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과 LG그룹 임원 등 100여명 모여 엄숙한 발인식
장지는 경기도 곤지암 인근...유지대로 '수목장'으로

"마지막 가시는 길에 예를 올리겠습니다. 일동 경례"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모신 관이 운구차에 오르자 유족들은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구 회장의 마지막 길에 배웅을 나선 유족과 범 LG가 인사, LG그룹 부회장단 등 100여명의 사람들에게 침통한 표정이 역력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식에서 유가족과 관계자들이 고인의 운구차량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식에서 유가족과 관계자들이 고인의 운구차량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 세상을 떠난 구 회장의 발인이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22일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됐다. 참석자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 구 회장을 배웅했다. 

이날 영정은 구 회장은 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들었다.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와 형제인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이 뒤를 따랐다. 

상주인 구 상무는 발인이 진행되는 동안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동생 구연경씨, 구연수씨와 빈소를 지키며 외빈을 맞이했다.  

운구를 든 이들은 과거 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비서들이었다. 이들은 구 회장을 끝까지 수행하며 가시는 길을 편안하게 모셨다. 

운구차에는 구 상무와 사위 윤 대표가 함께 했다. 구 회장을 모신 차가 출발하자 가족들도 일제히 장지로 향했다. 장지는 고인이 평소 즐겨 찾았던 경기도 곤지암 인근지역이다. 구 회장의 유해는 화장된 뒤 '수목장'으로 치뤄진다.

발인현장에는 구 회장과 인연이 깊은 이들이 모습을 보였다. 해외 출장 중 소식을 듣고 귀국한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 범 LG가 인사들도 마지막 길에 함께했다. 

유족 측은 고인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르기를 원했지만, 재계의 거목이었던 고인을 추모하는 인사들의 발길은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이날 발인에 참석한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가족은 아니지만 고인과 생전에 가깝게 지내서 발인에 참여했다. 이렇게 간소하게 수목장을 지내는 것은 처음 보는 듯 하다"며 "장지에 따라가고 싶지만 가족들만 참석해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해 못 갈듯 하다"고 했다. 

LG그룹 측은 '조용한 장례'를 주문한 고인의 유지에 따라 계열사는 물론 본사에도 별도의 분향소를 마련하지 않았지만, 전날 취업을 앞둔 한 대학생이 장문의 글로 타계한 구 회장을 추모한 소식이 전해져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21일 낮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표지석 앞에 국화와 추도문이 놓여 있다.
21일 낮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표지석 앞에 국화와 추도문이 놓여 있다.

21일 낮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표지판 앞에는 국화와 A4용지가 놓여 있었다. 짧은 묵념으로 애도를 표시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대한민국 한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는 용지가 가득 찰 정도로 정성껏 구 회장을 기억했다. 

'존경하는 故 구본무 회장님'으로 시작하는 글에서 그는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할 만한 구본무 회장님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부디 두 눈이 찌푸려지지 않고 두 귀가 시끄럽지 않은 곳에서 평온하시길 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제가 27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어려움을 견뎌내고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할 때 제게 힘이 된 건 다름 아닌 신념이었다. 남들이 편한 길을 선택할 때 어려운 길을 선택했던 것도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나는 할 수 있다는 신념, 물질적 가치를 쫓지 말자는 신념, 사람을 사랑하자는 신념 덕분에 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아울러 "모든 20대가 그러하듯 취업이라는 과제 앞에 서 있지만 두렵지는 않다. 신념을 가지고 자신을 우뚝 세워 LG의 앞날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될 것이라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생 한 번이라도 뵙고 싶었는데 참으로 아쉽다. 앞으로 맞닥뜨릴 역경을 이겨내는 데에도 회장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많이 부족하겠지만 회장님의 신념 또한 제가 이어가겠다. 그동안 참 감사했다. 편히 쉬세요"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구 회장은 취임 당시 "공정·정직·성실을 바탕으로 하는 '정도(正道) 경영'을 통해 책임을 다하는 세계적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후 '정도 경영'을 경영철학으로 삼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3년에는 국내 대기업 중에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 선진화와 투명경영을 실천에 옮겼으며, 2015년에는 LG의인상을 제정해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들을 기리는 데 힘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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