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해체뒤 연방국 핵무기 폐기 과정 보고받아
"트럼프 별장 '마라라고'서 가을 2차회담 가능성"
강경파 볼턴 싱가포르 동행...성공해도 의회 설득 관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세기의 핵담판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또 다른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첫 걸음을 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김정은은 완전한 체제보장을 원한다.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맞교환이 어떤 방식과 일정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반세기 넘게 해결하지 못한 이슈들을 단번에 합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힘들다. 관련국 외신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미 정상이 대화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일부 외신에서는 벌써부터 2차 회담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미국 대통령이 올가을 김 위원장을 플로리다주(州)에 위치한 대통령 별장 '마라라고'에 초청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단,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리는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는 조건이 달렸다. 이번 보도는 이번 회담을 북한 비핵화를 위한 긴 여정의 시작이며 과정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 단기간의 일괄타결을 고수하던 기존 입장에서 다소 물러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혹은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하되 구체적 방법론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중을 시사한다고 볼 수도 있다. 

비핵화 방식에서도 북한을 자극했던 리비아 모델이 아닌 다른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망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옛 소련 해체 이후 소련 연방국가들의 핵무기 제거를 위한 '넌-루가법'에 대한 관련 보고를 받았다. 넌-루가법은 '위협 감축 협력프로그램'으로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에 남은 핵 및 화학 무기와 운반체계 등의 폐기와 처리를 위해 기술과 자금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카자흐스탄 모델'로 알려진 방식으로, 북한이 반감을 덜 가질 수 있다. 미·북 간에도 카자흐스탄 모델을 적용해 북한의 핵무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국외로 반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북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 동행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핵화에 대한 강한 압박을 유지할 수 있다. CNN은  '리비아식 해법'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한 볼턴 보좌관이 북미회담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원칙적 합의가 있더라도 미국 의회라는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미 정부가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가 있다면 이를 협정형태로 의회 비준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 동의 없이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를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 하원은 벌써부터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상세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제출하라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북한 핵 기준법'(North Korea Nuclear Baseline Act)이라는 이름의 법안으로, 이 법안이 통과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60일 이내에 북한의 핵 프로그램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 안보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이 보고서를 180일을 주기로 매번 업데이트해 다시 내야 한다. 보고서는 △북한 내 핵무기 보관 장소와 연구시설 위치 △북한 내 핵무기 개발 및 제조 시설 위치 △북한 내 탄도미사일 보관 장소와 탄도미사일 제조 시설 위치 등을 포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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