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르포-군산 GM현장⑤] 인적없는 '폐쇄' 공장 녹슬어만 간다
[ST 르포-군산 GM현장⑤] 인적없는 '폐쇄' 공장 녹슬어만 간다
  • 김태현 선임기자
  • 승인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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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조선소 폐쇄에 이어 한국GM 군산공장 사태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군산, 스트레이트뉴스는 GM 군산공장과 지역경제의 현주소, 그리고 GM사태의 향후 방향성을 가늠해 보는 르포르타주를 기획했다. 이번 르포르타주는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목차]
① 위건 부두와 군산 부두
② 한국GM의 더티 플레이
③ 한국GM의 가려진 민낯
④ 더러운 책략의 제물, 군산공장
⑤ 변화의 길목에 남겨진 시민들

외항로에서 한국GM군산공장이 위치한 자유무역지역으로 접어드는 삼거리. 텅 빈 6차선 대로와 붉은 신호등이 군산공장의 현실을 말해 주는 듯하다 ⓒ스트레이트뉴스
외항로에서 한국GM군산공장이 위치한 자유무역지역으로 접어드는 삼거리. 텅 빈 6차선 대로와 붉은 신호등이 군산공장의 현실을 말해 주는 듯하다 ⓒ스트레이트뉴스

한국GM 사태가 3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정상화를 위해 신규로 투입되는 자금은 총 71억5,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조7,000억 원이다. 이중 GM은 기존 대출금 3조 원을 출자 전환하고 설비에 3조9,0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총 6조9,000억 원을, KDB산업은행은 8,000억 원을 부담한다.

지난 10일,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한국GM에 대해 경영 실사를 벌인 결과 고정비 절감 노력과 신차 배정이 이뤄질 경우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한국GM과의 협상 결과를 최종 추인했다.

그러나 군산공장은 결국 모든 희망으로부터 배제됐다. 군산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향후 폐쇄된 군산공장의 운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가늠해 본다.

6・13지방선거 체재로 들어선 군산시. 군산 시내 거리 곳곳에 걸린 선거 현수막들 ⓒ스트레이트뉴스
6・13지방선거 체재로 들어선 군산시. 군산 시내 거리 곳곳에 걸린 선거 현수막들 ⓒ스트레이트뉴스

한국GM의 향후 로드맵

정부의 최종 추인에 따라 KDB산업은행은 이미 GM 본사에 금융제공확약서(LOC)를 발급했다. GM 본사는 이 확약서를 근거로 기존 대출금 3조 원에 대한 출자 전환을 결정할 예정이다. 3조 원의 출자 전환이 이행된 후에는 조만간 3조9,000억 원의 ‘뉴 머니’에 대한 결정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GM인터내셔널의 베리 앵글 사장과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GM이 부담할 3조9,000억 원의 뉴 머니 중 지난해 보류됐던 성과급 및 희망퇴직자에 대한 위로금 등 긴급 비용으로 8,700억 원이 우선 집행될 예정이다.

남은 3조300억 원 중 1조9,500억 원은 부평공장, 창원공장, 보령 공장의 생산라인 교체, 충돌테스트 시험장 등의 설비 투자에, 1조800억 원은 신차 R&D 및 국내 협력업체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KDB산업은행이 부담할 8,000억 원은 한국GM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에 사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군산공장은 5월 31일 공식 폐쇄 방침이 결정됐다. 최근 2차 희망퇴직을 신청한 근로자 30명을 제외한 650명 중 절반가량은 타 공장 전환배치가 가능하겠지만, 나머지 절반은 장기 휴직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장 내부도 기숙사도 대부분 정리

다시 찾은 군산, 이번 르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차량이 드문드문 드나들었던 한국GM 군산공장의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번에는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가 1,000일 넘게 집회를 이어간 동문 현장을 찾았다.

차량 통행 없이 한산한 한국GM 동문 ⓒ스트레이트뉴스
차량 통행 없이 한산한 한국GM 동문 ⓒ스트레이트뉴스

동문 오른쪽 대로변에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의 농성 천막이 보였다. 세아철강이 위치한 대로 맞은편에는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빛바랜 현수막들이 아직도 즐비했다.

“공장 내부 정리는 벌써 끝난 것 같고, 차량 통행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농성 천막에 대해서는 저희는 모릅니다만, 폐쇄가 결정된 마당에 정규직 비정규직이 무슨 소용이라고...”

동문 경비직원 박연출(58)씨의 말이다. 지난 4월 방문 때와 달리 경비직원들은 한국GM 마크 대신 경비전문업체인 ‘CAPS’ 마크가 선명한 복장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전에 근무했던 정문 경비직원 박영수(56)씨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군산기술교육원에 딸려 있는 간부 기숙사와 일반직원 기숙사 상황은 어떤가요?”

1011일째 집회를 진행 중인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의 농성 천막 ⓒ스트레이트뉴스
1011일째 집회를 진행 중인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의 농성 천막 ⓒ스트레이트뉴스

“거기도 대충 정리가 끝난 모양이던데요. GM의 간부들과 일반직원 기숙사에 있던 근로자들은 벌써 떠났고, 거기 임대로 살고 있던 대우상용차 직원들도 곧 떠난다고 들었습니다. 주인이 망했으니 임대도 떠나야죠 뭐.”

“원룸촌이 들어서 있는 오식도동 상황도 더 나빠졌겠네요?”

오식도동 원룸촌은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조선소 폐쇄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탓에 유령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인적이 끊겼던 곳이다. 그러나 박영수씨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쪽은 지금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가서 확인해 보세요.”

'살아날 조짐이 없는 곳에서 형편이 나이지다니...' 영문을 확인해 보기 위해 오식도동으로 향했다.

일거리 있어요, 있어요

동문에서 외항로를 따라 가다 우회전해 들어선 오식도동, 입구에서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주정차는커녕 차량 통행조차 거의 없었던 왕복 6차선 대로변이 주차된 차량으로 빼곡했다. 불과 한 달 동안 오식도동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 달 만에 급변한 오식도동 요죽길 원룸촌 풍경 ⓒ스트레이트뉴스
한 달 만에 급변한 오식도동 요죽길 원룸촌 풍경 ⓒ스트레이트뉴스

인적이 끊겼던 원룸촌 골목으로 향했다.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들만 봐도 지난 방문 때와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그런데 원룸촌 주위에 해외 근로자들이 유달리 많아 보였다. 저녁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마트에 다녀오는 길이라는 한 외국인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저는 오식도동 여기 좀 살았어요. 2년 더 여기 있어요. 겨울 때보다 지금 사람 많아요. 여기 네팔 사람, 인도네시아 사람, 캄보디아 사람, 미얀마 사람들 많아요.”

8년 전 네팔에서 왔다는 다카르(45)씨는 6개월 전보다 사람이 많아진 이유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겨울 때보다 지금 일거리 있어요, 있어요.”

철강공장 하청업체에서 8년째 근무 중인 네팔인 다카르(45)씨 ⓒ스트레이트뉴스
철강공장 하청업체에서 8년째 근무 중인 네팔인 다카르(45)씨 ⓒ스트레이트뉴스

오식도동에서 5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이원영(62)씨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요즘 사람들이 좀 들어오지. 근데 다들 단기야, 단기. 여긴 지금쯤, 4월말에서 5월초쯤이면, 사람이 좀 늘어.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오지. 왜 그러냐 하면 말이야, 이때쯤 되면 설비 공사다 뭐다 해서 일거리가 좀 느는 게 있거든. 근데 겨울이 다가오면 또 확 줄어”

“여기 원룸촌에 평균 임대료는 얼마나 하죠?”

“하이고, 전에는 300~400만 원에 30~45만 원까지 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100만 원에 15만 원이야. 그게 돈이야? 집주인들만 죽어나는 거지 뭐. 물건 널려 있으니까 맘대로 골라가면서 살 수 있어. 조선소하고 자동차 망하는 바람에 집주인들도 졸지에 비정규직 된 거지 뭐야, 허허... 요 앞 편의점 주인은 9월 달에 여기 뜬대. 저기 저 해장국집도 올 여름에 나간다고 그러고. 여기 이제 끝난 거 같어.”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직격탄을 맞은 군산의 지역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착각이었다.

오식도동에서 군산IC로 향하는 외항로,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그곳을 지키며 근로자들을 실어 날랐던 ‘지엠대우자동차’ 정류장이 실직으로 녹슨 채 방치되어 있었다.

공장 폐쇄에 분노한 시민들이 내건 현수막 ⓒ스트레이트뉴스
공장 폐쇄에 분노한 시민들이 내건 현수막 ⓒ스트레이트뉴스

변화의 길목에 남겨진 군산공장

저녁을 먹고 나선 거리에서 GM의 군산공장 폐쇄를 성토하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한국GM 노사가 ‘제14차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교섭’에 잠정 합의했던 지난달 23일, 문동신 군산시장은 “한국GM이 법정관리로 노조와 정부를 압박해 합의를 촉구하는 전술로 군산을 희생양 삼았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를 비롯, 군산시 의회와 상공회의소 등도 “고용위기지역 지정과 산업 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정부가 군산공장의 조속한 매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공장 폐쇄 이후 군산이 살아날 기회는 없는 것일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GM의 호주법인 홀덴의 사례를 인용한다.

홀덴은 폐쇄 직전까지 13년 동안 호주 정부와 주정부로부터 무려 15억7,0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지원받았지만, 결국 2017년 가을 마지막 공장을 폐쇄하고 말았다. 공장들이 폐쇄된 이후, 호주 정부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새로운 선진산업으로의 이행을 촉진하는 ‘스마트 전문화’ 계획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강구했다.

그러던 중 영국 철강의 억만장자로 불리는 산제브 굽타(Sanjeev Gupta) 회장의 철강회사 리버티하우스가 주축이 된 GFG얼라이언스가 GM의 남호주 엘리자베스 공장을 인수했다. GFG얼라이언스는 이 공장을 전기자동차 제조 기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철강의 억만장자 산제브 굽타(Sanjeev Gupta) 회장(자료:steelguru)
영국 철강의 억만장자 산제브 굽타(Sanjeev Gupta) 회장(자료:steelguru)

GFG얼라이언스가 엘리자베스 공장을 전격 인수한 배경에는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려는 호주 정부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현재 호주 정부는 전기차 산업 지원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와 관련, GM인터내셔널의 베리 앵글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자리에서 “볼트 EV 전기차의 경우, 주로 한국에서 개발된 차량이다. 향후 한국은 전기차 등 첨단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군산공장의 미래에 실낱같은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지분 6.02%로 한국GM 3대 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공장 인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내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호주 정부가 했던 것처럼 군산공장 부지를 신산업단지로 변경한 다음, 전기차 육성 전진기지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정부 역시 전기차를 염두에 둔 제3자 매각, 신산업 전진기지 육성, 4차산업 대비 기술단지 조성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GM이 군산공장 매각에 얼마나 성의 있게 임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제 군산 지역경제 활성화는 정부와 국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 맡겨졌다. 정부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서 중장기적 안목에 기초한 활용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회는 그동안 추가경정예산을 조속히 의결, 집행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 또한 경영위기 업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 지원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군산공장 폐쇄는 변화의 길목에 남겨진 시민들에게 그저 폐쇄의 기억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실직한 ‘지엠대우자동차’ 정류장은 다시 다른 이름을 달 수 있을까? 인적이 끊긴 자유무역지역 초입이 다시 근로자들로 북적거릴 수 있을까? 그때는 과연 언제쯤일까?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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