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익산 마동 코아루 디펠리체'와 '서귀포 산방산 코아루 아이비타운' 등 2개 단지는 이날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코아루 아이비타운의 경우 공급가구가 54가구에 불구한데도 불구하고 1순위 청약자가 단 2명에 그치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한토신의 미분양 양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분양한 '강진 코아루 블루핀'을 시작으로 ▲태안 코아루 3차 ▲연천 전곡 코아루 더클래스 ▲서대전역 코아루 써밋 ▲서귀포 법환 코아루 등 올초 분양한 단지들에서도 모두 청약참패를 면치 못했다. 이들 단지는 분양 5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미분양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이 올해 분양한 단지들의 1순위 청약 현황. 6개 단지가 모두 1순위 미달에 그치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자료참조=금융결제원
한국토지신탁이 올해 분양한 단지들의 1순위 청약 현황. 6개 단지가 모두 1순위 미달에 그치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자료참조=금융결제원

지난해 말부터 이날까지 한토신이 분양한 단지들을 살펴보면 대전, 제주, 전남, 충남 등 지방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이 대다수다. 유일하게 수도권에서 분양한 연천도 청약시장에서 외면을 받는 지역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토신이 지난 2016년 상장 이후 실적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주거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유령주택'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미분양이 지속될 경우 한토신이 국내 신탁사 최고 자리를 내주고 경영위기의 벼랑끝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토신은 차입형 부동산 신탁 수주를 주요 먹거리로 하는데 올 1분기 이 부문이 감소하면서 경영 차질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공사비 등의 사업비를 신탁회사가 직접 조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미분양 물량이 많아지면 자금회수가 어렵고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등 문제가 있다. 지방 미분양 현장이 사실상 한토신의 경영위기와 직결되는 것이다. 

신탁사들의 신규수주액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시장상황도 한토신을 사실상 사면초가에 놓이게 하고 있다. 신탁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신탁사 신규 수주액은 2400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2550억원)과 비교해 5.9% 줄어들었다. 이 중 한토신의 수주액은 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 감소했다. 

이에 한토신은 책임준공형 관리 신탁으로 경영정책을 바꾸고 생존경쟁을 모색중이지만 사실상 이 마저도 여의치 않다. 

지난해부터 활성화된 책임준공형 관리 신탁이 사실상 대형 은행 계열사 신탁사들을 위주로 선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준공형 관리 신탁은 특정 현장을 준공 때까지 책임지고 관리하는 상품으로 신탁사 리스크가 증가하지만 일반 관리형과 비교해 수수료가 최대 10배를 웃돈다. 

리스크가 크다 보니 시행사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하려는 금융사들은 신용등급이 높은 신탁사를 선호하는데 여기서 은행 계열사 신탁사들과 한토신의 신용등급이 격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1분기 수주 실적 1위를 차지한 KB부동산신탁의 신용등급은 'A2+'인 반면 한토신은 'A2'로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과 지역양극화 심화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건설사와의 경쟁 또한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주택을 찍어내 듯 쏟아낼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토지신탁(이하 한토신)이 주택분양사업에서 잇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속된 미분양 양산으로 부동산 개발신탁의 유동성 위험이 증대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디자인 : 스트레이트뉴스)
한국토지신탁(이하 한토신)이 주택분양사업에서 잇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속된 미분양 양산으로 부동산 개발신탁의 유동성 위험이 증대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디자인 : 스트레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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