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구 전 흥사단 사무총장
홍승구 전 흥사단 사무총장

5월 18일 저녁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3차 촛불집회를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었다.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못한 채 가면을 쓰고 대한항공 조씨 일가의 불법행위와 부당행위를 고발하고 회사에 대한 애정을 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나쁘거나 부끄러운 일을 할 때 복면이나 가면으로 자신을 감추려 한다. 그러나 대한항공 직원들은 정당한 일을 하면서 자신을 감춰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조 에밀리 리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던졌다는 물컵 사건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대한항공 조씨 일가의 갑질을 포함한 불법 행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폭행과 업무 방해로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으나 밀수, 탈세, 비자금 조성과 자금 해외 도피 등의 혐의로 관세청,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국토부 등 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관이 수사하고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재산의 해외 도피를 반사회적인 행위로 언급하면서 대한항공 조씨 일가는 그야말로 공공의 적으로 규정되고 있다.

지난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이 부당한 정치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었다면 이번 촛불은 부당한 자본권력에 대한 저항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권력은 지속성과 폭압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정치권력의 폐해보다 더 위험하다.

정치권력은 일정한 임기가 있고 선거 과정을 통해 일정한 견제를 받지만 자본권력은 자신이 가진 돈을 이용해 정치가와 언론기관,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상속세도 제대로 내지 않는 재산 세습을 통해 실질적인 치외법권지대의 권력으로 존재한다.

민주주의가 법치사회를 지향하고 불법적인 정치권력에 대한 저항은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빠른 편이나 자본권력의 불법행위에 대한 저항은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늦게 나타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천민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직원의 촛불은 부당한 정치권력을 탄핵한 촛불에 이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 사회가 정치권력의 적폐보다 더 위험한 자본권력의 불법 행위에 저항을 시작한 것이다. 자본가가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는 거짓신화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나 자본가의 긍극적인 목적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재산을 늘리는 것이다.

재벌의 재산이 늘어남에도 고용이 늘지 않는 것은 그들의 관심은 고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극히 일부 자본가가 있기는 하나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그나마 사회공헌을 내세우는 재벌기업은 재단법인을 세워 탈세하거나 불법 상속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촛불집회에서 자유 발언대에 섰던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싸움은 오래 갈 것입니다. 조씨 일가는 대한항공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고 우리는 조씨 일가를 쫒아낼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당한 자본권력과 싸우는 그들은 조씨 일가의 하수인들이 감시하는 가운데 용기를 내서 촛불을 들었다.

이제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연대하는 시민의 물결이 훨훨 넘쳐서 감시와 불안감을 쓸어내고 그들이 만든 작은 불씨가 활활 타오르게 해야 하며 대한항공 직원들이 익명과 가면을 벗고 당당하게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항공 승무원의 하늘리본 머리띠 모양을 딴 대한항공 직원연대의 갑질 근절 캠페인의 리본 @대한항공직원연대
대한항공 승무원의 하늘리본 머리띠 모양을 딴 대한항공 직원연대의 갑질 근절 캠페인의 리본 @대한항공직원연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