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포괄임금제 금지원칙에 경영계 난감
초과근로수당 지급문제로 노사분쟁 우려

고용노동부가 이르면 다음달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을 발표할 방침이다. 일부 기업이 수당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포괄임금제를 악용하거나 남용하는 사례가 늘고, 근로자들은 야근을 하고도 제대로 수당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가 이같은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지침에 출퇴근시간이 정해진 일반사무직은 포괄임금제도를 적용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들은 비상에 걸렸다. 또 포괄임금제를 없애고 환급해야 할 3년치 수당의 기준과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노사 분쟁과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경영계 전반의 우려에 따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달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간 단축 후속조치와 일자리 안정자금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달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간 단축 후속조치와 일자리 안정자금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고용부는 오는 6월 발표를 목표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만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을 내놓을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지침의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향후 현장 활용사례, 추가적인 전문가 의견수렴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지침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지급하는 임금제도다. 사업장에서 연장근로 등을 미리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추후에 수당을 계산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계산해 사업주의 편의를 도모하고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높인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현재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령에 의거한 제도는 아니지만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인정, 운용 중이다. 대법원은 정확한 노동시간 측정의 어려움, 회계상의 비효율성 등을 감안해 포괄임금제를 인정하고 있다.

고용부가 지난해 실시한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에 따르면 10인 이상 사업장 중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52.8%(6만1000곳) 수준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포괄임금제’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포괄임금제로 야근 등 추가 근로 수당이 급여에 포함되어 지급됨으로써 노동자들이 추가 근로를 하면서도 정당한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노동계는 포괄임금제가 공짜 노동, 과로사의 원인이라며 법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통령 후보 시절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초과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포괄임금제 문제를 손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노동부의 기본적인 인식도 마찬가지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포괄임금제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제한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관행적으로 많이 하고 있다"며 "노동시간 측정이 가능함에도 편의성 때문에 오남용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조만간 발표할 지침이 기존의 포괄임금제 관행을 사실상 뒤집을 가능성이 높아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고용부는 이번 지침에 휴게 시간이 명확히 나눠져 있다는 이유로 일반사무직은 포괄임금제 적용 금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사가 합의를 해도 도입을 금지할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생산직의 경우 근로시간과 평가가 쉽게 연동 되지만 사무직은 근로시간 보다는 얼마나 더 일에 집중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엄격하게 하기가 어렵다”며 “사무직중에서도 은행원 같이 근로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사무직의 경우 포괄임금제를 금지할 수 있겠지만 기획, 연구 등의 업무는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관련법이 적용된다면 이같은 문제는 노사간 협의로 정하는 수밖에 없겠지만, 더 큰 우려는 미지급된 법정수당 지급 문제에 있다. 노동부는 실제 근로시간보다 수당을 적게 준 기업에는 과거 3년치 미지급분을 따져 소급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는 그동안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한 기업에 대해 실근로시간을 적용해 미지급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3년이라는 임금채권 소멸시효를 고려해 3년치 밀린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등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기업도 상당수 나올 가능성이 있다.

경영계는 이 과정에서 노사 분쟁과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이고 지적했다. 과거 기업과 근로자들이 초과근로시간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구비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과 근로자간 주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에 민감한 업계는 일과 시간이 끝나고도 직원들 스스로가 알아서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반응"이라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더라도 그로 인한 근로시간 단축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 일각에서는 강제성이 없는 지침 형태여서 실효성이 낮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지침이 발표되면 현장 근로감독을 통해 위법기업을 가려낼 방침"이라며 "이를 통해 실효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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