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증산 논의하자 하루 4% 폭락
WSJ "美 셰일은 국제시장 지배력 없어"

미국이 셰일 혁명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미국의 생산량은 거의 2배 늘었다. 중동의 산유국들을 누르고 새로운 '스윙 프로듀서' (생산량 조절을 통해 전체 시장 수급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산유국) 자리까지 위협했다. 

그러나 유가가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오른 가운데 중동 산유국을 대표하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여전히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우디가 러시아와 더불어 감산을 완화할 것이라는 보도에 유가가 급락했다. 

텍사스주에서 노스다코타주로 흩어진 수 백개 셰일업체들은 사우디 만큼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힘들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증산 논의 소식으로 지난 25일 영국 북해 브렌트유는 3% 가까이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4% 밀려 일일 낙폭으로는 지난 7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28일에도 브렌트유는 1.5% 더 밀려 배럴당 75.30달러에서 움직였다. 

원유시장에서 사우디의 지배력은 넘치는 유휴생산력에서 나온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으로 생산량을 줄였지만, 실제 생산 가능한 원유가 일평균 최대 1200만배럴에 달한다. 사우디는 단번에 막대한 생산량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어 가장 강력한 지배력을 자랑한다.  

사우디 지배력은 글로벌 경제에서도 강력한 역할을 부여한다. 공급을 줄이면 유가가 오르며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각종 물류 운송비 인상으로 이어진다. 또, 최근 미국 셰일의 부흥에 사우디는 그동안 앙숙이던 러시아와 과감하게 손을 잡았다. 러시아는 이전에 감산 합의를 했으나 되레 증산하며 사우디를 배신한 이력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사우디는 러시아와 함께 감산했고 실제 높은 이행률로 공급과잉을 줄였다. 심지어 일부 미국의 셰일 업체들도 사우디의 유가 안정화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콘티넨탈리소스의 해롤드 햄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OPEC의 감산이 그동안 시장에 넘쳐나던 공급과잉을 줄이는 데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결국 한 때 새로운 스윙프로듀서로 각광받던 셰일의 지배력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IHS마킷의 다니엘 예르긴 부회장은 "미국 에너지부는 사우디 리더들의 방식처럼 생산을 규제하고 시장에 어떤 신호를 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OPEC 감산의 성공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라피디안에너지그룹의 로버트 맥낼리 사장은 "지난해 모든 것이 감산에 합의한 생산국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그는 "유휴생산력이 낮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상황에서 스윙 프로듀서로서의 사우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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