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 '배달 로봇' 합법화로 물류 혁명 눈앞에
마블, 2세대 로봇에 카메라 늘려 사각지대 없애
연산능력 3배 높여 주변환경 데이터 처리 향상

물류업계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라스트 마일 배송(Last Mile Delivery)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로봇 배달 사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아직은 미완의 서비스임에도 관련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높은 투자 열기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배달 로봇 관련 기술이 가장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곳은 단연 미국이다. 배달 로봇을 허용하는 법률을 정비한 주(州)가 늘어나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미국에서 로봇 배송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버지니아와 아이다호, 애리조나 등 일부 주에서는 이미 무인 배달 로봇을 허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위스콘신과 플로리다에서도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다.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 등 외신은 23일 샌프란시스코 로봇 스타트업 '마블(Marble) 테크놀로지'가 안전 문제 등 배달 로봇을 둘러싼 기존의 우려를 극복할 신형 배달 로봇을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개발 과정에서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마블의 신형 배달 로봇은 과연 어떤 진화를 이룬 것일까?

◆ 마블, 자율주행의 안전성을 강화한 2세대 신형 로봇 발표  

애플과 구글의 전 직원들이 창립한 마블은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로봇을 최초로 개발한 회사다. 지난해 4월 음식 배달 서비스 ‘옐프(Yelp)’와 제휴해 로봇 자율배달 서비스를 런칭했으며 이후 음식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DoorDash)'와의 제휴도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 현지 레스토랑에 주문된 요리를 로봇이 배송하면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4자리 접속코드를 입력해 잠금을 해제해 음식을 받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도어대시와 제휴한 마블 택배 로봇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배달 로봇의 도로 사고 우려 등을 이유로 이를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지역 사회의 거부감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배달 로봇 규제안은 ▲시속 3마일로 속도제한 ▲사람이 근처에 있을 것 ▲ 9대 이하로 배송 로봇 테스트를 제한하는 등 홈그라운드임에도 유독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배달 로봇이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이에 마블은 2세대 배달 로봇에서는 사각 지대를 없애기 위해 카메라 탑재 대수를 크게 늘렸다. 마블 창업자 중 한 명으로 소프트웨어 부문을 이끌고 있는 케빈 피터슨은 "배달 로봇은 인도의 작은 연석과 위치를 파악하고 개의 꼬리와 지팡이를 구별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메라 성능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배달 로봇이 스스로 보행자와 거리 공연, 교차로 등 장애물에 대응하도록 설계하는 한편 연산 능력을 3배 향상시켜 주변 환경에 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도 대폭 개선했다. 배달 로봇의 완전 자동화를 위해서는 데이터 처리 능력 향상이 필수적이다.

언어 이외에 로봇의 의사를 전달할 방법도 고민했다. 다양한 상황에서 효율적이고 안전한 행동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령 보도에서 조금씩 전진하는 행동을 취해 여기에 서있는 것은 건너고 싶기 때문이라는 의사를 전달하도록 했다. 아울러 사람들의 호감을 얻기 위해 적재량은 유지한 채 크기는 1세대 로봇보다 소형화했다. 

아울러 마블은 로봇이 단순한 구경거리로 전락해서도 안된다고 판단했다. 보행자들이 멈춰서 로봇의 진로를 막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로봇에 마이크와 스피커를 탑재해 진로를 방해하는 사람에게 현재 배달 중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했다.

◆ 배달 로봇, ‘라스트 마일’ 서비스 진화를 주도  

마블은 최근 시리즈 A 라운드에서 중국 텐센트(Tencent), 렘노스(Lemnos), 크런치펀드(CrunchFund), 메이븐 벤처스(Maven Ventures)로부터 1000만달러 투자금을 확보했다.

텐센트가 투자처로 합류하면서 마블 인공지능(AI) 전략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텐센트는 최근 AI 연구의 상용화를 목표로 중국에 최신 로봇 연구소 '로보틱스X'를 설립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유비텍(Ubtech)과 미국 원더 워크숍(Wonder Workshop) 등 로봇 특화 스타트업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마블 CEO겸 공동 창업자인 맷 델라니(Matt Delaney)는 "고객의 현관까지 상품을 배달하는 방식에는 그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로봇 배송은) 도난, 주문 취소, 부재시 배달 등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배송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까지는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려야 하지만 로봇을 통해 새로운 경제를 재설계 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세대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선보인 마블팀
2세대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선보인 마블팀

이번 투자금 유치로 마블은 기술 개발과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의 사업 확장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이미 이스트베이까지 사업을 확장한 마블은 연말을 목표로 미국 전역에 자사의 2세대 배달 로봇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마블 외에도 미국에는 디스패치 로보틱스(Dispatch Robotics)와 스타십 테크놀로지(Starship Technologies) 등 다양한 배달 로봇 제조업체가 등장하고 있다. 애리조나주에서 배달 로봇 시범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스타십의 데이비드 카타니아(David Catania) 대변인은 "로봇은 보행자보다 크지 않으며 충돌을 피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미국의 일부 주 뿐 아니라 유럽 각국에서도 이미 이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이달 초 "앞으로 2~3년 내 인간과 유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품을 문 앞까지 배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로봇 스타트업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가 새로운 배달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족 보행로봇 캐시 등을 개발한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지난 3월 시리즈 A 펀딩에서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 소니 이노베이션 펀드 등으로부터 8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애질리티 로보틱스 2족 보행 로봇(좌)과 스타십 테크놀로지의 배달 로봇(우)
애질리티 로보틱스 2족 보행 로봇(좌)과 스타십 테크놀로지의 배달 로봇(우)

이들 로봇 회사는 모두 최종 목적지인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라스트 마일 배달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쉘튼 CEO는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의 궁극적 목표가 배달 트럭에서 집까지 짐을 옮기는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마블은 라스트 마일 물류에 주력해 향후 음식 뿐 아니라 의약품 및 폭넓은 소매 상품 배달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스트마일 배송은 소비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물건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배송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와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업계는 3~5년 정도면 길거리에서 ‘완전한’ 형태의 배달 로봇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산업이 벽을 허물고 하나로 합쳐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자율주행 로봇이 미래에 라스트마일 배송을 어떤 모습으로 혁신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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