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년 간 풀뿌리 민주화를 이끌어나갈 일꾼을 뽑는 6・13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균형과 견제, 조화를 통해 발전하는 지방분권시대에 어느 특정당의 독주는 바람직하지 않으나 올해 7차 지방선거의 판세는 크게 기울어진 형국이다. 그러나 '끝나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것이 선거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출사표를 던진 주자들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전에 박수를 보내며 29일부터 선거 직전까지 격전지에서 뛰고 있는 주요 승부사들의 공약을 살펴보고 판세를 분석한다. <편집자주>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집권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의 압승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추악한 네거티브 공작으로 얼룩진 제주도는 어떨까? 여당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문대림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의 원희룡 후보를 누르고 제주를 움켜쥘 수 있을까?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무소속 원희룡 후보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무소속 원희룡 후보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난달 13일, 추미애 대표는 제주지역 강창일, 오영훈, 위성곤 의원 및 이석현, 박병석, 이종걸, 김진표, 안민석, 우원식, 전해철 의원 등 지도부를 대동하고 문대림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가한 바 있다.

이후 제주도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4일 다시 한 번 제주도를 찾아 제5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제주회의를 개최했다. 그 자리에서 추 대표는 “문재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제주의 발전과 민생안정을 전폭 지원하겠다”며 문대림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문대림 후보의 이력 탓에 시간이 갈수록 민주당에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추악한 선거사에 찌든 제주도, 후보 의혹 영향 있나?

1995년 시작된 민선 1기 이후 제주도만큼 추악한 선거 공작에 휘말린 지역도 없다. 그 중심에 부영그룹의 우근민 고문이 있다.

① 민선 1기 유세 군중 사진 조작 사건
1995년 6・27지방선거는 무소속 신구범 후보와 신한국당 우근민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같은 날 열린 두 후보의 유세장은 인파로 북적였지만, 신구범 후보 측 인파가 더 많았다. 그런데 이튿날 조간 1면에는 우근민 후보 측 인파가 더 많은 사진이 게재됐다. 내막을 뜯어보니 우근민 후보 측 유세 인파 중 특정 인물이 세 번이나 겹쳐서 나온 사진이었다. 이 사건은 유세 군중이 더 많아 보이도록 사진을 고의적으로 합성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② 민선 2기 대의원 부당 포섭 경선
1998년, 당시 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는 제주지사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었다. 현직 신구범 지사와 당적을 옮긴 우근민 후보의 리턴매치였다. 당시 경선은 지금처럼 당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이 아니라 대의원 투표로 치러졌고, 도지사 후보를 선출할 대의원의 수는 고작 99명이었다. 신 후보와 우 후보 모두 대의원과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신 후보는 대의원들을 만날 수 없었다. 경선 당일, 신 후보는 50여 명가량의 대의원들이 여러 대의 차량에 나누어 탄 채 동시에 경선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목격했다. 어딘가에서 함께 합숙한 다음 오는 길이었다. 경선 결과 우 후보가 64표를 얻어 34표 획득에 그친 신 후보를 누르고 여당의 도지사 후보로 선출됐고, 본선에서도 도지사로 당선됐다. 당시 우근민 후보 측 캠프를 총괄 지휘한 인물은 이번 6・13지선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다.

네거티브로 얼룩진 제주도지사 선거의 주역 우근민 전 지사(자료:뉴시스)
네거티브로 얼룩진 제주도지사 선거의 주역 우근민 전 지사(자료:뉴시스)

③ 민선 3기를 점령한 허위사실공표와 후보자 비방
2002년 6월 13일 치러진 민선 3기 도지사 선거는 허위사실공표와 후보자 비방의 결정판이었다. 주인공은 역시 현직 우근민 후보와 도전자 신구범 후보였다. 선거일을 나흘 앞둔 6월 9일, 우근민 후보는 제민일보 1면 하단에 “신구범 후보가 수매한 감귤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 전부 땅에 파묻었다”는 광고를 게재했다. 또한 신 후보가 축협중앙회장으로 근무할 때 대우채권을 구입해 5,100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 축협 재정을 파탄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사안 역시 한라일보 1면 하단 광고를 게재했다. 당선자는 우근민 후보였다. 그러나 우 후보 측의 주장은 모두 허위로 판명되었고, 2004년 대법원 확정 판결로 지사직을 잃었다.

2010년 6월에 열린 민선 5기 선거에서도 상대 후보의 사생활 의혹이 불거졌다. 의혹을 폭로한 쪽은 이번에도 우근민 후보 측이었다. 제주도의 추악한 민선 지방선거 역사상, 우근민 전 지사는 절대로 빠질 수 없다. 그런 더러운 선거의 배후에서 선거를 진두지휘한 인물, 더불어민주당의 문대림 후보가 2018년 오늘 제주도지사 자리를 노리고 있다.

제주도민들은 이처럼 추악한 선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여론조사기관 MRCK(뉴스1제주 의뢰)가 지난 2~3일 제주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최근 제기된 의혹들이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4.6%나 됐다.

특별할 것 없는 공약

문대림 후보는 “제주사회 발전 패러다임 대전환 5대 전략”을 제시하면서, 주요 공약으로 ▲환경과 사람 중심 제도적 틀 마련, ▲제주4・3 완전 해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환경총량제, 제주형 계획허가제 도입, ▲제2공항 건설 원점 재검토 등을 내세웠다.

경제 분야 공약으로는 △농산물 판매유통체계 일원화, △농업경영 안정화 위한 대북한 수출, △제주-목포 해양고속도로 연결 페리 운영, △탐라대 부지, 4차산업혁명 메카 조성, △제주해운물류공사 설립, △항공료 및 배삯 반값 지원 등이 있다.

원희룡 후보는 ‘제주가 커지는 꿈 10대 핵심 공약’을 발표했다. 주요 공약으로 ▲중국 자본의 제주 난개발 제동, ▲환경자원 총량 보존으로 지속가능한 제주 실현, ▲보육 및 교육 1등 제주 구현, ▲안정적 복지체계 구축, ▲범죄와 사고로부터 안전한 제주 구현, ▲카본프리 아일랜드 지속 추진, ▲특권과 반칙 없는 공정제주 구현 등을 내세웠다.

경제 분야 공약으로는 △공공분야 청년 일자리 1만개 창출, △행복주택, 장기공공임대주택 1만호 공급 등이 있다.

역전 후 원희룡 후보로 굳어지는 판세

선거 초반 레이스에서는 문대림 후보가 원희룡 후보를 앞질렀다. 리얼미터(한라일보 외 4개사 의뢰)가 4월 19~20일 양일간 실시한 조사에서, 문대림 후보는 41.3%를 얻어 31.0%에 그친 원희룡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앤리서치(뉴스제주 의뢰)가 지난달 6~7일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문 후보의 우세 분위기는 5월 초순까지 이어졌다. 조사에서 문 후보는 33.4%, 원 후보는 26.8%를 기록했던 것.

지지율 역전 현상이 발생한 제주도지사 선거전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지지율 역전 현상이 발생한 제주도지사 선거전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그러나 5월 중순 이후 판세가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한국리서치(KBS제주 의뢰)가 5월 12~13일 실시한 조사에서 원 후보가 38.1%를 획득하면서 38.0%를 얻은 문 후보에 0.1p 차이로 역전했던 것이다.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김방훈 후보는 3.3%, 녹색당 고은영 후보는 2.6%, 바른미래당 장성철 후보는 0.7%를 얻었다.

지난달 말 발표된 KBS 여론조사에서는 원희룡 후보 43.2%, 문대림 후보 34.6%로 두 후보 간 간격이 더 벌어졌다. 급기야 리서치앤리서치(뉴스제주 의뢰)가 이달 3~4일 실시한 조사에서, 원희룡 후보는 44.8%를 획득, 34.6%에 그친 문대림 후보를 오차범위 밖(10.2%p)으로 밀어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역전극이 펼쳐진 것이다. 당선 가능성 조사에서 원희룡 후보(54.8%)는 문대림 후보(25.4%)와의 격차를 무려 29.4%p로 벌렸다.

이 조사에서 1% 미만으로 출발했던 녹색당의 고은영 후보는 3.7%를 얻으며 3위로 뛰어올랐고, 한국당의 김방훈 후보는 2.7%로, 바른미래당의 장성철 후보는 0.4%로 내려앉았다.

네거티브로 얼룩지는 판세

포문을 먼저 연 쪽은 원희룡 후보 측 캠프다. 지난달 20일, 원 후보 캠프 측은 대변인 논평을 내고 “문대림 예비후보 개소식에 비행기를 동원해 육지 인원을 모으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98년 도지사 선거 우근민 유세 시 수십 대의 버스를 동원해 청중을 모았던 사건의 기억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115조 ‘제3자의 기부행위 제한’에 명백히 위반되는 범법행위다”라며 신속하고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원 캠프의 주장에 등장하는 ‘1998년 도지사 선거’는 당시 우근민 후보 측이 버스로 청중을 동원했다가 처벌받았던 사건을 말한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사건은 20건, 총 23명에 이른다. 그중 13건이 도지사 선거 관련 비방, 허위 사실 공표, 금품/향응 제공 등이다.

문 후보 측은 송악산 투기 의혹, 서귀포 건물 청탁 무마 의혹, 수산보조금 연루 의혹, 골프장 명예회원권 의혹 등을 제기한 원 후보 측을 고발했다. 원 후보 측 역시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개발사업 연루 의혹, 라민우 전 정책보좌관 의혹, 타미우스 명예회원권 이용 의혹 등을 제기한 문 후보 측을 고발했다.

최근에는 원희룡 후보 재임 당시 도유지에 가족 납골묘를 불법으로 조성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상호 비방 및 폭로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선거전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우근민 전 도지사가 당선 취소된 것처럼, 누가 당선되든 후폭풍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진행된 제주도지사 선거를 정리하면, 현안 중 현안인 ‘제2공항’ 관련 공방을 제외하고는 온통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상대후보 흠집내기’로 압축할 수 있다. 정책선거가 사라진 자리에 ‘더 못난 사람’ 흥행이 들어선 것이다.

혼탁 선거로 치닫는 제주도지사 선거, 우근민 전 지사 캠프에서 허위 사실 공표 등을 진두지휘했던 문대림 후보는 자신을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평화의 섬 제주를 발전시킬 후보”라고 외치고 있다.

일찌감치 새누리당을 탈당해 자신의 보수 이미지를 해방시킨 원희룡 후보는 “당선된다면 더불어민주당 출신 도지사가 될 수도 있다”며 두 번째 기회를 호소하고 있다.

1995년 이후 끊임없는 혼탁 선거를 경험해온 제주 민심은 어디로 기울까? 메가톤급 허위 사실이 폭로될 경우, 제주 민심은 다시 또 속아 넘어갈까? 지금으로서는 원희룡 후보의 재선 가능성이 문대림 후보의 재역전 가능성보다 훨씬 커 보인다.
김태현 bizlink@hanmail.net

[전국 지방선거 판세 분석]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예측
여당, '대세론'에 압승 vs 야당 '보수층 대결집' 기대

지난 2일 선거운동이 본격화되었다. 여야가 주말 표심잡기에 돌입하면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유세를 펼치고 있다. 여야는 지지 기반이 두터운 지역을 중심으로 필승을 주장하지만, 실제 여론 조사 결과는 희망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어느 당이 전국 17개 광역단체장을 차지하느냐다. 한반도 평화시대와 지방분권을 포함한 개헌 등 향후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자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 배출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최대 변수는 단연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이다. 12일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와 체제보상에 포괄적으로 합의할 경우, 13일 선거는 여권의 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인물과 정당, 공약이 당락에 변수로 좌우되는 전국 12곳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역시 집권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전망이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장 선거에 대한 여야의 판세 예측과 기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당 대세론이 우세하나 보수결집을 내세운 야당이 막판에 선전할 경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자료:중앙선관여론조사심의위원회/그래픽:스트레이트뉴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장 선거에 대한 여야의 판세 예측과 기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당 대세론이 우세하나 보수결집을 내세운 야당이 막판에 선전할 경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자료:중앙선관여론조사심의위원회/그래픽:스트레이트뉴스)

2일 현재 여당 절대 우위의 지방선거 판세를 뒤집을 변수는 북미정상회담에 가려 드러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선거에서 수도권을 포함, 9곳에 단체장을 배출하는 등 '9+알파(α)'를 내걸었다. 그러나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대구와 경북, 제주 등 한국당이 선전 중인 3곳을 제외한 14곳에서 단체장 배출이 확실시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당은 당 차원에서 광역단체장 판세를 공식 예측하지 않고 있으나 홍준표 대표가 6~9곳 당선을 장담한 바 있다. 홍 대표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6·13 지방선거를 전망하면서 “초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선거 환경도 좋다. 지방권력까지 넘어가면 일당 독재국가가 된다"며 보수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를 자극했다.

2일 현재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장에 대한 여야의 선거 판세 예측과 언론기관의 여론조사 등을 취합한 ‘정당별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판세 예상’은 다음과 같다.

◇ 여당 절대 우세 전망
   서울, 부산, 경남,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세종, 경기, 강원, 충·남북, 전·남북

◇ 야당 우세 전망
   대구, 경북 (자유 한국당)

◇경합
   제주 (무소속과 더불어민주당)

이번 6・13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유권자가 받게 될 투표용지는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시・도의원(지역구/비례대표), 기초시・군・구의원(지역구/비례대표), 교육감 등 총 7장이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역은 총 8장이다.

※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 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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