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메타팩트] 지방선거, 벼락치기는 이제 그만!
[김작가의 메타팩트] 지방선거, 벼락치기는 이제 그만!
  • 김태현 작가
  • 승인 2018.0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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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 이슈의 영향력에 휘둘리는 지방선거
| 지선 투표, 이제는 ‘참여’를 넘어 ‘공부’해야 할 때
| 시민의 손에 달린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

 

궤도에 오른 지방선거전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궤도에 오른 지방선거전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지방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각 정당과 언론사, 여론조사기관들은 판세를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어떤 직위의 공무원을 몇 명이나 뽑는지 정확히 아는 유권자가 많지 않아 선거일이 임박해서야 후보들의 공약을 주마간산 격으로 살펴보고 투표장으로 향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방 이슈 삼키는 중앙 이슈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판의 굵직한 이슈들이 지역 이슈를 삼키는 비율이 예년에 비해 높은 선거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력과 여당의 지지도, 평창올림픽 이전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북한 핵문제 때문이다.

16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철도 연결을 포함한 실질적 남북경제협력 방안이나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이 합의된다면 지역 이슈가 증발하는 속도는 배가될 수 있다. 실제로 북측 대표단 중에는 김윤혁 철도성 부상과 원길우 체육성 부상이 포함되어 있다.

선거 하루 전인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북미회담 역시 지역 이슈를 삼켜 버릴 초대형 이슈다. 중국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 여부, 일본 패싱과 북한이 일본 패싱을 선택한 이유, 미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역할 분담설 등 북미회담 관련 이슈들이 벌써부터 정치권을 빨아들이고 있다.

6・13지선의 최대 이슈메이커 남・북・미・중 정상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6・13지선의 최대 이슈메이커 남・북・미・중 정상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남북고위급회담과 북미회담이 실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핵・경제 병진노선 중 경제를 택한 북한이 이미 해빙무드에 접어든 남북, 북미관계의 물줄기를 갑자기 비틀 이유가 없고,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정상회담은 없기 때문이다. 두 회담의 성사가 가져올 평화 무드는 내달 12일까지 지속적인 중앙 정치판 이슈를 생산해내다가 선거 당일 표심으로 고스란히 연결될 전망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명확한 선거 프레임을 잡지 못해 안보에서 드루킹 특검으로, 또 경제로 옮겨가며 혼선을 자초한 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각각 자유한국당 및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점도 지역 이슈를 사라지게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은 지역

지방선거는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과 달리, 지역 일꾼들을 뽑는 선거다. 지역 일꾼이라 해서 중앙정치와 무관할 수는 없겠지만, 지역 사정에 어두운 채 중앙정치와의 연결만 강조하는 후보라면 난감하다.

우리 시민들의 뇌리에는 낙향한 중앙 정치인의 공약(空約)에 대한 좋지 못한 기억이 많다. 중앙 정치판을 주름잡던 정치인이 지방으로 내려와 “더 많은 예산을 따오겠다”며 국회의원에 당선되지만, 정작 지역발전은 도외시한 채 중앙으로 복귀해 버리고 마는 그런 회의적인 기억 말이다.

지역의 선거가 중앙의 이슈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국가 균형발전의 토대는 지역의 균형발전이고, 지역의 균형발전은 지역 사정에 밝은 일꾼들의 경쟁에 의해 획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방선거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이유이자,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 이슈가 사라지는 데 대해 국민적 우려가 이는 이유다.

또한 선거에 임박해 벼락치기로 후보를 결정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직급별 지역별 후보자가 확정되는 25일 이전이라도 예비후보군부터 차근차근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주요 일정(자료: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주요 일정(자료: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주민 A씨가 뽑아야 할 일꾼은 몇 명일까? 서울시장과 서대문구청장, 서울시의회 의원 정도일까?

대선과 총선은 국가의 운영과 나라살림에 매우 중요한 선거다. 내가 사는 지역의 살림을 챙길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직위의 공무원을 몇 명이나 뽑아야 하는지,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미리부터 챙기지 않으면 후보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귀중한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 이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주민 A씨의 입장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미리 치러보자.

만만치 않은 투표용지 장수

대선에서 A씨가 받아드는 투표용지는 한 장이지만,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에서는 두 장을 받는다. 한 장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출사표를 던진 후보 중 한 명을 위한 용지이고, 또 한 장은 비례대표 의원 선출을 위해 정당에 투표하는 용지이다.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A씨는 몇 장의 투표용지를 받아들까? 두 장이나 세 장? 아니다. 서울특별시장, 서대문구청장, 서울시 교육감, 서울시의회 의원, 서대문구의회 의원, 비례대표 시의회 의원, 비례대표 구의회 의원 등 무려 7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된다. 일곱 번 치러야 할 선거를 한 번에 치르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6・13지방선거 투표용지(예시)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6・13지방선거 투표용지(예시)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① 시장・도지사
특별시장, 광역시장, 특별자치시장, 도지사, 특별자치도지사 등 17석을 뽑는다. A씨는 이중 서울특별시장 후보에 기표한다.

② 구・시・군 의장
구청장, 시장, 군수 등 226석을 뽑는다(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 제외). A씨는 이중 서대문구청장 후보에 기표한다.

③ 교육감
전국의 시・도 교육청 교육감 17석을 뽑는다. 2014년 이후 교육위원회는 지방의원들로 구성되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어 교육위원도 뽑아야 한다. A씨는 서울시 교육감 후보에 기표한다.

④ 시・도 의회 의원
시의회 의원 및 도의회 의원 737석을 뽑는다. A씨는 서울시의회 의원 후보에 기표한다.

⑤ 구・시・군 의회 의원
구의회 의원, 시의회 의원, 군의회 의원 2,541석을 뽑는다(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 제외). A씨는 서대문구의회 의원 후보에 기표한다.

⑥ 광역의원 비례대표
비례대표 (시의회, 도의회 의원) 87석을 뽑는다. A씨는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의원 선출을 위해 선호하는 정당에 기표한다.

⑦ 기초의원 비례대표
비례대표 (구의회, 시의회, 군의회 의원) 386석을 뽑는다(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 제외). A씨는 서대문구의회 비례대표 의원 선출을 위해 선호하는 정당에 기표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풀뿌리 공무원은 총 4,016명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임기 도중 사임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지역도 있다.

⑧ 국회의원 재보궐
만약 A씨가 서울 송파구을 지역에 산다면, 그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용 투표용지 1장을 더해 총 8장을 받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동시에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서울 노원구병, 서울 송파구을, 부산 해운대구을, 경남 김해을, 경북 김천, 울산 북구, 충남 천안갑, 충남 천안병, 충북 제천・단양, 광주 서구갑, 전남 영암・무안・신안, 인천 남동구갑 등 총 12석이다. 분포 지역이 전국적이라 미니총선급으로 간주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7장의 투표용지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1차로 ①, ②, ③번 세 장을 먼저 지급해 투표하게 하고, 2차로 ④, ⑤, ⑥, ⑦ 네 장을 재차 지급해 투표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투표용지가 너무 많아 헷갈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선진국 중에 직접민주주의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선거대국 스위스의 사례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꼼꼼히 공부하는’ 선거대국 스위스

1848년부터 2007년까지, 스위스에서는 총 544차례의 연방 시민투표가 이루어졌다. 이중 의무적 국민투표 및 시민발의 국민투표는 349차례, 시민발의에 의한 일반투표는 162차례, 잘못된 법안을 걸러내는 기능을 하는 ‘의회 역제안 투표’는 33차례였다.

스위스 사람들은 4년에 한 번씩 연방의원을 뽑는 선거에 임한다. 다양한 정책 결정 사안에 대해서는 3개월에 한 번씩(통상 매해 4번, 일요일 실시) 모아서 투표한다. 시민과 정치인의 구분이 우리보다 명확하지 않은 대목이다. 그만큼 투표를 통한 시민의 정치 참여 비율이 높다.

연례 ‘게마인데 회합’ 도중 투표하기 위해 아펜젤 광장에 모여든 스위스 시민들(자료:AFP)
연례 ‘게마인데 회합’ 도중 현안에 투표하기 위해 아펜젤 광장에 모여든 스위스 시민들(자료:AFP)

법 개정, 국제기구 가입 등 굵직한 사안은 국민투표가 필수이고,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이라도 5만 명의 서명만 받으면 곧바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법 개정 역시 10만 명만 모이면 투표에 부칠 수 있다. 이렇게 마련된 투표는 하루에 치르지 않는다. 무려 3개월 동안 공부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에 투표할 수 있다.

선거 광고는 꿈도 꿀 수 없다. 돈을 주고 하는 정치 광고는 아예 법으로 금지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3개 국영 라디오와 TV는 정확성, 불편부당성,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저널리즘 핸드북’이라는 내부 윤리강령도 갖추고 있다.

국민투표의 경우, 가정으로 배달되는 연방 선거 공보는 보험약관을 연상시킬 만큼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모두 투표 사안에 대한 설명뿐이다. 이 공보가 국민들이 투표 사안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정보원이다. 이 공보는 26개의 ‘칸톤’과 2,715개의 ‘게마인데’로 구성된 스위스연방 국민들을 위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에토 로마어 등 4개 언어로 총 500만 부 이상이 인쇄된다.

결국 스위스의 풀뿌리 민주주의 및 직접민주주의가 세계 최고의 명성을 얻게 된 배경에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 및 투표 사안에 대한 공부’가 있었던 셈이다.

물론 투표 사안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공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민이 기간을 두고 참여한 투표는 결과가 어떻든 매우 강력한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이는 선거 불복종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기회비용이 출현할 수 없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국력의 낭비를 막는 장치로 기능한다. ‘대선 불복종’ 소리가 언론에 회자되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참여’를 넘어 ‘공부’가 필요한 지방선거(자료:newskorea Texas)
‘참여’를 넘어 ‘공부’가 필요한 지방선거(자료:newskorea Texas)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스위스처럼 투표 사안에 대해 공부할 필요는 없다. 이번 선거는 사안에 대한 투표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쉽다. 후보들이 지역의 현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또 무엇을 하려고 하며 그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지만 살피면 된다.

선택에 대한 후회는 치밀하지 못한 결과일 뿐,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바쁘다”, “귀찮다”는 핑계는 “지역경제나 민주주의는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책임회피와 마찬가지다. ‘공부 없는 투표'는 후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런 후회가 중첩되면 지역 발전과 그에 이은 국가 균형발전,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장은 점점 멀어질 뿐이다.

지역과 국가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주주의를 한층 성숙시킬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적극적인 투표 행위를 넘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꼼꼼한 공부’를 해야 할 때다. 공부하지 않고 대충대충 선거에 임한 풀뿌리에게 일하지 않는 선출직 공무원을 질타할 자격은 주어질 수 없으니 하는 말이다.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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