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전자담배 발암물질 있다"…12월23일부터 적용
담배업계 "유해성 논란 진행 중…경고그림은 시기상조"

보건당국이 이르면 올 연말부터 아이코스나 글로, 릴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포장에 암 유발을 알리는 경고그림을 넣기로 결정했다. 담배업계는 즉각 반대하고 나섰지만 타르 등 독성물질이 조금이라도 들어 있으면 무조건 규제해야 한다는 보건당국의 강력한 입장은 꺾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외 연구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각종 암을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 아크롤레인, 벤조피렌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아이코스 히츠(HEETS)./ 뉴시스
한국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아이코스 히츠(HEETS)./ 뉴시스

권준욱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발암물질이 1이 들어 있느냐, 100이 들어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것 자체가 벌써 발암성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부착 이유를 강조했다.

지난해 미국의학협회 학술지 자마(JAMA)에 실린 연구 등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일반담배 대비 4~82% 정도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었다. 이 가운데 아크롤레인(82%), 포름알데히드(74%), 피렌(7%), 벤즈안트란센(6%), 벤조피렌(4%) 등은 발암물질이다.

아크롤레인은 흡입노출 때 상부 호흡기 자극 및 출혈 유발하고 인체의 생식과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포름알데히드는 피부·눈·코·목에 염증을 일으키며 벤즈안트란센은 생식기계 손상 우려가 있다. 피렌은 피부와 눈에 자극을 주는 발암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해 10월 "아이코스 같은 가열식 담배가 일반 궐련담배보다 덜 해롭다거나 유해성분이 덜 배출된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 간접흡연 피해가 줄어든다는 주장도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라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국내학계 역시 "대표적인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iQOS)에서 담배 주요 독성물질이 상당한 수준 배출되고 있다"며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라 다른 담배제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규제돼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를 토대로 복지부는 담뱃갑에 새롭게 부착할 경고그림 및 문구를 기존보다 1개 늘어난 12개로 확정하는 내용의 '담뱃갑포장지 경고그림 등 표기내용'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오는 12월23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이같은 결정에 담배업계는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담배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그림은 사례가 없으며 유해성 논란이 진행 중이므로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그림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복지부가 과학적 근거와 상관없이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그림 시안을 암세포 사진으로 성급히 선정했다"며 "한국 식품의약안전처도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분 검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제2기 경고그림위원회에 참여한 한 보건의료분야 위원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전자담배'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 담뱃잎을 사용하는 담배"라며 "지금 실험이 부족하고 결과가 안 나오는 부분이 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가 나쁘다는 진실이나 그것을 제대로 측정하는 기술의 문제이지 그 안에 유독물질이나 발암물질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갑포장지 경고그림 등 표기내용'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12월23일부터 시행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뉴시스
보건복지부는 '담뱃갑포장지 경고그림 등 표기내용'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12월23일부터 시행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뉴시스

한편, 복지부는 보건의료, 커뮤니케이션, 법률·행정·경제, 언론 등 전문가들로 제2기 경고그림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문창진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해 약 1년간 경고그림·문구에 대한 효과평가 및 교체시안 국민 설문조사, 해외사례 검토 등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했다.

이번 최종안에선 '흑백 주사기 그림'으로 통일된 전자담배 경고그림 수위를 강화하고 궐련형과 액상형으로 구분해 제품특성에 맞는 그림을 넣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궐련 형태 제품을 기계로 가열해 사용하는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포장에는 암 유발을 상징할 수 있는 그림이 들어간다. 일반 궐련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배출물(에어로졸)에서 궐련연기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점 등이 고려됐다.

담뱃갑포장지 경고그림은 익숙함과 내성이 생겼을 가능성에 대비하고 경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2년마다 교체토록 했다.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WHO FCTC)에서도 경고그림을 주기적으로 수정·보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교체가 필요한 경고그림을 꼽는 문항에서 경고 효과가 낮다는 평가가 나온 '피부노화'(성인 46.2%, 청소년 44.0%) 대신 '치아변색'이 새롭게 추가된다. 이로써 일반 궐련담배 경고그림은 질환 관련 5종(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질환, 뇌졸중)과 비질환 관련 5종(간접흡연, 임산부흡연, 성기능장애, 조기사망, 치아변색)으로 구성된다.

문구도 강화된다. 질환 관련 5종은 그동안 질병의 원인이라는 사실만 경고하던 데서 나아가 질병발생이나 사망위험이 어느 정도 증가하는지 구개외 과학적 연구결과를 근거로 수치화했다. 일례로 폐암은 '폐암의 원인 흡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에서 '폐암 위험, 최대 26배! 피우시겠습니까?'로 바뀐다.

비질환 관련 주제는 간접적으로 흡연에 따른 손실을 강조하던 방식에서 간결하고 명료하게 흡연폐해를 전달하도록 변경됐다. 조기사망 경고 시 '흡연으로 당신의 아이를 홀로 남겨두시겠습니까?'에서 '흡연하면 수명이 짧아집니다'로 달라지는 식이다.

현재 담뱃갑 경고그림은 전 세계 105개국에서 시행 중에 있으며 43개국에서 65% 이상 넓이를 의무화하고 있다. 표기면적 순으로 따지면 한국은 84위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로 범위를 좁혀 보면 30개국 중 28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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