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15개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선안 끌어내
현행법으론 끼워팔기-차별행위 등 제재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 개혁’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장선 결과, 지난달까지 15개 재벌이 소유·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 내용을 두고 재계에선 "시장에 오랫동안 문제가 됐던 편법행위를 뒤늦게 정상화하거나 현행 규제 또는 향후 강화될 규제를 염두에 둔 최소한의 노력이 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공정위는 바람직한 지배구조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실질적인 재벌개혁의 성과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벌 개혁은 경제 투명성은 물론, 경제성과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무술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무술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재벌 개혁의 당위적 필요성뿐만 아니라 ▲엄정한 법 집행으로 일감 몰아주기 해소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 억제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주주의결권 확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범위와 권한 강화) 도입이라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대통령의 재벌 개혁에 대한 이례적인 언급에 따라 임기 초기 재벌의 자율적인 변화를 강조했던 공정위도 발 빠르게 개혁에 앞장섰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초기, ‘을의 눈물’을 닦아 주는 데 집중했다. 치킨·피자·커피·분식·제빵 분야 50개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마진율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내용의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식자재를 공급하면서 매입단가에 중간 이윤을 붙여 가맹금을 받지만 중간 이윤 부가 여부나 규모 등의 정보는 사전에 제공되지 않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가 상품대금을 부당하게 깎거나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보복행위등에 대해서는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을 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납품업체 인건비가 상승분을 하도급 대금에 반영하는 길도 마련했다.

가맹과 유통분야에서 공정위가 나서서 법 제도 개선에 앞장선 것과 달리 재벌들에는 자발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각 기업의 문제는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각자 적합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대그룹 경영진과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정책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대그룹 경영진과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정책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따라 지난달까지 15개 재벌이 소유·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대기업 소유지배구조 개편 방향은 크게 소유구조 개선과 내부거래 개선,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소유구조 개선을 추진 중인 기업으로는 올해 안에 순환출자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이 있다.

대림은 상반기 중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켐텍, 에이플러스디의 계열거래를 중단하고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에이플러스디 지분을 처분하기로 했다.

SK와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전자투표제와 사외이사 추천을 각각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각 기업이 개선안을 마련한 것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한계도 분명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제도를 바꾸고 기존에 있는 법을 고치는 진정한 의미의 재벌 개혁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도 기존 공정거래법 체계로는 끼워 팔기나 차별행위 등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제재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총수(동일인) 지정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기준 변경 등과 지주회사에서 자회사 지분율과 부채비율 요건 개편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해외계열사 관련 공시의무를 강화하고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지분율을 높이고 부당성 입증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다룰 계획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현 상황에서는 경쟁법의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한 측면에서 경쟁법의 정합성과 완결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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