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대한 헌법 위반 범행…사법질서 농락"

노동조합 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현실을 도외시한 판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법원이 전날 박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입장문을 내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라고 1일 밝혔다.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노동조합 와해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은 박 전 대표이사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파괴 활동 전반에 관해 조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출신의 박 전 대표이사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뉴시스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노동조합 와해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은 박 전 대표이사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파괴 활동 전반에 관해 조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출신의 박 전 대표이사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뉴시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지난 2013년 7월부터 지난 2015년 12월까지 노조 와해 공작인 속칭 '그린화' 작업을 지시한 혐의다.

아울러 '노조 활동은 곧 실업'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협력사 4곳을 기획 폐업하고, 그 대가로 협력사 사장에게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여기에 지난 2014년 노조 탄압에 항의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염호석씨 유족에게 수억원을 건네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을 치르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대표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할 염려가 없다"라며 "증거를 인멸했다거나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라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일부 피의사실의 경우 법리상 다툴 여지가 있는 점 등에 비춰 구속 수사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도 했다.

법원의 기각 결정에 검찰은 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우선 박 전 대표에 대해 "노조 와해 공작을 지능적으로 장기간 지시한 최고 경영자"라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근로 3권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중대한 '헌법 위반' 범행을 저지른 자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대표와 공모 관계이자 윗선과의 '통로'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최모(구속)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를 거론하며 "박 전 대표는 최 전무에게 그린화 작업을 강력히 지시했다는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책임을 전가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라며 "사안이 중대해 중형이 예상되고, 도망칠 염려 또한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사법질서 농락 및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이 명백하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박 전 대표는 지난 2013년 노동청 수사 당시 고소대응 TF(기획단)를 꾸려 협력업체 사장들을 회유하고, 노조 와해 사실이 없었던 것처럼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라며 "검찰 수사가 예상된다는 사실을 알자 삼성전자서비스 압수수색 직전 최 전무 등에게 연락해서 같은 시기에 휴대전화를 교체하기도 했다"고 피력했다.

검찰은 앞서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바 있는 윤모 상무도 거론했다. 당시 법원은 조직적 범죄에서 윤 상무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범죄 특성상 하급자가 아닌 고위 책임자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법원 결정"이라며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는 박 전 대표의 지위와 역할, 광범위하게 자행한 인적·물적 증거인멸 행위 등을 무시하고, 사실과 다른 사유로 영장을 기각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 결정에 일관성과 합리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취지다.

검찰은 마지막으로 "박 전 대표는 비록 현재 대표이사가 아니라 할지라도 삼성 그룹 특성상 고위직을 역임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은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