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시계 빨라져…'신흥국 리스크' 경계
한은, 고용 불안 속 금리인상 타이밍 못잡아 고심

미국 금리인상이 빨라지면서 한·미 금리차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긴축 속도를 내기 시작한 미국이 올 두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 만큼 양국 금리차는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현지시간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1.75~2.00%로 0.25%p 상향 조정했다. 지난 3월 금리를 0.25%p 올린데 이어 석달 만에 추가로 인상한 것으로,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1.50%)와 미국 금리는 0.5%p 벌어지게 됐다.

이주열 한국은행총재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총재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미 연준이 공개한 '닷차트(점도표)'에 비춰보면 미국 정책금리는 올해말 2.25~2.5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올해 단 한차례의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속도대로 진행된다면 한·미 역전 금리차는 최대 0.75%p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로선 한·미 금리차 확대가 곧바로 국내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많다. 경상수지 흑자, 충분한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상황이어서다.

과거 한·미 금리 역전기에도 국내에서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3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양국 금리가 10여년 만에 역전됐음에도 여전히 특별한 자금이탈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5월 기준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27억달러 순유입됐다.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내외 금리차가 벌어진 상태에서는 국내 금융시장이 외부 충격에 더 쉽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불안 상황을 보이고 있는 '신흥국 리스크'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위기가 고조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자본유출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14일 "미국의 금리인상이 국제 자금이동, 국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는 봐야 한다"며 "일부 신흥국의 금융불안 상황과 어떻게 연결될지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경계감을 보였다.

이에 한은은 더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좀처럼 추가 금리인상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는 한은으로서는 국내 경기의 불안한 흐름 속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복잡한 통화정책 셈법을 풀어야 하는 것이다.

고용 불안과 물가상승세 둔화, 가계빚 부담,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굵직한 변수들이 많은 가운데 자본유출 우려를 경계해야 하는 고도의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 일단 한은은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은 열어두긴 했지만, 쉽게 적기를 정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 총재는 이날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상황이라는 것이 가변적이기 때문에 금통위원 모두 고민할 것"이라며 "어떻게 금리정책을 끌고 갈지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한은의 금리인상 시기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은의 금통위 회의는 하반기에 다음 달과 8월, 10월과 11월로 네차례 남아있는데 아직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다만 한은이 받게되는 금리인상 압력은 다소 커지게 된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한·미 역전 금리차 확대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가능성이다. 미국이 금리를 몇번 더 올린다고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신흥국 금융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만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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