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하자, 젠트리피케이션①] 동네는 뜨고 주민은 울고
[극복하자, 젠트리피케이션①] 동네는 뜨고 주민은 울고
  • 고우현 기자 (straightnews@gmail.com)
  • 승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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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한적했던 동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낡은 집들을 허문 자리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멋진 상점과 카페들이 연이어 들어선다. 집값과 임대료가 훌쩍 뛰어오른다. 옛날부터 그 동네에 살아왔던 사람들, 오래된 가게들이 밀려난다.' 현대 도시를 배회하는 유령,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은 뜨는 골목 상권의 임대료나 전셋값 상승에 따라 저소득 임차인이 퇴출되거나 주거지를 이동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도시 공간 구조의 변화와 연관된다. 공동화된 도심이 재도시화되는 과정에서 겪는 부정 또는 긍정적 결과의 일부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지금의 현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스마트 쇠퇴로서 새로운 모색을 위해 보탬이 되고자 한국형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미래 방향성을 제시해본다. (편집자 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햇볕을 맞으며 걸어가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햇볕을 맞으며 걸어가고 있다.

오밀조밀한 주택가, 화교와 인디뮤지션의 밀집지로 알려졌던 서울 마포구 연남동은 최근 5년 주요 상권으로 급속 성장한 대표적이 곳이다. 기존의 저층 단독·다세대 주택이 음식점이나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변모하면서 이곳 부동산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유동성도 늘어나고 상권도 확대된 데 반해 이곳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연남동을 떠나게 됐다. 이같은 '젠트리피케이션'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연희동·홍대와 단절된 '고립지역', 화교·뮤지션의 거주지로
트리플 역세권, 경의선철길···상권확대에 집 떠나는 사람들

'연희동의 남쪽'이란 뜻에서 유래된 연남동은 1973년 서대문구의 성산동과 연희동 일부가 마포구로 편입되면서 지금의 '연남동'이란 행정구역이 신설됐다. 

연남동은 홍대입구역을 기준으로 볼 때 홍대로 통칭되는 서교동과 동교동과 반대방향인 홍대입구역 서북쪽에 있다. 경의중앙선 철로와 내부순환로, 동교동 및 성산동으로 둘러싸인 연남동은 대로변과 떨어져있다. 

연남동은 대체적으로 대중교통과 접근성이 열악하고 입지특성상 인근지역과 단절돼있는 관계로 그간 조용한 주택가로 유지돼왔다. 연희동이 고급 단독주택 위주로 이뤄진 반면 연남동은 오래된 연립과 다세대주택이 주를 이뤘다. 중산층의 단독주택과 대학생,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월세 주택 등이다. 

연남동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부터다. 당시에는 화교들이 연희동과 연남동으로 이주하면서 성장한 '화교상권'으로 관심을 끌었다.

1970년대 화교들의 주 정착지였던 중구 소공동 일대가 재개발하면서 흩어진 화교들 중 일부가 화교학교 인근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에 모여들며 둥지를 틀었다. 당시 화교들의 주된 경제활동인 중국 음식점들이 맛집으로 입소문 타면서 상권이 확대됐다. 연남동 지역에도 화교를 대상으로 하는 식료품점과 중국음식점이 다수 분포하게 됐다.

2008년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선거 공약중 하나로 연남동에 차이나타운이 조성되는 계획이 재조명됐다. 주민과의 갈등으로 차이나타운 조성 계획은 3번이나 좌절됐으나, 이곳엔 현재까지 상당수 화교와 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 식료품점도 많다. 

또한 연남동은 90년대부터 형성된 인디음악 관계자의 거주지이도 했다. 

홍대 앞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인디문화 성지가 됐다. 미술대학으로 유명한 홍익대가 입지한 특성 탓에 1980년대에는 미술학원과 작업실이 많았다. 1990년부터는 인디음악문화 관련 음악가와 사무실, 공연장 등이 많아졌다. 

홍대 상권도 홍익대 정문 인근과 피카소거리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되면서 가격이 올랐다. 이에 인디 뮤지션들이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한 연남동을 찾아 모여든 것으로 보인다.

연남동의 젠트리피케이션은 홍대 상권의 확장, 경의선 지하화에 따른 공원화 결정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개방형 공원이 주변 주거와 상권에 미치는 효과가 뻔한데 정책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검토되지 않았다. 단순히 자본문제가 아니라 정책문제도 얽혀있다. 사진은 2016년 연남동 지역 일대 주민들이 참여한 '머무를 수 있는 연남동 만들기(젠트리피케이션의 이해)' 교육 프로그램 행사 현장. / 사진출처=연남동자리
연남동의 젠트리피케이션은 홍대 상권의 확장, 경의선 지하화에 따른 공원화 결정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개방형 공원이 주변 주거와 상권에 미치는 효과가 뻔한데 정책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검토되지 않았다. 단순히 자본문제가 아니라 정책문제도 얽혀있다. 사진은 2016년 연남동 지역 일대 주민들이 참여한 '머무를 수 있는 연남동 만들기(젠트리피케이션의 이해)' 교육 행사 현장. / 사진출처=연남동자리

 2010년 2월에는 연남동이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뒤 휴먼타운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연남동 휴먼타운은 노후화한 단독주택지나 아파트를 철거한 뒤 신축하는 기존 정비사업과달리 저층 주택단지 장점을 살린 중밀도 정비사업 방식이었다. 

여기에 2011년 11월 홍대입구역에 공항철도가 개통되고 이듬해 12월 연남동을 가로지르는 경의선철로가 지하화하면서 트리플 역세권이 됐다. 연남동은 홍대입구역 3번출구로 연결되면서 이곳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왔다.

2012년 경의선폐선부지에 공원이 계획되면서 이곳 상권활성화에 불이 붙었다. 마포구 경의선 숲길공원조성사업은 2013년 9월 착공해 지난해 3월 준공하는 일정으로 추진됐다. 녹슨 폐철로 위에 잔디가 깔리고 개울물이 흐르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를 따라 '길맥'을 마시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에 따라 집값과 상가 임대료도 상승했다.

상업화가 시작된 2013년 연남동의 부동산 매매량은 인근 서교동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2015년 거래가격도 150% 정도 상승했다. 

상가임대료도 급등했다. 서울연구원이 업주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임대료 상승률은 최대 300%를 상회하는 상점도 있다. 한 커피숍 임대료는 2년만에 월 35만원에서 70만원으로 뛰었다. 한 기사식당 역시 150만원에 달하던 임대료는 2년만에 300만원까지 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3년 1분기 이곳 상가 임대료는 ㎡당 2만4000원이었다. 이후 상승하던 임대료는 올해 2분기에는 3만60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음식점 수가 증가하면서 거주인구는 반대로 감소하고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상업시설과 게스트하우스가 기존 주거지를 잠식하면서 주민들의 거주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상권이 확대되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소음과 쓰레기 무단투기 등으로 거주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이에 외부인구는 유입되는 한편 원래 거주하던 사람들은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상일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남동은 넓은 지역에 밀도를 채우는 방식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며 "공항철도 개통과 경의선숲길공원 조성 등 공공이 주도한 사업 시행 시점에 상업화가 진행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