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나프타값 올라 호황 끝날까 우려
정유업계, 정제마진 상승세로 실적 좋아질 듯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파기와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심화 관측에 따라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다소 주춤했던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유가에 힘입어 2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낼 수 있다고 반기는 반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나프타 구매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두 업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22센트 오른 71.36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6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보다 27센트 오른 배럴당 77.48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도 지난달 말 70달러 선을 넘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70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와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 심화 가능성에 따라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549원, 경유가 1,349원에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의 ‘이란 제재’와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 심화 가능성에 따라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549원, 경유가 1,349원에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석유화학업체의 호황이 끝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나프타 구매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국내 화학산업 경쟁력 하락은 물론 전방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화학 물질로 플라스틱, 섬유, 고무 등의 기초 원료로 사용돼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해 화학제품을 생산·판매한다.

국제유가가 70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나프타 가격이 t당 620~630달러 선까지 치솟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다. 반면 천연가스 기반인 에탄은 t당 130달러, 석탄 기반은 메탄올은 400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재료 값이 올라간 부분을 제품에 전가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에탄과 석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 대비 경쟁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때문에 석유화학업계에서는 국제 유가가 1달러 상승할 경우 나프타 가격은 1.4%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에틸렌, PE(폴리에틸렌) 제품 가격은 0.4%~1.0% 수준 밖에 못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프로필렌 계열은 에틸렌 대비 양호한 가격상승이 예상된다. 증설 물량이 크지 않고 LPG 가격 상승으로 PDH(Propane De-Hydrogenation, 프로판에서 수소를 제거해 프로필렌을 만드는 설비)의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 화학업계의 예상이다.

다만 나프타 가격의 급등은 제품 스프레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렌의 경우 나프타가 1달러 오를 때 제품 가격이 1%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2분기 사업 전망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2분기 사업 전망과 관련, "환율, 유가 변동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본격적인 성수기 진입 및 전방산업의 수요 회복, 고부가 제품 매출 확대와 원가 절감 노력 등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대내외적인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으나 올해도 우호적 수급상황이 지속 돼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추진 중인 국내외 신규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지속적인 수익 창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KC는 “인더스트리소재사업 성수기 진입 효과 및 주요 사업의 우호적인 업황 영향으로 수익이 증가하는 등 올 한 해에는 실적이 점차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2.09달러(3.3%) 상승한 65.5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뉴시스
지난 1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2.09달러(3.3%) 상승한 65.5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뉴시스

반면 국내 정유업계는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정유업계는 2~3개월 전 원유를 구입하는데 원유를 구입한 시점보다 판매하는 시점에 국제 유가가 급격히 올랐을 경우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이 지난해에 비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정유업계의 2분기 실적 전망을 밝게 하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등 원료비 값을 뺀 마진을 뜻하며 단기간 동안 정유업체의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손익 분기점을 약 4달러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초 정제마진은 5.9달러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2~3월에는 7달러 대를 유지했고 4월에는 6.1달러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지난주 말 기준으로 6.7달러 수준까지 회복했다.

정제마진은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성수기 진입에 따른 수요 증가에 힘입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업체별 정제설비 가동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정유업계의 2분기 실적 향상에 힘을 싣는다. 최근 글로벌 정유업계는 전기차 수요 증가로 가솔린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과 국제해사기구의 정책 변화로 선박연료가 대체연료로 전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정유업체들의 설비 증설이 최근 3년 동안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수요는 공급보다 많은 상황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가입되지 않은 국가들의 수요는 연평균 100만 b/d(barrels/day) 증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증설은 없는데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 수요가 증가해 국내 정유업계에 긍정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풀이된다.

정유업계에서는 2분기부터 자동차용 석유제품 시장이 성수기에 진입하는 한편 미국, 유럽 등 주요시장에서의 등유·경유 재고가 하락하면서 석유제품에 대한 수익성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에쓰오일은 2분기 전망과 관련, 역내 신규시설 가동에 따른 공급 증가 전망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강한 수요 성장세와 역내 정유업체들의 봄철 정기보수로 견조한 정제마진을 유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정유업체의 정기보수가 종료됨에 따라 공급이 증가해 2분기부터 등경유 가격은 점진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드라이빙 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휘발유 제품 수요는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정유업계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이다. 원유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원가 부담이 생길 수 있고 고유가 시대가 이어질 경우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정제마진도 크게 하락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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