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트럼프 모델 실체 구체적 설명은 없어
미언론"북 반발 부른 강경파 볼턴 통제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내 캐비넷룸에서 열린 시리아 관련 군장성 회의에 배석한 존 볼턴 신임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2018.04.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내 캐비넷룸에서 열린 시리아 관련 군장성 회의에 배석한 존 볼턴 신임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2018.04.09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해법으로 리비아가 아닌 트럼프 모델을 들고 나왔다. 북한이 리비아식으로 핵포기를 강요하면 다음달 북미정상회담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불만을 드러낸 데에 따른 대응이다. 

백악관의 새라 허커비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북핵협상에서 적용될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 모델"이라며 "대통령은 자신이 알맞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리비아식에 대해 강하게 거부하자 '트럼프식'이라는 다소 임기웅변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허커비 대변인은 트럼프 모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재확인했지만, 리비아식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에 대한 불만은 드러냈다. 볼턴은 김계관에 대해 '문제있는 인물'이라고 칭했다. 김계관은 볼턴을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비난했고, 북한 외무성은 볼턴을 '인간 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라고 힐난한 바 있다. 

일부 영미권 언론에서 북미대화 위기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며 볼턴을 지목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내 일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통제할 필요가 있단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볼턴은 '미국이 속임수와 거짓말을 일삼는 적성국들을 상대로 순진한 외교'를 생각해온 인물"이라면서 그가 북·미 간 협상,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전망에 있어서도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볼턴의 최근 행보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초 '그림자 대통령'으로 불렸지만 사실상 쫓겨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많이 닮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디펜던트는 "볼턴은 본인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미국적 관점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방법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점차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볼턴의 자기 과신이 스스로를 그림자 속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무기나 평화협정 합의 이상을 원하며 미국과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설명도 있다. USA 투데이는 남북한 고위급회담이 무기한 연기되고 북미정상회담 재검토 발언까지 나온 배경에 대해 △미국의 (북한 체제에 대한)안보 보장 △평화 △경제 발전 △행동 대 행동(점진적 보상 조치) △시간 벌기 △중국과의 협력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정치 승부수를 띄우며 북한의 비핵화 일정을 지나치게 촉박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아사히신문이 인용한 다수의 북한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과의 사전 협상에서 6개월 이내에 핵탄두, 핵관련 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를 국외로 반출하라고 요구했다. 핵반출에 동의할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검토한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현재 북한은 12개 이상의 핵폭탄과 50㎏ 이상의 무기용 플루토늄, 수백㎏의 고농축우라늄(HEU)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 사이 비핵화 방법과 시기를 둘러싼 이견이 있어 물밑에서 치열한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신문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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