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이어 캐나다, 멕시코, 유럽 등 동맹국을 향해서도 관세폭탄을 던졌다. 우방국들 역시 보복관세를 예고하며 태평양부터 대서양까지 무역전쟁이 전 세계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국 내부에서도 지금은 중국에 집중할 시기이지, 동맹을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EU·캐나다·멕시코 철강 25% 관세 강행...맞보복조치 예고

미 상무부는 6월 1일부터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개월 동안 일시적 유예 기간을 끝내고 기어이 고관세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EU, 캐나다,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효력은 미국 시간으로 6월 1일 0시부터다. 로스 장관은 "한편으로는 캐나다 및 멕시코와, 다른 한편으로는 EU와 협상을 계속하기를 원한다"며 "해결해야 할 다른 이슈들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 4월 8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관세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추가협상을 이유로 한국, EU, 캐나다, 멕시코 등 7개국에 대한 관세부과를 4월말까지 잠정 유예했다. 한국은 대미철강수출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절충했다. 미국은 관세협상을 통해 캐나다,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상(NAFTA) 재협상을 타결하고자 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자 결국 관세결정을 내렸다. EU와의 협상 역시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EU, 캐나다, 멕시코는 일제히 보복관세를 예고했다. 멕시코의 경우 미국산 철강 뿐 아니라 돼지고기, 사과, 포도, 치즈 같은 식품을 겨냥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의 민심을 흔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EU는 6월 말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0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준비중이다. 캐나다도 미국산 생필품에 대해 128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전쟁 확전...대중국 압박전략이 되레 동맹 훼손"

미국의 관세폭탄은 결국 글로벌 무역전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결정으로 NAFTA 재협상 타결 가능성이 오히려 더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에드워드 앨던 외교협회 시니어펠로우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조치는 오랫 동안 우려했던 무역 전쟁의 첫 총성이자 심각한 확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역시 잘못된 무역관행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유럽이나 북미가 아닌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미 의회 내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과 협력해 중국과 같은 국가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얘기해야 하는 시기에 오히려 그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원 세입위원회의 케빈 브래디 위원장도 "이번 관세는 부과 대상이 잘못됐다"며 "문제는 (EU·멕시코·캐나다가 아닌)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이번 조치에 대해 '트럼프가 중국을 압박하려는 노력이 경제적으로 더 밀접한 전통적 우방국과의 관계만 훼손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말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국과 중국의 3차 무역협상은 물론 다음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고 FT는 전망했다. 미국은 지난 29일 중국에서 수입하는 첨단기술 품목에 25% 고율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브라운 시니어 펠로우는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결국 미국의 경제·군사 동맹국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은 EU와 7200억달러, 캐나다·멕시코와 1조1000억달러어치 무역관계를 맺었다. 미중 무역 규모는 6360억달러 수준이다. 트럼프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고율관세를 예고하고 있어 향후 주요 교역국과의 관계는 더 큰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폭탄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도 수입차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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