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 법 개정안 심사 재진행
이통사·시민단체·정부 외 알뜰폰업체도 참석
심사 통과하면 9월 국회 통과 남아있어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11일 재진행한다.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한 이동통신사업자와 정부·시민단체 간 찬반 여론이 팽팽한 가운데 규개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규개위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 9층 대회의실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이어간다. 보편요금제 도입 여부에 대해 표결에 붙여 결판을 낼 예정이며, 규개위 절차가 끝나면 오는 9월 국회 통과만을 남겨놓게 된다.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김지형 민간위원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휴대폰 보편요금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뉴시스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김지형 민간위원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휴대폰 보편요금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뉴시스

보편요금제란 현재 월 3만원 대에 제공 중인 통신서비스(데이터 1GB, 음성 200분)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게 월 2만원 대에 의무 출시토록 하는 제도다. 여기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란 SK텔레콤을 말한다. 정부는 SKT가 보편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KT나 LG유플러스도 자연스럽게 유사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규개위는 지난달 27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한 차례 논의에 나섰지만 시간 상 제약으로 도입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과도한 시장경제 침해',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필요' 등 엇갈린 입장 차로 상당한 진통을 겪어온 가운데, 보편요금제가 시행되면 요금제 전반의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이통사와 알뜰폰 업계는 바싹 긴장하고 있다.

지난 심사와의 차이점은 이통사, 소비자단체, 정부 관계자 외에도 알뜰폰업체 세종텔레콤이 참석한다는 점이다. 보편요금제 도입 시 알뜰폰 사업자의 시장 퇴출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같은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지난 회의 때 알뜰폰업계 관계자가 전무한 상태에서 알뜰폰 관련 주제들이 논의돼 이번 회의 때 세종텔레콤을 불러보는 것 아닌가 싶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알뜰폰업계는 보편요금제 도입 시 고객 상당수가 이탈해 알뜰폰업체가 존폐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통사들도 보편요금제 도입이 현실화 될 경우 영업익 60%가 사라진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영세 알뜰폰업체의 타격은 어떻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통사들 역시 보편요금제 출시가 의무화 될 경우 모든 요금제를 다 수정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며 업계의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영업손실 상쇄를 위해 부가서비스 혜택을 축소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동통신사업 관계자는 "이같은 규제가 통신사업자의 영업권 등 기본권을 제한한다"며 "필수재라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해외도 같아야하는데 왜 우리나라만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한 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복지성으로 요금인하 정책이 필요하다면 정부재원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비자·시민단체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하게 바라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높은 통신비로 인해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다. 이통사들의 설명처럼 보편요금제 도입 시 요금제 전반에 변화가 발생해 상당수는 보편요금제에 가입하지 않고서도 요금 절감 효과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

소비자단체 측은 "가계통신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통3사는 고가 요금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혜택을 집중해왔다"며 "더이상 시장경제에만 이를 맡길 수 없고 가격 왜곡이나 이용자 차별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일정부분 필요하다. 이통사들이 요금을 올릴 때 제어하는 안전장치로 보편요금제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9일 경실련,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열릴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반드시 보편요금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이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간 진행된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에서 이미 심도깊은 논의를 거친 사안이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단체 기자회견문 전문>

 

규제개혁위원회는 보편요금제 도입 더 이상 미루지말라

 

통신소비자·시민단체와 과도한 가계통신비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지난 달 27일(금) 규제개혁위원회 회의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를 기대했지만 장시간 회의 끝에 결정이 연기되었다. 보편요금제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국민에게 약속했던 기본료 폐지 공약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이미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를 통해 이동통신 3사와 소비자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반영한 것임에도 여전히 통신사와 일부 위원들의 반발에 막혀 좌초될 위기에 놓여있는 것이다.

 

통신사는 지난 규제개혁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나라 통신요금 수준이 높지 않고 정부가 민간기업 상품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위헌소지가 있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다시 한 번 반문하고 싶다. 그렇다면 과연 그동안 이동통신사들은 합리적인 통신요금인하 경쟁을 통해 충분히 노력해왔는가. 오히려 갖은 혜택과 수수료율 정책으로 소비자들에게 고가요금제를 유도하고 정작 그로 인해 발생한 과도한 마케팅 비용과 지원금 부담을 다시 소비자들에게 전가해오지 않았는가. 대다수 국민들이 높은 가계통신비 부담으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거의 독과점적 지위를 유지하며 연간 4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배당 잔치를 벌여온 것이 바로 그동안의 통신재벌들 아니었던가.

 

우리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요금제가 고가요금제 중심으로 설계되어있고 데이터제공량이나 혜택도 고가요금제에 편중되어 있는 등 요금제간 차별이 너무 크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가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는 실정에 놓여있다. 통신사들이 이통통신요금 인하라는 전국민적 요구를 어떻게 막을까 골몰하기보다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계기로 더욱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인하경쟁에 나서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이동통신소비자 중 3만원 이하 요금제 사용자가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2만원대의 보편요금제를 겨우 하나 도입하는 것을 두고 위헌 운운하는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과장이자 정부, 소비자에 대한 협박이나 다름없다. 이미 최근 대법원은 이동통신서비스가 공적 자원을 이용하여 제공되고 국민 전체의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양질의 서비스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되어야 할 필요 내지 공익이 인정된다고 확인한 바 있고 과기정통부도 본 개정안의 입법예고 당시 ‘국민들이 공평하고 저렴하게 전기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적정한 요금으로 기본적인 수준의 음성·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 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또한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계기로 알뜰폰 활성화, 단말기 거품제거 등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노력을 계속 이어야 나가야 한다. 국회도 이미 기본료 폐지나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다양한 법안이 제출되어 있는 만큼 올해 안에는 반드시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우리 통신소비자·시민단체들은 보편요금제가 도입되고 가계통신비 부담이 획기적으로 완화되는 날까지 계속해서 활동해나갈 것이다.

                                                                                                                                                  2018년 5월 9일

                                                                                                              한국소비자연맹⋅경실련⋅소비자시민모임⋅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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