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긴급 회동
북미회담 취소에 대통령 역할 커져
중재 기회 커진만큼 위기감도 증폭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중재 역할을 다시 발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중재 역량이 발휘되는 기회이면서도 여러모로 여건이 예전보다 녹록지 않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우선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가려던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회담 전격 취소에 1차 제동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을 두고 우리 측의 중재 역할 한계, 백악관 정세 파악 부족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인 25일 싱가포르 회담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공언했다.

북미가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다시 살아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적극 중재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26일 오후에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두 정상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밝히기로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놓고 양측이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불과 4일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가졌던 대화 내용을 비롯해 북한과 중국에 대한 생각 등을 김 위원장에게 전했을 가능성이 있고, 김 위원장이 이를 경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가 가장 궁금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모종의 부탁을 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하기 어려운 만큼 문 대통령을 통해 북측의 입장이나 견해를 미국 측에 설명해달라고 했을 가능성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온 북미간 중재자 업무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이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 국면을 만들고, 남북 정상회담을 바탕으로 북미 정상회담까지 연계하려던 축적된 경험을 들 수 있다. 

아울러 현재 청와대는 북미간 소통 자체에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지만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가는데 노력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우리 정부가 힘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중재 기회가 예전보다 더 커진만큼 위기 요인도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라는 강경 발언과 이를 철회할 수도 있는 듯한 언급을 하루 걸러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정상이 전격 회동했다면 누가 보더라도 문 대통령이 결렬 직전까지 갔던 북미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만일 북미 양측이 이견 조율에 실패해 회담이 난관에 봉착한다면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도 미국과 북한을 오가면서 무슨 역할을 수행했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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