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결국 불발됐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지 3시간 만에 트럼프 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공개서한을 통해 다음달로 계획했던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미 국방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트럼프, 전격 취소 통보..."북,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서한에서 북미회담 취소에 대한 표면적 이유를 "북한의 최근 발언에서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이라고 거론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험악한 말을 한 것이 최후의 결정타'였다고 평가했다. 가장 최근 24일 당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펜스 미국 부통령을 '정치적 얼뜨기'(political dummy)라고 칭했다. 23일 펜스 부통령이 북한에 대해 리비아의 몰락 사례를 언급한 탓이다. 

직접적 단초는 북한 고위관리의 호전적 수사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잇따라 약속을 어기며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는 설명도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고위 관리는 "미국을 멈칫하게 하는 약속 위반 기록이 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최근 싱가포르 예비모임에 북한 측의 불참을 거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이달 7~8일 두번째 북한을 방문한 이후 북측의 태도가 변했다고 지적했다. 회담 관련 계획 등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접촉했지만, 북측으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 좁힐 수 없는 비핵화 간극

호전적 수사와 신뢰부족은 결국 미국과 북한 사이 비핵화 방식, 절차, 일정을 좁힐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며 일괄타결에 신속한 비핵화를 요구했다. 반면 북한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주장했다. 

여기에 리비아식 비핵화는 북한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선핵포기, 후보상'의 리비아식 북핵폐기를 줄기차게 주장한 인물이다.  리비아식 핵포기는 북한에 최악의 시나리오처럼 들린다. 리비아식을 택하면 김정은이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 있다는 메시기를 주기 때문이다. 카다피는 미국과 협상으로 핵을 폐기한지 몇 년 후 2011년 중동 일대에 불어 닥친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으로 인해 반군에게 처형됐다. 

게다가 북한이 평화의 제스처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지 3시간 만에 미국은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이번 핵폐기 행사에는 남한을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5개국 취재단에 공개됐다. 현재 북한 체류중인 윌 리플리 CNN기자는 원산 이동중 소식을 접했다며 북한 당국자들 역시 "당혹스러운 모습"이고 "불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 비롯한 동맹국과 사전 조율없이 취소

트럼프의 취소 통보는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사전 조율 없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전 세계 언론 역시 북미정상회담의 불발을 충격적 소식이라고 전했다.

CNN은 "세기의 담판계획이 폐기됐다"며 "지난 몇 개월 동안 진행된 북미 사이 진전된 외교의 종말"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언론은 이번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하며 북미간 긴장이 재고조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의 단초가 될 회담이 취소됐다"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역시 우려를 표했고 유엔은 대화 재개를 희망했다. 

한 미국 의원은 이번 취소에 대해 "외교의 기술이 (트럼프가 말하는) 거래의 기술보다 훨씬 어렵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앞서 22일 분석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성급한 회담 수락으로 협상 지렛대를 잃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 자신이 출간한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 나온 철칙을 스스로 어겼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서한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지금은 부적절하다"며 다음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이 가장 중요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트럼프식 벼랑끝 협상전술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의 희망이 여전히 있다"며 양국 사이의 백채널을 열어놨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사례를 거론하며 "아름다운 제스처였으며,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북한에 사의를 표명했다. CNN은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대해 "트럼프가 리얼리티쇼 속 이야기의 반전으로 여기며 진짜 피날레를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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