 있는 중국까지 압박하기 위한 의도까지 있다는 분석이다.

한 관련업계 전문가는 "미국과 중국 중에서 어느 쪽이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도권을 쥐는가 하는 부분은 미중 관계의 미래와 연결돼 있다"며 "중국은 북중 관계를 미중 간 힘겨루기에서 하나의 카드로 보고 있으며,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북미 정상회담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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