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열풍에 페미니즘이 전국민적 이슈로 떠올랐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페미니즘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 싶다. 사전을 찾아보면 페미니즘은 '여성의 특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파생한 말이다. 성 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 때문에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해방 이데올로기를 의미한다. 알들 모를듯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한 페미니즘은 과연 무엇일까. 스트레이트뉴스는 페미니즘 이해를 돕는 책을 연이어 추천한다.

"여성을 욕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남성이 의외로 많다. 그들은 남성이 저지른 온갖 사고는 외면한 채 오직 여성이 낸 교통사고 기사에 “김여사 또 한 건 했군” 같은 악플을 달면서 희열을 느낀다."

남성들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고 여성들을 ‘된장녀’라고 칭하고, 더치페이를 안 한다고 ‘김치녀’라고 부르며, 애를 데리고 밖에 나가는 여성에겐 ‘맘충’이란 딱지를 붙였다. 지하철에서 여자가 말싸움이라도 하면 ‘지하철 ○호선 막말녀’란 이름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고, 그 영상들에는 여성을 욕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도대체 남성들은 왜 이렇게 여성을 혐오할까. '기생충 박사'로 불리는 서민의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는 우리 사회에 넓게 퍼진 여성 혐오와 차별의 실태를 본격적으로 파헤친다.

저자는 여성 혐오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며, 여혐을 일삼는 남성들의 주장이 왜 잘못됐는지를 알리기 위해 썼다고 한다. 그는 여성 혐오를 부추기는 남성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글에 동조하거나 그들의 행태에 침묵하는 이들도 이 사태를 만든 공범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남성이 혐오인 줄도 모르고 혐오를 일삼고 있다. 일례로 ‘김여사’를 보자. 운전에 서툰 여성을 조롱하는 표현인 ‘김여사’는 이제 일상적인 말이 됐다. 우리나라에는 ‘김여사’가 왜 이리 많을까. 이는 무엇보다 남성들이 여성 운전자가 낸 사고에만 욕을 해대기 때문이다.

여성 운전자만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난폭 운전으로 인한 사고와 대형 사고를 내는 쪽은 남성이 월등히 많다. 그럼에도 남성들은 여성 운전자를 비난하는 데에만 열심이다. 김여사가 이렇게 많이 양산된 데는 남성 운전자의 성별은 알리지 않으면서 유독 여성 운전자만 성별을 알려주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맘충이란 말도 마찬가지. 남성들은 아이와 함께 외출하는 엄마들을 맘충이라고 욕하지만,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민폐를 끼치는 쪽은 엄마보다 남성일 때가 훨씬 많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왜 여성을 혐오할까. 저자는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현실이 남성들로 하여금 분풀이할 대상을 찾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사회적으로 가진 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해봤자 소용도 없고 불이익을 당할 우려도 있으니 보다 만만한 약자, 즉 여성이 분풀이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서민 지음(다시봄·2017)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서민 지음(다시봄·2017)

그럼 여성 혐오는 어떻게 확산됐을까. 포털 사이트 다음이나 네이버에 댓글을 쓰는 이는 90% 정도가 남성이다. 남성들은 여성 관련 기사 등 마음에 들지 않는 글에 떼로 몰려가 댓글 테러를 가하거나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을 쏟아부었다.

저자는 남성들이 여성들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 수단으로 언어폭력을 쓴다고 지적한다. 우려스러운 일은 강남역 살인 사건처럼 여성에 대한 혐오가 언어폭력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부 남성이 여성 혐오를 부추겼지만, 많은 남성이 그런 글에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사이 여혐은 이제 사회 문제가 됐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었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여성들은 취업이 힘들고 승진은 더 힘들며, 회사나 공직의 고위직은 대부분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남녀의 임금 격차도 큰 편이다. 여러 면에서 한국의 여성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게다가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성범죄는 여성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기이하게도 성범죄 피해자는 늦은 귀가나 옷차림 등을 지적당하며 여차하면 꽃뱀으로 몰리기도 한다. 남성들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편에 서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범죄는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전체의 5%에 불과하며, 그 가운데 70%가 풀려난다고 한다. 저자는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성범죄의 형량을 높여야 하며, 남성들도 자신이 잠재적 가해자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여성이 고위직에 더 많이 진출해 남성 중심의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집 안에서의 불평등도 여전하다. 맞벌이 가정이 늘었음에도 가사와 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몫이다. 그럼에도 남성들은 ‘가사는 남성이 도와주는 것’이며, ‘육아는 모성의 신성한 본능이자 의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남성들의 이기적인 행태를 꼬집으며, 남성들이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남성들의 각성 또한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한 여성 혐오를 여러 측면에서 보여주며, 혐오와 차별을 없애달라는 여성들에게 ‘여자도 군대 가라’며 역차별 운운하는 남성들의 주장이 억지에 불과함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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