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결과 문대통령이 직접 발표키로 합의
靑, 트럼프 대통령 의중까지 담아낼지 주목
그야말로 전격적이고도 비밀리에 이뤄진 만남이었다.
26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2시간에 걸친 2차 회담을 가졌다. ‘실무 회담’ 성격이 짙은 원 포인트 미팅이었고, 목적은 무산 위기에 처했다가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북미회담을 되살리려는 것이었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회담이 종료한 지 3시간여가 흐른 26일 오후 7시 54분경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 이행 및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을 위해 만났음을 알렸다.
또한 윤 수석은 “양쪽의 합의에 따라 회담 결과는 내일(27일) 오전 10시에 문 대통령께서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두 정상이 대화는 나눴지만, 발표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발표 시각을 27일 오전 10시로 특정한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남북 간에 발표문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보다는 남북 간 조율과 관계없이 발표문에 담길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일 가능성이 크다. 왜 그럴까?
이번 남북 정상의 만남을 위해 군 통신선이나 기타 라인이 가동되지는 않았다는 청와대 발표로 보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핫라인을 통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정상이 만남을 결정한 직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 협의가 있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알아야 하는 현 상황에는 변화가 없다.
문제는 시차다. 남북 정상이 회담을 한 시각은 워싱턴 시각으로 새벽 2시부터 4시까지다. 남북 간에 조율할 것은 그리 많지 않지만, 청와대는 남북 정상이 다룬 의제와 회담 결과뿐 아니라, 회담 결과에 대한 백악관의 의중까지 담아내려 할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발표문에 담아내기에는 시각적으로 너무 빠르고, 시간적으로 촉박하다.
남북회담이 종료된 다음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 통화가 이뤄졌다면, 그 시각은 우리 시각 오후 7시경, 워싱턴 시각 새벽 6시경 이후일 수 있다. 그렇다는 전제 하에, 두 정상이 통화한 후 백악관 참모회의가 열렸을 것이다. 회의에 두어 시간이 소요되었다 해도 우리 시각으로는 벌써 한밤이다. 회담 결과를 발표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각이다.
서울 시각 새벽 2시가 가까워오는 지금, 청와대 참모들은 김정은 위원장과 백악관 측의 의견을 조율해가며 발표문을 다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꼬박 밤을 새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벽 2시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 발표문은 여전히 미완성일 수 있다.
김태현bizli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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